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은 아침에 매일 늦게 일어난다. 준비하는 걸 생각했을 때, 학교에 늦지 않게 가려면 7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항상 8시가 넘어서야 그것도 마구 깨워야 일어난다. 아침을 떠먹이다시피 먹이고, 느릿느릿 옷 입는 걸 겨우 참고, 차를 태워서 신호위반 몇 개 정도는 우습게 하면서 겨우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 데려다 놓는다. 아침마다 속이 뒤집어지지만 그래도 아이가 지각을 해서 점수가 깎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초등학생인 둘째는 숙제를 잘 하지 않는다. 매일 저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하고 나서 보면 멍하게 핸드폰 게임만 하고 있다. 아빠가 숙제를 하자고 하면 책상에 앉긴 하지만 눈에 초점은 흐리다. 산수 문제를 불러줘야 겨우 힘없는 손짓으로 답을 쓴다. 아빠는 일부러 다른 건 더 하지 않더라도 학교 숙제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꾸역꾸역 저녁마다 과외선생님이 된다.
아이는 지금까지 지각으로 인한 벌점을 한 번도 받지 않았고, 숙제 검사에서 꼬박꼬박 도장을 받아왔다. 그리고 아빠는 지금의 무결점 상태를 지속하고 싶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아이가 아니라 아빠의 노력에 의한 것이다. 아빠가 출장이라도 가면, 매일 승용차를 타고 10분 만에 학교에 가던 아이는 버스를 타고 30분을 가야하는 등굣길을 견디지 못할 것이고, 아빠의 눈초리가 부담스러워 숙제를 하던 아이는, 다음날 선생님한테 혼날 때 “아빠가 없어서 못했다”라고 당당하게 핑계를 댈 것이다.
아빠는 학교에서 아이에 대한 공식적인 결점이 나타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공식적인 결점을 만들지 않기 위해 아빠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는 혼자서 30분 동안 버스도 타지 못하는 중학생이 되고 만다.
아이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아이의 행동에 대한 평가를 외부에 맡겨야 한다. 옆에 자신을 지켜보는 다수의 학생들이 있고, 학교라는 거대 집단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아이들을 대해야하는 선생님 앞에서는 아이가 규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
힘들지만 혼자 힘으로 학교 규칙을 따르면서 점차 더 큰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집에서 아빠가 해야 할 일은 숙제를 못하고 지각을 해서 선생님에게 혼나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왔을 때, “아빠도 예전에~”라고 하면서 진심어린 위로를 해주는 것이다.
지우심리상담센터 성태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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