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삼복더위에 유리 그릇에 담긴 뽀얀 콩국수는 맛도 좋을뿐더러 지친 심신에 활력을 주는 보양식으로 각광을 받는다. 식물성 단백질인 콩으로 만든 콩 국물은 각종 성인병 발병의 주범인 육류성 단백질과는 달리 건강을 지켜주는 음식을 알려져 있다. 무더운 여름, 잃어버린 입맛을 살려주는 콩국수를 맛보러 백운호수 자연콩으로 달려갔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만든 건강밥상
자연콩에 도착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 집 주인인 우명희 씨를 찾았다. 정오가 지난 시각,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한낮인데도 밭에 나가 있다는 직원의 말에 발길을 옮겼다. 자연콩의 텃밭에는 지난 봄에 뿌려 놓은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상추, 치커리, 고추, 오이, 가지, 파, 시금치, 아욱 등이 먹음직스럽게 자랐고,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채소를 수확하는 주인을 만났다.
“날씨가 좋아 채소들이 많이 자랐어요. 손님상에 올릴 야채를 수확해 다듬고 깨끗하게 씻어 대접하려구요. 요즘같이 입 맛 없는 계절에는 이렇게 밭에서 방금 딴 신선한 야채와 함께 식사하면 입맛이 돌아오거든요.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모양은 밉지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손님들이 좋아해요.”
일반 시중에서 파는 채소나 과일은 때깔 좋은 것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기호에 따라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만 이곳에서는 발효시킨 퇴비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 그런 까닭에 모양도 예쁘지 않고 벌레가 많아 우명희 씨의 팔십 대 시어른 두 분이 일일이 잡초를 뽑고 벌레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대로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셨던 시어른과 남편은 전형적인 농부입니다. 자연콩은 제가 운영하고 있지만 이렇게 농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모든 일은 두 분의 시어른과 남편이 다 하시죠. 이 분들의 노고로 자연콩의 밥상이 건강해지고 있어요.”
국산콩으로 갈아만든 부드럽고 고소한 콩국물
건강한 밥상의 비결에 대해 듣고, 식당으로 들어와 콩국수를 주문했다. 점심시간이 지났고, 날씨가 너무 더워 콩국수 생각이 간절해졌기 때문이다. 콩국수의 주재료인 콩에 들어있는 단백질의 양은 농작물 중에서 최고이며 구성 아미노산의 종류도 육류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한다. 세계 장수촌 중 하나인 남미 에콰도르의 빌카밤바는 질병이 없는 면역의 섬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지역 장수 노인들의 건강 비결이 바로 콩이라는 것. 모든 주민이 유기농으로 재배한 콩을 주식으로 먹는다. 이렇게 사람 몸에 이로운 콩으로 만든 음식가운데 콩국수는 여름 한 철에 맛볼 수 있는 계절 메뉴가운데 하나이다.
자연콩에서는 콩으로 유명한 그녀의 친정동네인 경북 문경과 상주에서 가지고 온 콩으로 음식을 만든다. 흔히 콩국수를 소박한 서민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재료와 만드는 정성은 임금님 수라상 못지 않다. 콩을 오랫동안 잘 불려 삶아야 하는데 삶는게 그리 녹록치 않아 너무 오래 삶으면 메주 냄새가 나고 그 시간이 짧으면 콩이 설익어 맛이 없다. 불 조절이 관건이다.
“매일 새벽이면 남편이 두부를 만들고 콩을 삶아 콩 국물을 만들어요. 저희집 콩 국물은 입자가 부드럽고 미세한 것이 특징입니다. 흔히 거친 식감의 콩국수를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희는 콩을 갈아 고운 콩 물만 사용해요.”
큰 대접에 뽀얀 콩 국물과 함께 나오는 면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고명으로 얹은 오이채와 볶은 깨. 노란 국수 면발도 쫄깃하고 입에 착착 감긴다. 어릴 적 콩국수에 대한 추억이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있는데, 어머니가 하루 정도 불린 콩을 갈아만든 콩 국물에 소면을 넣어 말아먹었던 그 맛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콩국수를 먹은 뒤 몇 시간이 지나도 든든함이 남아 있던 콩국수. 역시 보양식이었다. 자연콩의 콩국수도 그런 맛이었다. 특히 콩가루가 함유된 국수면은 탱탱하고 쫄깃했다.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순두부에 간장을 척척 뿌려 먹고, 시원한 콩국수와 함께 먹는 알타리 무 김치는 왜 그리도 궁합이 잘 맞는지.
“올해부터는 콩 농사를 좀 지어볼까 해요. 흰콩(백태)은 벌레도 많고 손이 많이 가 농사가 어렵지만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 약이 되는 쥐눈이콩은 병충해에 강하다고 해요. 오이도 많이 심어 여름 한 철 손님들에게 오이지나 노각으로 반찬을 만들어 대접하려고 하고, 가지도 많이 심었으니 몸에 이로운 메뉴를 만들 생각이에요.”
자연콩 031-422-0059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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