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4번 출구에 위치한 한국카메라박물관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박물관이다. 소장품만 무려 15,000여점으로 한 번에 전시가 불가능해, 시기별로 테마를 정해 특별 전시회를 개최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국가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이란 사실이다. 이 흥미로운 박물관의 탄생비화를 김종세 관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Q. 개인 소장품으로 박물관을 오픈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사람이 세상에 나와 밥을 먹고 살 수 있다면 언젠가는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박물관이라는 그림을 그리게 된 시기는 1993년이다. 지하철역에서 카메라박물관을 계획 중이신 분을 우연히 만났고, 한번 구경 오라는 이야기에 만사를 제쳐 놓고 방문했다. 거실과 방안 가득히 진열된 카메라를 보며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건강상의 이유로 나에게 카메라를 양도하겠다고 했고, 그때 빚을 얻어 카메라를 사들이니 수집된 카메라가 800여대로 늘어났다.
자연스레 모아진 카메라를 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카메라와 렌즈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박물관에 필요한 카메라를 구입하기 위해 해외 경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수준 높고, 희소성 있는 카메라를 구할 수 있었다.
Q.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카메라를 구하기 위해 영국의 크리스티, 오스트리아 라이카 숍에서 하는 경매 등 많은 나라의 경매에 참여했다. 그러다 한번은 경매 관계자로부터 이걸 사다가 무엇에 쓰려고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박물관을 만들 생각이라고 했더니 여기서 사간 것 반만 가지고도 영국에서 박물관을 만들 수 있고 모든 편의를 제공 받을 수 있다며, 한국은 국가 네임벨류가 떨어지는데 괜찮겠냐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그 사람 말대로 아마 영국에서 박물관을 차렸더라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박물관은 지금도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편이고, 소장품의 질이나 양도 세계 선두수준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Q. 개인이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어려운 점은
국·공립 박물관이나 사립박물관 모두 공공성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정부지원을 받는 국·공립 박물관과 달리 사립박물관의 경우 운영을 위한 적정선의 입장료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공립 박물관들이 입장료를 인하하거나 무료화 하다 보니, 사립박물관에서 돈을 받는 것을 보고 그냥 돌아가는 관람객도 많은 편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많이 안타깝다. 또한 우리는 해외에 나가 박물관 관람을 위해 당연히 돈을 지불하면서,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에게는 무료로 관람하도록 하는 상황도 매우 유감스럽다.
Q. 가장 아끼는 소장품은 무엇인가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카메라가 없지만 손에 넣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으로 여겨지는 카메라가 있다. 첫 번째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위해 4대가 제작된 한정판 카메라 콘탁스 Ⅱ 라이플(Contax Ⅱ Rifle)이다. 카메라 본체를 장총의 개머리판 부분과 연결해 방아쇠를 당기면 사진이 찍히도록 제작되었다. 선수들의 빠른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카메라로 구입당시 독일인 판매자가 박물관으로 가는 게 아니면 팔지 않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귀한 카메라다.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 장면을 이 카메라가 찍었을 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소호 리플렉스 (Soho Tropical Reflex)로 귀족적인 매력을 지녔다. 1907년 영국 런던의 Marion사가 마호가니 원목으로 만든 제품으로 크리스티 경매에서 너무 사고 싶었지만 아깝게 놓쳤다. 그러나 그보다 더 상태가 훌륭한 보물을 구입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보물로 따지자면 고려시대 청자급에 해당한다.
김경미 리포터 fun_seeker@naver.com
카메라 박물관 관람 팁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 차례로 관람을 하면 된다. 지하 1층에서는 김 관장이 2013년 10월 촬영한 ''콕파르 타르투'', 일명 ''양 빼앗기 시합'' 사진전과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를 볼 수 있다. 1층에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 말까지 생산된 라이카(Leica) 카메라를 모방한 ''라이카 모방카메라''를 전시 중이다. 2층은 초창기 목제카메라를 비롯해 카메라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김 관장이 아끼는 콘탁스 Ⅱ 라이플과 소호 리플렉스도 이곳에 있다. 5인 이상이면 박물관 담당자의 설명을 신청할 수 있다.
문의 02-502-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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