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딩 포레스터’라는 영화가 있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이 영화는 숀 코너리가 출연해 올바른 지식과 지혜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참 스승의 모습을 보여주어 감동을 선사했던 영화였다. 스승의 날을 맞아 오늘날의 스승을 바라보는 모습에 이견이 많다. 지금의 교육 현실에 대해 흔히 ‘교사는 있어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어도 제자는 없다’라는 말을 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했던 스승에 대한 신뢰와 위엄은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 되었지만 스승과 제자간의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바라보는 모임이 있다.
스승의 날을 며칠 앞 둔 지난 주 월요일 정성학원 강의실. 저녁8시가 조금 넘자 학생 또는 회사원 인 듯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바로 선생님들을 만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학원을 찾은 이들은 정성학원 동문회 임원들이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잊지 않고 학원을 찾아와 선생님들을 뵙고 가는데 동문회 결성 이후부터는 외부장소에 선생님들을 모시고 스승의 날 행사를 진행했고, 오늘은 그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모였다. 성격도 직업도 다양한 이들이 때론 울고 웃으면서 보냈던 정성학원에서의 중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황순영(34세) 동문회 회장. 응급의학과 의사.
이주엽(29세) 현대자동차 근무
이상헌(25세) 서울대 대학원생
노지혜(28세) 전 삼성서울병원 간호사
황순영: 학교 동문회는 들어봤어도 학원 동문회는 생소하시죠? 저희 학원이 개원한지 20년이 넘었으니 동문회 결성도 현재 99학번부터 07학번까지 구성되어 있어요. 핵심 멤버만 50명이 넘어요. 같은 학원을 다닌 인연으로 결성된 모임이니 친목도모나 정보공유 등을 활발하게 하려고 합니다. 정성학원은 학원이라고 한마디로 규정짓기에는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아무도 이해 못할 거예요. 이곳에는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신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있는 곳입니다. 그 소중함을 우린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또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임을 가졌죠. 우리한테는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모임입니다.
저는 중3 말에 장사를 하시는 부모님이 믿고 맡길 곳을 찾던 중 정성학원을 알게 되어 다니게 되었는데 이곳은 문제풀이 요령이나 가르치는 그런 입시학원이 아니었어요. 투철한 사명감과 교육철학을 가진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일일이 챙겨주고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던 곳이었어요. 제 인생에서 이 학원을 다녔던 게 전 행운이었다고 생각하고 스승이라고 부르고 싶은 분들이 바로 절 가르쳐주셨던 정성학원 선생님들입니다.
이주엽: 저는 박달초 5학년 때 학원에 처음 와 고3까지 다녔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춘기와 중 고교시절을 다 이곳에서 보냈는데 특히 중학교 시절의 기억이 많이 납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학원이 많지 않아 멀리 서울에서 오는 아이들도 있었고 매우 엄격한 분위기에서 공부했는데 선생님들 누구도 아이들을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주시지 않았어요. 골고루 관심을 가져주셨고 특히 원장님은 어머니같은 분이었어요. 그 분의 학습법은 무척 인상 깊었는데 문학전집을 항상 읽게 하셨어요. 그 당시엔 책 읽는 것이 힘들었는데 후에 대학교를 거쳐 회사원이 되고 보니 그분의 수업방식이 지금 말하는 창의력 개발의 토대가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대학시절이나 입사 준비를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시간이 흘렀어도 제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된 학원생활이었습니다.
이상헌: 중1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이 학원에 왔고, 다니면서 이 학원 선생님들의 교수법에 대해 많은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보통 일반적인 학원은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느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암기를 시킨다는 것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선생님들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정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사실 학원에서 배운 것 중 암기가 기반이 되지 않는 것은 없었어요. 국어나 영어, 수학도 기본 공식을 외우지 않고서는 문제를 풀 수 없듯이 대학에 가서도 학원에서의 수업방식은 옳은 방향이었다고 기억됩니다. 대학 수학교과서 서문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암기를 기본으로 하지 않고 자신한테 창의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만큼 멍청한 사람이 없다’라고요.
노지혜: 중1이었던 2000년도부터 학원을 다녔어요. 근데 이곳은 단순히 공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 가서도 잘 적응하고 자신의 진로를 설정해 어떤 난관에 부딪혀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던 곳이었어요. 전 이곳에 처음 와 자습실이 있었던 것이 좋았어요. 지금으로 말하면 자기주도학습 이었던 거죠. 논술노트에 일일이 원장님이 첨삭을 해주셨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한마디로 세상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셨어요. 그런 과정들이 훗날 제가 간호사라는 일을 하면서 어려울 때마다 적응을 잘 하는 것도 그런 영향 때문인 것 같아요.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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