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걸어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있는 호계 시장. 하지만 주차하기 편하고 널직한 마트가 편하다는 핑계로 전통시장 가기를 꺼려했던 것도 사실. 마침 대형마트가 휴일인 수요일. 산책하는 마음으로 장바구니를 들고 호계시장으로 향했다.
대형마트 안부럽다, 착한가격에 집 앞까지 배달
산책하듯 동네 구경을 하며 들른 호계시장.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는 시장 입구에 있는 마트에서 할인행사가 한창이다. “바나나 한묶음에 천원!” 호계시장 입구 ‘두리마트’와 ‘럭키마트’는 대기업의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로 인근에서 유명하다. 물건도 좋고 가격도 싸 자주 이용한다는 서지영(호계동)씨는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것은 물론, 배달까지 해주니 좋다”며 “일주일에 한번은 꼭 들른다”고 말했다. 마트 계산대 앞쪽에는 배달을 기다리는 장바구니가 가득하다. 두리마트와 럭키마트는 2만원 이상 구매시 집 앞까지 배달해 준다고. 회원카드를 만들면 적립도 가능하다.
사고 팔고, 주인과 직접 흥정하는 재미가 있다
마트를 지나 호계시장 골목.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금방 빼낸 흰 가래떡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집, 봄을 알리는 제철 채소인 ‘봄동’을 비롯해 냉이, 달래 등이 놓여있는 채소가게를 지나 각종 생선과 조개등 해산물이 가득한 생선가게 앞. 마침 옆에서 동태를 사는 아주머니를 보니, 시원한 동태찌개가 그리워진다. ‘그래! 오늘 저녁은 동태찌개로 결정’ “아저씨, 동태 한 마리 얼마예요?” “동태 한 마리 주시구요~, 오징어도 2마리 주세요.” 가져가기 좋게 포장되어 가격표가 붙여있는 마트 보다 시장에 놓여있는 생선이 훨씬 싱싱해 보인다. 시장에서는 가게마다 주인장이 일일이 설명해주고, 응대해주니 어쩐지 더욱 믿음이 간다. 단골 인듯한 한 아주머니는 커다란 자루에 담긴 꼬막을 얼마나 많이 사려는지 자루를 들었다 놨다하며 가격을 물어본다. 고개를 들어 간판을 보니, TV프로그램에도 나왔던 착한가격, 최고품질로 호계시장에서 유명한 ‘평화수산’이라는 생선 가게였다. 어쩐지, 오늘 생선 잘 샀네.
즉석 구운김, 맷돌에 갈아 만든 따끈한 손두부까지
준비한 장바구니에 생선을 담고, 코 끝을 자극하는 고소한 김 굽는 냄새를 따라갔다. 마트에 포장되어 있는 김이 아닌 즉석에서 구워주는 김을 사기로 결정. 주인아주머니가 가위도 없이 척척 김을 접어 잘라준다. 흐믓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넓고 둥그런 찜솥에서 김이 모락모락난다. 찐빵이다. 주먹 만한 찐빵이 5개에 3천원밖에 안하다니,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때 마침 따끈한 두부 한판을 들고 나오시는 주인아저씨. “이 두부는 맷돌에 직접 갈아서 만든 진짜 손두부야” 두부를 내놓자마자 두부를 사러오는 사람들. 놓칠새라 2천원에 커다란 두부 한모를 샀다. 가게이름은 ‘왕고집 찐빵 왕만두’. 주인장 이아형 씨는 “손두부 뿐만 아니라 찐빵, 왕만두, 찹쌀도넛, 꽈배기까지 직접 손으로 만들어 내놓는다”며 “맛이 좋아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고 자랑했다.
시장표 닭강정, 빵집, 먹거리가 한가득
이것저것 사다보니 제법 무거워진 장바구니. 슬슬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닭강정이 유혹한다. 금방 만들어 따끈한 닭강정, 머뭇거리자 주인아주머니가 먹어보길 권한다. “순한맛, 매운맛 반반씩 주세요” 무거워진 장바구니를 들고 길을 재촉하다 들른 빵집.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아닌 옛날 동네빵집의 카스테라. 그 맛이 고급스럽진 않아도 내 입맛에 딱이다. 사는 김에 카스테라까지. 호계시장에는 빵집이 2개나 있다. 고급스러워 보이진 않아도 예전에 먹던 그 맛이 그립다면, 먹어볼만 하다.
집에 돌아가는 길,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길이 힘들기도 하지만,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마트에 장보러갔을때는 느끼지 못하는 뿌듯한 기분. 앞으로 호계시장을 더 자주 다닐게 될 것 같다.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