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활짝 핀 장미를 만나면 그 화사함에 기분이 좋아지고 계절이 여름을 향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올해 제대로 된 꽃구경을 하지 못했다면 한 달간 절정의 모습을 보여줄 장미 꽃 세상으로 가보자.
장미를 만나 행복한 사람들
서울대공원 로즈가든(장미원)에 들어선 순간. 빨간, 하얀, 진한 자주, 주황에 가까운 노랑 등 너무 오묘하고 다양해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든 색색깔의 장미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스피린 로즈, 섬머윈트, 골드바니 등 각 장미마다 이름이며 원산지 등 설명이 붙어있지만 그 보다는 사진 찍기에 손이며 몸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매력적인 포즈를 선사하는 와이프를 위해 중년의 남성은 기꺼이 사진사가 되어주고, 화려한 장미원을 배경으로 딸과 영상 통화하는 엄마는 기분이 너무 좋다. 감정표현이 서툰 아버지도 어색한 듯싶지만 좋은 위치를 찾아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장미가 예쁘게 피었고, 곳곳이 장미향기로 은은하게 물들었을 뿐인데. 모두의 얼굴이 행복하다.
장미 덕에 마음의 문도 활짝 열렸는지 관람객들의 모습도 따뜻하다. 서로 자연스레 사진을 찍어주고 다시 마주치면 오래된 이웃을 만난 듯 환하게 웃어준다. 나무 그늘에 앉은 할머니와 애기엄마도 편하게 일상의 대화를 나눈다. 어느새 놀이터로 변한 바닥분수에서 물에 흠뻑 젖은 아이들은 마냥 좋다며 까르르 웃고, 아이들의 모습에 어른들도 행복해진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장미를 간직하고자 누군가는 추억을 만들고,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박정희 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화폭에 장미꽃을 담고 있다. "매년 풍경화가 회원들과 이곳을 찾고 있어요. 지금 그리는 장미는 작년에 고생해서 그렸던 것인데, 아쉽게 완성을 못해 올해 마무리 작업 중이에요." 작년에 머물던 장소를 찾아 그림 그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박 씨를 만난다면 장미가 얼마나 완성되었는지 확인해 보시길.
알아두면 유용한 장미원 이용법
로즈가든 입구에서 만난 첫 장미들에 집중하다 보면 빨강 풍차 아래 풍성한 장미들을 놓칠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장미가 예쁘더라도 장미원 지도를 보고 움직일 코스를 먼저 그려보자. 생각보다 사진 찍을 장소가 많기 때문에 시간도 여유 있게 방문하는 것이 좋다. 뜨거운 태양 때문에 몸이 지쳐간다면 곳곳에 있는 그늘에서 휴식을 취해보자. 언덕 쪽은 나무도 많고 공간도 넓어 돗자리를 펴고 쉬기에 적합하다. 장미원을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점은 최고의 장점이다. 반대쪽 호수 근처는 좁지만 졸졸졸 흐르는 물줄기가 있어 시원하다. 그냥 장미 주변에 머물고 싶다면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그늘 덕에 식사를 하기도 좋다. 바닥 분수 근처에 장미로 휘감긴 터널도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한 낮의 무더위를 피하고 싶다면 저녁에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은은한 조명 속 장미를 만날 수 있다. 금, 토요일은 오후 10시까지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후 9시까지 개장한다. 주말에는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우선 나무 그늘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며 책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의자와 책을 대여해 준다. 양귀비꽃 가득한 꽃무지개원에는 축구, 림보, 고리던지기 등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시설이 마련된다. 오후 7시부터는 이상림 사육사의 마법으로 보여주는 동물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장미가 무르익는 6월 중순에는 코끼리 똥으로 만든 재활용 도화지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하고, 그림 그리기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 가면 된다.
올림픽공원, 에버랜드에도 장미가 가득
올림픽공원 장미 광장은 8월 20일까지 개장한다. ''올림포스 12신의 정원''을 콘셉트로 각각의 화단에 그리스신화 속 신 이름이 붙여졌다. 정중앙의 제우스 화단으로 시작해 12번째, 마지막은 장미꽃을 처음 만든 여신 아프로디테의 화단이다. 장미의 생태, 꽃말, 전설 등 장미꽃에 관련한 모든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장미해설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된다. 에버랜드에서는 6월 15일까지 장미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29주년을 맞은 만큼 평소 접하기 어려운 ''가든파티'', ''존F케네디'', ''카사노바'' 등의 희귀 장미 종들을 만나 볼 수 있다. 6월 8일까지는 매주 주말과 휴일 저녁 야외영화제를 통해 인기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다.
김경미 리포터 fun_seek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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