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꾼 아들과 함께 한 꽃보다 싱가포르

지역내일 2014-03-10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결혼식 참석을 핑계로 아들과 단 둘이 여행을 떠나게 됐다. 영어를 제법 유창하게 하는 중3 아들이 가이드 겸 보디가드를 자청했다. 번잡한 곳 대신 싱가포르의 소박한 멋을 찾아 나선 여정이기에 더욱 특별했던 모자(母子) 여행이었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싱가폴1
싱가포르의 상징, 멀라이언 상을 만나다
창이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아들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의 교통카드와 비슷한 이지링크 카드를 구매해 충전하는 것부터 MRT를 타고 멀라이언 파크로 향하는 길까지 아들은 거침없이 앞장섰다. 행여 짐이 무거울까 엄마의 배낭을 들어주는 아낌없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1년간의 뉴질랜드 유학생활 때문일까. 한 뼘은 더 커버린 아들의 뒷모습에서 개구쟁이 소년이 아닌 듬직한 남자의 향기마저 느껴졌다. ‘잘 컸다. 내 아들!’ 
강가를 따라 걷다가 길거리 아이스크림을 발견했다. 섭씨 34도의 날씨엔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제격 아니겠는가. 아들은 도전정신을 발휘하겠다며 특유의 향과 맛이 나는 두리안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한 입 베어 물고는 잠시 찡그리는가 싶더니 태연한 척 아이스크림을 먹어치웠다. 몇 분 뒤 멀라이언 파크에 도착해 아들이 제일 먼저 한 행동은 입을 헹구는 일이었다. 싱가포르의 상징 멀라이언 상이 뿜어내는 분수 앞에서 입을 크게 벌리더니 “오 마이 갓, 두리안!”을 외쳤다. 특별할 것 없는 여행이지만 아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3개의 타워를 연결한 거대한 배 모양의 마리나 베이 샌즈와 세계 최대 규모의 관람차 싱가포르 플라이어까지 화려한 야경을 감상했다. 첫 날은 여기까지. 여정이 빼곡히 적힌 아들의 수첩을 엿보니 사뭇 내일이 기대됐다. ‘아들, 내일은 또 어디가?’
 
싱가폴2
소박한 쉼터, 이스트 코스트 파크에 가다

결혼식 참석으로 분주한 토요일 아침을 보낸 뒤 아들과 함께 서둘러 MRT 베독역으로 향했다. 싱가포르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스트 코스트 파크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자는 것이 아들의 계획. 시간을 아끼기 위해 택시를 타기로 결정,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주말에는 베독역에서 택시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다 어렵사리 택시를 잡아도 택시기사들이 승차를 거부했다. 이스트 코스트 파크가 외곽에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택시잡기를 포기하고 2시에 출발하는 401번 버스를 탄 뒤 가까스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스트 코스트 파크에서만 즐길 수 있는 케이블 스키(스키 360˚)를 눈으로 만끽하며 자전거 대여점으로 향했다. 2시간에 S$12. 자전거를 타고 해변을 둘러보니 텐트를 친 사람들부터 돗자리를 펴고 누운 사람들까지 싱가포르의 평온한 주말 풍경이 펼쳐졌다. 그들 틈에 뒤섞여 아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저 멀리 바다를 가르며 헤엄쳐오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모래사장에 도착한 중년 남성은 ‘해냈다’는 듯 온 몸을 비틀며 기괴한 춤을 췄다. 관객은 아들과 둘 뿐, 당황스럽긴 했으나 이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로 화답했다. “Your best!” 
 
싱가폴3
지적 호기심 충족,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를 방문하다
다음 여정지는 아시아 3대 대학교 중 하나인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였다. MRT 켄트릿지역에서 내려 NUS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캠퍼스를 둘러 봤다.
“엄마, 캠퍼스가 싱가포르의 1/10은 되겠어요. 역시 세계적인 대학교라 규모가 남다르네.”
아들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로 큰 규모였다. 셔틀버스 A2를 타고 NUS 역사박물관에 들렀다. 대학교 설립부터 싱가포르의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아들이 박물관 큐레이터를 자청하며 각 작품들의 영문 설명을 해석해주었다. 새삼 아들의 모습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아들이 계획한 마지막 여정지는 소박함이 묻어나는 거리 티옹바루였다. 용섹 스트리트에 위치한 디자인 소품가게 ‘스트랜지렛’과 작은 책방인 ‘북스 액추얼리’로 들어갔다. 두 곳 중 아들이 열광한 곳은 북스 액추얼리였다. 여행, 미술, 문학 등 다양한 책뿐 아니라 LP판은 물론 낡은 병뚜껑과 돌멩이까지, 그야말로 보물창고가 따로 없었다. 오래된 물건과 책이 즐비한 현재와 과거의 공존. 이곳에서 아들은 딱 한 마디로 이번 여행의 소감을 대신했다.
“여기 정말 마음에 드네. 더운 날씨만 빼면 딱 내 스타일이야.” 
 
TIP. 짐꾼 아들의 싱가포르 여행 팁
“싱가포르 입국 시 껌은 반입금지 품목이며 법규가 엄격한 나라인 만큼 음료나 음식을 들고 MRT를 탈 수 없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는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신호등 아래 버튼을 눌러야 초록색 불로 바뀌며, 무단횡단 시에는 벌금이 부가됩니다. 택시는 색깔별로 요금이 다르고 시간, 거리에 따라 할증료가 붙는 대신 파란색 택시는 추가요금 없이 가장 저렴하더군요. MRT와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지링크 카드의 잔액은 각 MRT역에서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명물인 칠리크랩은 점보 시푸드처럼 유명 레스토랑보다는 뉴튼역 등 푸트코드 등에서 실속 있는 가격(S$34~42)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면세국가인 싱가포르는 TAX FREE 마크가 있는 매장에서 S$100 이상 결제 시 공항에서 부가세 7%를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싱가포르항공을 이용하면 싱가포르 플라이어, 나이트 사파리 등 유명 관광지 할인 및 시아 홉온 버스를 무료 혹은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 송치민(역삼중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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