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나이차를 뛰어넘어 마흔 살의 유부녀와 스무 살의 천재 청년이 치명적인 사랑에 빠져 참혹한 현실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되는 드라마 ‘밀회’, 불륜과 사랑의 잣대로만 들여다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드라마다.
회를 거듭할수록 스토리와 설정이 익숙하게 다가온 것은 2년 전 대치동을 배경으로 강남의 사교육 열풍을 꼬집고 나름 순수한 영혼들의 불륜을 섬세하게 다룬 드라마 ‘아내의 자격’을 너무나 열심히 시청했기 때문이다. 안판석 감독, 정성주 작가, 그리고 김희애가 주인공인 것까지 같다. 화려한 자본의 허상을 쫓다가 온갖 추한 세태와 비리에 염증을 느끼고 불륜이지만 코드가 맞는 진정한 사랑을 만나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설정도 비슷하다. 자본주의 속에서 방향을 잃고 살아가는 우리의 가슴을 차분하지만 예리하게 후벼 파는 대사 또는 그러하다.
드라마 ‘밀회’ 곳곳에 숨어있는 혜원(김희애)과 선재(유아인)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어 본다. 선재가 연주하는 피아노의 선율처럼 잔잔하면서도 날카롭다.
선재: “왜 댁으로 안 가시고”
혜원: “집이라는 데가 가끔은 직장 같을 때도 있단다.”
혜원: “먹이사슬, 계급, 그런 말 들어봤어? 나는 그 중간 어디쯤 되겠지. 우아한 노비?”
선재: “그 여자가 제일 꼭대기예요?”
혜원: “꼭대기는 그 여자가 아니라 돈이다. 아니구나. 진짜 꼭대기는 돈이면 다 살수 있다고 끝도 없이 속삭이는 마귀?”
선재: “무슨 생각으로 20대를 그렇게 보내셨어요?”
혜원: “생계 때문도 아니고 지고한 가치를 위해서도 아니고 오직 상류사회의 사람이 되고 싶다. 그거 하나로 이를 악물었지. 고작 그것 때문에 청춘을 다 써버렸냐? 그러고 싶지?”
선재: “웃겨요. 엄청 웃겨요. 그런데도 아직은 아니야. 기다려봐 그러는 게”
특권층임을 내세워 허세를 부리고, 약자를 무시하고, 권력과 이익을 위해서는 서로 치열하게 헐뜯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뭉치는 세계 속에서 화려한 불빛을 포기할 수 없어 허우적거리며 상처받는 영혼들을 떠올려 본다.
이미지 출처: Jtbc ‘밀회’ 홈페이지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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