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커가면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예체능으로 진로를 정해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결정해야할 때가 그렇고, 학원을 옮기려 했더니 돈이 많이 들 때가 그렇다. 대학에 보내야 할 때는 등록금도 문제지만, 자취를 시킬 바엔 집에서 다닐 수 있는 학교에 가기를 바라게 된다.
예체능을 했을 때,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에 결정을 미루기도 하고, 공부 잘 시키는 학원보다는 아이의 적성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취를 꺼리는 이유는 안전에 대한 걱정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은 이러한 결정에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이는 부모에게 상당한 스트레스가 된다.
대부분은 아이와 소통을 주로 하는 엄마가 ‘안된다’는 말을 하게 되고 아이는 좌절해서 무기력해진다. 아빠는 무언의 동의를 하거나 엄마를 비난하지만 결정을 뒤집지는 않는다. 아빠는 엄마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말만 하고 아침에 출근하면 그만이다. 엄마는 아이를 걱정하면서도 아이가 또 다시 부담되는 요구를 할까봐 아예 굳은 표정으로 소통을 닫아버리고, 아이의 무기력감은 분노로 바뀌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으니 역시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게 된다.
부모는 아이 앞에서 돈 얘기를 꺼려한다. 아이 앞에서 돈을 언급하지 않는 쿨한 부모가 되고 싶기도 하고, 돈 없다는 말을 하는 건 자존심이 매우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돈이 없다거나 비싸다는 말 보다는 다른 핑계를 대서 아이의 욕구를 좌절시킨다. 돈이 없다는 말을 하긴 해도 아이의 눈을 보지 않고 무표정하거나 화를 내면서 말하기 쉽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필요한 모든 정보를 모아놓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돈이 드는 일이라면 아이가 바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 부모가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여기서는 선뜻 줄 수 있는 금액과 아이가 열심히 한다면 약간 무리해서라도 더 줄 수 있는 금액 두 가지 제한선을 정하는 것이 좋다.
엄마가 아이의 제안을 한번 거절한 상태라면, 이제 아빠가 나서보자. 아이랑 대화를 할 시간이 잘 나지 않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거래처 직원 아버지 상가집에는 꼬박꼬박 가지 않는가? 아이를 위해서 비슷한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왜 가고 싶은지, 가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 같은지를 물어보자. 그리고 금액의 제한선은 아이의 얘기를 다 듣고 나서 아이에게 말해주고, 결정은 아이가 하게 하면 된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지만 콩쿨에 못 나가는 딸이나,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에 가고 싶지만 여건 상 못 가는 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지우심리상담소 성태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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