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친구 가족과 함께 떠난 경주여행

천년고도의 도시에서 낭만과 여유를 만나다

지역내일 2014-06-23

올해로 15살이 된 첫아이의 친구 네 가족과 함께 길을 나섰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인연으로 묶인 친구이니 햇수로 벌써 8년째 인연이다. 그동안 작은 폐교를 빌려 우리만의 공간도 만끽해보고, 설산을 누비며 스키 여행도 함께 즐긴 가족들이라 이번엔 어떤 시간을 공유하게 될까 몹시 궁금했다. 정해진 숙소는 경주 드림센터. 회원권이 있는 숙소가 아니었기에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떠나기로 했다. 때마침 박해일과 신민아의 영화 ‘경주’도 개봉을 한다니 더욱 기대되는 도시였다. 숨겨진 환상과 낭만을 소개할 거라는 영화 ‘경주’. 그래서 이번엔 우리도 역사유적지로서의 경주가 아닌 여유와 힐링의 도시로 ‘경주’를 만나보기로 했다. 

경주1


동화 속 도시 같은 경주
경주하면 아직도 고등학교 수학여행이 떠오르고 해도 뜨기 전 어두운 길을 더듬으며 석굴암에 올라가던 추억부터 떠오르지만 막상 2014년에 만나본 경주의 모습은 기억 속 그것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지금의 경주는 천년 역사의 신비로움으로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마을들과 고즈넉한 휴양의 정서가 여유롭게 퍼져있는 도시였다.
경주관광책자에 소개된 길 중에 삼릉 가는 길이 있다. 월정교에서 출발해 양산재, 포석정을 거쳐 삼릉까지 총 8㎞를 걷는 거리다. 하지만, 그 먼 길을 꼭 다 걸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교촌마을에서 출발해 삼릉 가는 길의 초입인 벽화 그림이 그려진 포석마을까지만 걸어도 충분한 힐링이 된다.
사실 숙소인 드림센터 안의 풍경 또한 제주도 올레길 못지않게 좋다. 아침이면 만화영화 속 새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나뭇잎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며, 밤이면 나무의 정령들이 내려와 포근하게 감싸 안을 것만 같은 드림센터 안 정원은 인근에 테디 베어 박물관까지 있어 더욱 동화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여름의 더위가 부담스럽다면 수영과 스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블루원 워터파크를 이용하면 된다. 

맛집


맛있는 경주
주방이 없는 숙소의 특성상 식사는 외부에서 해결을 해야 했다. 여행 때마다 주방에서 여러 집이 지지고 볶으며 식사를 마련했던 터라 먹거리를 찾아 길을 나선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호텔이나 뷔페는 서울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니 경주만의 맛을 찾아보자고 길을 나섰다.
그 첫 집이 교촌마을 교리김밥이다. 요석공주와 원효대사의 러브스토리가 담겨있는 교촌마을, 역사 속 그들도 김밥을 먹어봤을까 궁금해 하며 걷는데 마을 입구에서부터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보인다. 서울에서도 김밥을 먹기 위해 이렇게 줄을 길게 서는 곳이 있을까? 추적추적 비까지 와서 저마다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도 사람들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교리김밥에 대한 기대로 줄서는 힘겨움을 잊는다. 비가 온 덕분(?)에 40여분 만에 손에 쥔 교리김밥. 계란 지단이 국수 가락처럼 포실포실 씹히는 것이 참 특이한 맛이었다.
김밥 메뉴는 오직 한 가지. 5~6명이 고개를 숙이고 기계처럼 김밥을 만다. 주인아주머니는 주문을 받으며 전체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김밥 썰기는 기계가 맡고 있다. 철저한 분업에 의해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교리김밥. 김밥의 달인으로 TV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고 한다. 오물오물 씹히는 김밥의 맛은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여 사장님의 인생이기도 하다.  

안압지


멋있는 경주
국제도시로 뻗어나가려는 경주의 특징 중 하나는 커피숍이다. 스타벅스나 엔제리너스 커피 같은 브랜드 매장도 외관을 동화적인 느낌이 나도록 예쁘게 꾸며놓았다. 디초컬릿커피나 카페인 등 마니아가 생기는 카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찾아간 곳은 토함산 속에 똬리를 틀듯 깊게 자리하고 있는 백년찻집. 감포로 이어지는 한갓진 길 중에서 만난 집이다. 어쩐지 입구에서부터 함부로 발을 들여놓기가 어려운 백년찻집. 마치 전설이나 설화 속 주인공이 문을 열고 맞이할 것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방문자의 마음을 턱하니 내려놓게 만든다.
묘한 분위기의 등이 여러 개 켜있고 진한 계피향이 손님을 맞이하기에 차 맛 또한 아주 독특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분위기만큼 손님의 미각을 압도하진 못했다. 들어갈 때 설핏 남아있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 나올 때의 백년찻집은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경주의 여러 얼굴을 담아내듯 찻집 또한 참으로 신비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경주의 밤 얼굴을 보고 싶다면 야경투어를 해보는 것이 좋다. 안압지의 야경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곳. 하지만 사람 많은 안압지가 부담스럽다면 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서출지를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대릉원과 첨성대 역시 야경으로 유명한 곳. 낮에 보면 너른 들판에 돌무더기가 우뚝 솟은 것처럼 시시해 보이는 첨성대도 밤에 보면 아름답고 신비한 우리 문화유적의 매력을 제대로 뽐낸다. 
역사유적지 방문을 목적으로 경주를 찾아왔다면 입 쭉 내밀고 싫어했을 아이들. 하지만 휴양과 낭만의 도시로 경주를 찾으니 사이사이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부담 없이 잘 따른다. 드림센터 안 넓은 축구장에서 공도 차고, 국립박물관이나 민속공예촌 탐방도 즐기고, 맛 집 찾아 돌아다니다가 전설 같은 선조들의 이야기를 만나기도 했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만나본 경주, 이웃사촌들과 함께 한 여행이라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경주 3대 김밥>
교촌 교리 김밥 : 얇고 포실한 국수 가락 같은 계란지단을 겹겹이 넣어 만든 김밥. 단순한 재료지만 흉내 낼 수 없는 계란지단의 간으로 김과 쌀밥을 어우러지게 한다. 대부분 포장을 해가는 사람들로 줄을 길게 서는데 간이 식탁에 앉아 갓 삶아낸 잔치국수와 함께 먹는 것도 별미다.
성동시장 우엉김밥: 김밥 위에 우엉을 푸짐하게 올려서 먹는 김밥이다. 짭조름하지만 달달하고 약간 칼칼한 맛을 낸다. 현재 성동시장의 김밥은 모두 우엉김밥으로 바뀌어 있는데 ‘보배김밥’이 원조김밥집이라고 한다.
중앙시장 홍아김밥: 소고기 볶음소가 맛있는 김밥이다. 동그랑땡 마냥 작고 귀여운 홍아김밥은 우엉과 소고기 볶음소가 적절히 어우러져 달콤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경주시내 학교들의 소풍을 담당하며 커온 홍아김밥답게 매일 대량 주문이 밀리고, 무작정 찾아온 일반 손님들은 맛보기가 힘들다.



<경주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하나. 자전거 투어
 자전거 전용도로가 유적지를 따라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어 자전거로 여행하기 편하다. 1시간 정도 소요되는 13㎞ 보문권 코스가 있고, 10㎞이지만 약 2시간이 소요되는 시내 역사기행투어 코스가 있다.
문의 자전거 대여점 (054)745-1303 www.gjbike.net
둘. 스쿠터 여행
50cc로 달리며 만나는 경주. 걷거나 자전거로 다닐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관광을 즐길 수 있다. 대릉원, 첨성대, 안압지, 박물관, 황룡사터, 분황사, 보문단지를 돌아보는 당일 코스가 있고, 불국사에서 숙박을 하는 1박 2일 코스가 있다.
문의: 경주터미널 스쿠터 대여점 010-8483-7879, 010-3444-3525
셋. 스탬프 투어
어디를 어떻게 가보는 것이 좋을지 고민된다면 스탬프 투어만큼 확실한 해결책도 없다. 김유신묘, 안압지, 천마총 등 15곳의 정해진 역사유적지를 돌아보고 가는 곳마다 빠짐없이 스탬프를 받아오면 된다. 과제수행력이 강하거나 목표지향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 적절한 방법이다.


이지혜리포터 angus70@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