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전통시장 가는 날 _ 군포역전시장

이웃의 정과 인심이 살아있는 따뜻한 장터~

지역내일 2014-05-13 (수정 2014-05-13 오후 4:43:43)

도시에 살다보니 종종 삭막함을 느낄 때가 있다.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와 건물 사이에 섰을 때 그렇고, 이웃과 마주쳐도 인사는커녕 행여 말을 걸어올까 눈길을 피할 때가 그렇다. 삭막함에 익숙해져 살지만 마음 한 구석은 언제나 따뜻함이 그립다.
이럴 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하게 되는 곳이 재래시장이다.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 정 많은  이웃들을 만날 수 있고 덤 하나 에누리 하나에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누구하나 예외 없이 열심히 사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감동이다.
군포역 바로 앞에 위치한 ‘군포역전시장’은 우리 이웃의 정과 인심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재래시장이다. 삭막함에 마음이 지칠 때 가끔 찾아 위로를 받는 이곳은 군포에서 역사가 꽤나 오래된 말 그대로 ‘재래’시장이다.

시장1




1900년대 초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시장
군포역 1-1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눈앞에 ‘군포역전시장’의 입구가 보인다. 역과 불과 1~2미터 거리. 역과 붙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까운 시장이다.
군포역전시장은 지난 1900년대 초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시장이라고 한다. 초창기 직접 만든 농산물을 가져와 팔던 이곳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어느 순간 시장의 형태를 이루게 됐다고.
노점상들이 우후죽순 늘어서있던 노후화된 장터는 지난 2009년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현대식 시설로 재단장 되었다. 수 십 여개의 상점들이 깔끔하게 변신해 입점하고 시장 천장에는 지붕도 만들어 궂은 날씨에 관계없이 장을 볼 수 있도록 조성했다.
그래서일까? 재래시장을 잘 찾지 않는 젊은 주부들도 깨끗하고 편리해진 시설 덕분인지 쉽게 눈에 띈다. 거기다 유모차를 끌고 온 아기엄마들도 더러 보이고.
군포역전시장은 여느 재래시장들처럼 다양한 물건과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채소, 생선, 과일, 정육점, 옷, 신발, 건어물, 약재 등 파는 물건도 없는 게 없다. 시장은 역시 흥정이 제 맛. 여기저기서 물건 값을 깎고 덤을 챙겨주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시장 안 생선가게에는 빨간 홍게가 긴 다리를 내밀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탐스러운 붉은 빛깔 때문이지 보기만 해도 입안에서 군침이 돈다.
“오늘 새벽에 올라와서 아주 싱싱해요. 싸게 줄게 집에 가서 쪄먹어 봐요. 다리에 살이 꽉 찬 게 물건이야 물건.” 홍게를 유심히 보는 줄 알았는지 생선가게 주인장의 추임새가 이어진다.

저울




양심저울과 베트남 상점도 군포시장만의 볼거리
그리 길지 않은 군포시장이지만 내부를 걷다 보면 시장 중간쯤 이색적인 물건 하나를 만나게 된다. 바로 ‘양심저울’. ‘의심나면 저울에 확인하세요’ 라는 문구와 함께 채소나 생선을 파는 가게 등에서 흔하게 쓰는 저울 하나가 놓여 있다.
한 상인은 “중량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판매한다는 우리 시장 상인들의 마음이 담겨있지”라며 양심저울을 소개했다.
주부들이 재래시장을 꺼리는 요인 중에는 중량 속이기도 있다. 양심저울은 그런 주부들의 마음을 아는 듯 시장 중간에 서서 상인들의 정직한 다짐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장보러 나온 50대 주부는 “처음에는 신기해서 한두 번 저울에 달아보기도 했지. 하지만 이젠 안 달아봐요. 여기 상인들을 믿는 거지. 오래 다니다보니 신뢰도 쌓였고 양심저울을 놓을 만큼 정직하게 판다는 걸 강조하는 거니깐 믿음도 가네요”라고 말했다.
믿음이라. 물건을 사고파는 이들의 믿음이 오랜 역사를 가진 군포역전시장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쯤 더 걸었을까? 시장 양 옆으로 낯선 글씨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쓰여 진 걸 보니 외국 물건을 파는 상점이지 싶다. 이런 상점이 두 곳이 있는데 주로 베트남 물건을 파는 상점이란다. 주인도 베트남 사람이다.
상점 주인은 유창하지 않은 한국어로 “시장 주변 동네에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 그들을 위해 고향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해 줬다.
상점 안에는 동남아 국가에서 흔히 먹는 열대과일 ‘두리안’부터 향신료와 가공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이곳을 둘러보니 마치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기분이 들 정도.
군포역전시장은 오랜 시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며 이웃의 정과 인심, 그들의 삶 자체를 투영해 왔다. 100년을 지내온 것처럼, 앞으로 200년, 300년 계속해서 이곳에 머물러주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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