OK시골 김경래의 ‘전원스타일’

“10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

지역내일 2014-07-07
내가 알고 지내는 털보형님이 세 명 있다. 그 중 두 분이 치악산에 터를 잡고 산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찍이 산속에 들어와 주변 눈치 안보고 거칠 것 없이 산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시대에서 ‘수염은 자유이며 자신감’이라 여긴다. 수염을 길러 보고 싶어도 걸리는 것들이 많다. 어른들 앞에서도 걸리고 격식을 차려야 할 모임에 불려가도 신경 써야 한다. 주변에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다 버리고 자유로워진 후, 주변 눈치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을 때 기를 수 있는 것이 수염이다.
치악산에 계시던 털보형님 중 한 분이 몇 년 전 갑자기 꽁지머리를 자르고 수염도 깎았다. 양복을 입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워낙 바람같이 사는 분이라 바운드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정치는 잘 못 튄 것 같았는데 공천도 무난히 받고 주변에서 다 됐다며 박수를 쳤다. 하지만 안타깝게 낙마했다. 다시 산속으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거리로 나와 사업을 시작했다. 권투를 해서 그런지 워낙 순발력이 좋아 금방 자리를 잡았지만 돈 벌이보다 심심풀이에 가깝다. 허허로워 보이지만 결정적일 때는 범상치 않다. 내가 여기저기 강의로 불려 다닐 때 자주 따라나섰다. 차안에서 혹은 1박을 같이 하면서 살아온 얘기도 듣는다. 말에 거침이 없고 우스개 소리도 잘 해 진담인지 간혹 헷갈릴 때도 있지만 배울 게 많다. 내가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불러 특강도 몇 번 했다.
그가 다시 수염을 기르고 산속으로 들어갈 눈치다. 공무원으로 시작해 한 때는 도심 한복판 좌판에서 손뼉 치며 옷도 팔았고, 유명한 식당도 해보고, 펜션도 해보고, 또 지금의 사업도 하고 있지만 그는 매사 시기가 있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맘 편히 살 것을 준비할 때인데 역시 산속이 최고라는 것이다.
그는 항상 10년 앞을 보고 살았다고 한다. 돈 많이 벌어 10년 후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때 내가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를 생각한다. 10년 터울의 어른들과 이따금 어울려 그 나이가 되니 몸 상태는 어떻고 감정은 어떻고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물어보고 스스로 생각을 정한다는 것이다. 나보다 11년 위 터울이라 내가 묻는다.
“형님 나이가 되니 어떤 생각이 들고 소중한 것이 무엇입니까?” “자네, 지금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들 10년 후면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어. 돈, 자식들 그냥 적당하면 돼. 남이 알아주는 것 다 쓸데없는 거고. 가장 소중한 건 옆에 있는 사람이야. 난 산속서 마누라랑 둘만 있어도 심심치 않고 불편하지도 않네. 그 정도 경지가 되니 산속이 가장 좋지. 허허”

김경래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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