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알뜰함, 나눠 쓰는 따뜻함

과천 녹색가게 운영하는 ‘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

지역내일 2014-05-27

지난주 수요일 오전, 과천 시민회관 2층 녹색가게를 찾았다. ‘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을 취재하기 위해서이다. ‘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은 생활 속에서 재활용 운동을 하는 20년이 넘은 나눔 공동체이다. ‘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이 운영하는 녹색가게와 재활용 강좌를 시작으로 수십 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해온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만나보았다. 

푸른


녹색 소비 실천하는 녹색 가게, 지역 주민들의 호응 높아
오전 11시, 녹색가게에는 벌써 사람들로 붐빈다. 30여 평 가게를 빼곡하게 채운 옷이며 가방 등의 물건을 살펴보는 지역 주민들이다. 뱃살 가리기 좋은 조끼는 2500원, 연분홍빛 고운 원피스는 단돈 2000원이다. 수십 벌의 청바지도 보기 좋게 모아놓았다. 30대 알뜰 주부는 초등 저학년 여자아이가 쓰기 좋을 분홍색 가방 세 개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졌다. 각각 1500원. 하트나 인형이 그려진 가방 모두 몇 번 사용한 티가 나지 않아 결정이 쉽지 않겠다. 옷 서너 가지와 신발까지 골라 계산대를 향하는 손님도 있다. 합계 8500원, 적립금을 사용해 계산한다. 
녹색가게는 중고생활용품을 살 수 있는 공간이다. 판매되는 물건은 기증받거나 판매를 목적으로 위탁 접수한 것들이다. 물건을 가져온 사람에게는 책정가격의 60%를 녹색카드에 적립해준다. ‘어디서 이 많은 물건이 들어왔지?’ 싶을 정도로 매일 접수되는 물건이 적지 않다. 특히 의류의 경우 저장공간이 없어 제철 의류만 접수, 판매할 정도로 물건이 많다.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 현재까지 녹색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은 7천여 명이 넘는다.
 
행복한 바느질 세상,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
‘푸른내일을 여는 여성들’의 주관으로 매년 진행되는 재활용 강좌 ‘행복한 바느질 세상’도 인기가 좋다. 버려지는 헌 옷과 못 쓰는 우산천을 재활용하는 대표적인 되살림 강좌이다. 3개월간 진행되는 강좌는 현재는 모집 공고가 나면 바로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바느질 세상에서 만드는 것은 미니 토드백부터 티슈커버와 반짇고리 등의 생활소품이다. 취지도 좋지만 판매되는 것 못지 않게 예쁘고 실용적이라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딸과 함께 바느질 세상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한진옥(비산동 56) 씨는 “바느질이 재미있다”며 “세상에서 하나뿐이 없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매년 5월과 9월에는 우산 수리행사를 연다. 우산살이 부러진 우산을 수선해주는 행사이다. 비용은 우산살 1개에 단돈 1000원, 고칠 수 없는 우산의 경우 기증받아 생활용품 만들기로 재활용된다. ‘푸른내일을 여는 여성들’ 김리나 간사는 “우산을 재활용함으로써 녹색 소비운동을 실천하려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20년을 함께 한 자원봉사자들, 자원봉사 활동 통해 보람 느껴
‘푸른 내일을 여는 여성들’을 이끄는 사람들은 주부들이다. 특히 자원봉사자 중에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오랜 세월 변함없이 봉사하는 주부들이 많다. 약 20년 동안 자원봉사를 한 박정혜 씨는 “1991년 과천 1단지에서 ‘생활용품을 다시 쓰고 바꿔쓰자’는 취지로 열 명 정도의 주부들이 모인 것이 봉사의 시작”이라며 “나 자신도 ‘푸른내일을 여는 여성들’과 함께 성장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박헌미 씨도 “강의를 진행하면서 교육생들에게 봉사나 재활용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가장 보람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아울러 “가족들이 자원봉사를 삶의 일부로 자연스레 생각하는 것은 물론, 엄마를 믿어주고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김정란
미니 인터뷰- ‘푸른내일을 여는 여성들’ 공동대표 김정란
녹색가게 운영은 100% 지역 주민의 자원봉사로 운영된다. 수익금은 실무자 한 명의 급여를 제외하고 모두 복지관과 양로원 등의 사회에 환원된다. 푸른내일을 여는 여성들의 김정란 공동대표는 자원봉사에 대해 ‘힘들지만 보람찬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역 녹색소비운동의 모체가 된 녹색가게 운영과 자원 재활용 활동에 대해 “3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서로서로 이끌어주어서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물건 하나를 버릴 때도 꼭 버릴 것과 사용할 것을 구분한다는 김 대표는 “자원봉사 지원자들이 최근에 너무 적다. 자원 봉사자가 부족해 봉사 시간이나 녹색활동을 더 늘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며 아쉬워했다. 김 대표는 “어학을 배우고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자원봉사를 통해 나와 남을 뒤돌아보는 것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소중한 힘”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의미 있고 가치있는 일에 동참하고 싶은 자원봉사자를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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