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을 잘 모시는 일은 생명을 나누는 일이다”라고 김두일(71) 씨는 말한다. 김 씨의 부모님은 실향민으로 일가친척 하나 없는 외로운 삶을 보냈다. 그렇게 사신 부모님을 일찍 여인 김 씨는 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있었다.
전원생활을 위해 방문한 소초면 교항리 어르신들에게서 부모님과 같은 정을 느꼈다. 그 곳에는 최고령인 96세부터 마을에서는 청년으로 불리는 60대까지 평균 연령이 70대인 어르신들이 살고 있었다. 농사경험이 없던 김 씨를 동네분들은 곧 떠날 이방인으로만 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청기를 기증 받은 할머니가 사용법을 몰라 애를 먹는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매일 그 할머니 댁에 찾아가 아침에 끼워드리고 저녁에 주무시기 전에 빼드리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김 씨는 마을에서 꼭 필요한 이웃이 되었다. 급한 환자가 생기면 병원까지 모시는 일, 대신해서 장을 보는 일, 약을 사오는 일, 농약 치는 일, 소 대신 쟁기를 메고 비탈에 있는 밭을 가는 일 등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었다. 그런 김 씨를 동네 어르신들은 ‘진짜 가족’으로 인정해주었다. 동네 독거노인들의 장례식도 몇 차례 직접 치렀다. 그 중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 어르신의 장례식도 있었다.
지금은 문막에 살고 있지만 교항리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간다. 김 씨는 “내 부모에게 다 못한 효도를 하게 해주신 분들에게 더 감사하다”며 “그곳에 계신 어르신들께 받는 사랑은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라고 말했다.
신애경 리포터 rep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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