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과 함께 한 1박 2일 가평여행

뿌리칠 수 없는 5월의 유혹

지역내일 2014-05-19

어느 시인은 5월을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달''이라고 노래했다. 그 시구처럼 온 세상은 찬란한 햇빛과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더욱이 어린이날, 석가탄신일에다 개인적 행사인 결혼기념일까지 겹쳐 더욱 의미 있고 설레는 황금연휴였다. 그래서 남편과 오붓하게 떠난 여행길이었는데 나서자마자 우리는 고생길로 접어들었다. 사방에서 쏟아져 나온 차들로 도로가 꽉 막혀 있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언제 출발할까를 고심하다가 우리는 ''5월 3일쯤이면 비교적 한산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일부 직장인들은 근로자의 날(5월 1일)부터 시작되는 5박 6일의 긴 연휴여서 떠날 사람은 이미 떠났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
모두들 우리처럼 생각했던 것일까? 춘천방향으로 가기 위한 외곽순환도로 전체가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고 팔당대교로 가기 위해 하남 쪽으로 들어선 톨게이트는 서로 먼저 빠져 나가려는 차들로 뒤엉켜 있었다. 하남시를 관통하는 길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고, 팔당대교를 어렵게 건너서도 여전히 도로는 꽉 막혀 있었다. 6번 국도를 따라 양평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조안 쪽으로 빠져 45번 북한강로로 접어드니 상황이 좀 나아지는 듯했다.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북한강을 감상하며 여유를 부릴 수 있겠다 싶더니 그것도 잠시, 금남 IC를 통해 청평방향 46번 도로로 들어서니 또다시 주차장이 돼버린 차들의 답답한 모습이 나타난다. 

호명호수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 한다는 ''호명호수''

기나긴 여정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가평군 상천리에 도착하니 해가 중턱에 걸려있다. 평소 1시간이면 올수 있는 거리를 무려 4시간이나 걸려온 셈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늦은 점심을 먹은 다음 근처의 ''호명호수''로 향했다. ''호명호수''는 약간은 생소하고 낯선 이름이지만 국내 최초로 건설된 양수식 발전소의 인공저수지로서 주위를 둘러싼 산자락과 어우러져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 하는 곳이라고 전해진다.
도로가 나있긴 하지만 버스 이외의 자동차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호수로 가기 위해서는 진입로 입구에서 노선버스를 타거나 한 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하이킹도 할 겸 걷기로 했다. 막 걸음을 내딛는 순간 크게 내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호수의 시설점검을 위해 바닥까지 배수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바닥을 드러낸 물 없는 호수를 봐야하나? 첫 번째 관광지부터 어그러지니 실망감이 밀려왔지만 호수는 나중에 보기로 하고 다음 코스인 ''귀곡산장''으로 향했다.


귀곡산장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귀곡산장''

호명산 자락에 위치한 펜션 ''귀곡산장''은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조인성·송혜교 주연)''의 배경이 된 곳이다. 산비탈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니 정상부근에 덩그마니 정자 한 채가 서있다. 이곳은 둘레길이 교차되는 곳으로, 산악자전거와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마련해놓은 곳이라고 한다. ''귀곡산장'' 이정표를 따라 현기증이 날 정도의 비탈길을 다시 내려왔다. 왼쪽에 ''귀곡산장''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이 보인다. 울퉁불퉁한 흙길을 10여분 달려 펜션 주차장에 도착하니 으스스해 보이는 낡은 산장이 산중턱에 매달려 있다. 계단 옆 입구에서 처녀귀신으로 분장한 마네킹이 우리를 맞이한다. 대낮이라 그런지 전혀 무섭지 않고 오히려 생뚱맞다. 하지만 한밤중에 맞닥뜨린다면 섬뜩할 지도 모르겠다.
''귀곡산장''은 20여 년 전 화재로 사망한 한 30대 여성의 혼을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주변의 풍광을 감상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귀곡''이라기보다는 호젓한 ''산사''에 와있는 느낌이다. 출출해져서 먹을거리를 찾다가 감자전을 주문했는데 의외로 맛깔스럽고 고소했다. 예쁜 두 주인공이 머물렀던 곳이 어디였을까. 드라마 장면들을 떠올리며 곳곳에 세월의 때가 묻어있는 펜션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자라섬
오토캠핑장과 카라반으로 유명한 ''자라섬''
다음 목적지는 ''자라섬''. 30분 정도 달려 ''자라섬''에 도착했다. 1943년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북한강에 생긴 ''자라섬''은 ''남이섬''과 직선거리로 800m 정도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모양이 자라와 비슷하고, 비가 오면 물이 불면서 섬이 살짝 잠겼다가 나타난다하여 ''자라섬''이라 명명되었다고 한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비교적 한산한 느낌이다. 어린이날 기념행사로 5월 3일부터 6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불꽃축제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8월로 연기되었기 때문이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니 확 트인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가평올레 자라섬 재즈길 안내도를 따라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입구에서 이곳의 상징인 ''자라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한글 자음으로 만들어진 철제 조형물이다.
강가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느린 걸음으로 걷다가 벤치에 앉았다. 널찍한 운동장에서 마음껏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아이들, 4인용 자전거로 오랜만의 여유를 즐기는 가족들, 그리고 한쪽 강가에서 낚시를 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곳곳에 깨끗하게 조성된 캠핑장이 눈에 띈다. 이미 많은 텐트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지금 막 들어와 텐트를 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텐트는 집 한 채를 몽땅 옮겨놓은 것처럼 규모가 크고 웅장해 그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아이들과 함께 바비큐를 준비하고 있는 가족들을 보니 오래 전 유럽여행 중에 알프스 산에서 캠핑하던 생각이 났다. 반대편 잔디밭에는 잘 정돈된 카라반이 주차돼 있다. 카라반 역시 오토캠핑장만큼 인기가 좋아 여름철 성수기에는 물론이고 주말에도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다산
''다산유적지'', 정약용 선생의 업적과 사상이 살아 숨 쉬는 곳

다음날 일찍, 숙소 근처의 철쭉이 흐드러진 산책로를 걸었다. 아침이어서 약간의 한기가 느껴졌지만 맑은 공기와 꽃향기, 청량함이 세월호 참사로 우울했던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듯 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길을 나섰다. 오는 길에 최근 새롭게 단장했다는 다산 정약용 유적지에 들렀다.
조선의 대 실학자인 정약용이 태어나고 죽어 몸을 누인 광주군 초부면 마현리(현재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입구에는 다산 선생이 저술한 500여권의 서책과 실학사상의 정신을 표현한 조형물이 서있다.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양쪽으로 나무기둥이 세워져 있고 기둥마다 선생의 고귀한 글귀가 적혀 있다. 문화관에 들어가 전시돼 있는『목민심서』를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정약용 선생은 이 마을에서 태어나 조선의 개혁을 시도하였으나 결국은 오랜 유배생활 끝에 고향인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또 서재와 독서, 침잠하기에 알맞고 좋다하여‘여유당(與猶堂)’이라 불렀다는 본래 생가는 홍수로 떠내려가 이곳은 1975년에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먹 향기에 취한 서예 체험행사
뚜렷한 ㅁ자에 스무 칸으로 이뤄진 전통 한옥에는 오른쪽에 사당, 왼쪽에 생전의 유품을 정리한 유물전시관이 있고, 앞마당 한쪽에는 선생의 동상이, 생가 뒤 나지막한 언덕위에는 다산 선생과 부인(풍산 홍씨)의 합장묘가 있다. 묘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정약용 선생이 발명한 거중기 모형을 구경하고 서예 체험행사장으로 들어갔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끼리 붓에 먹물을 묻혀 화선지에 직접 붓글씨를 써보는 이벤트다.
몇몇 사람들이 붓글씨를 쓰느라 분주했고, 실내 가득 진한 먹 냄새가 풍긴다. 학창시절 배웠던 솜씨를 발휘해 붓글씨를 완성했더니 그곳의 관계자 한 분이 작품(?) 옆에 이름과 낙관을 새겨준다. 선생이 28세 때 용산과 노량진 사이의 한강을 건널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배다리를 건너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나른한 오후, 어느덧 5월의 한나절이 저물고 있었다. 귀경길은 제발 순조롭기를 바라며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TIP. ''자라섬'' 캠핑장 사용료
사용료

*유의사항
1. 캠핑장 내에 매점, 식당, 카페 등의 편의시설이 없으니 준비가 필요함. ?
2. 카라반에는 전기가 들어오나, 오토캠핑장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음.
3. 화장실, 샤워장, 취사장, 세탁실 등 공동시설은 무료.
4. -예약은 1개월 단위로 1개월 전에 개시한다.
   -8월 예약은 7월 초에 시작하며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예약개시 1주일 전에
    홈페이지(www.jarasumworld.net)에 게시한다.
   -보통 마지막 주에 공지하고 첫째 주에 예약이 이루어진다.


예약문의 : 031-580-2700
결제 및 환불 : 1544-5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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