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시골 김경래의 전원스타일

봄꽃 찾아 떠난 아이들을 생각하며…

지역내일 2014-05-08
분향소를 찾았다. 노란 띠에 ‘어른이라 부끄럽다!’란 글을 써서 공중에 달았다. 하늘을 따라 노란길이 생겼다. 길다. 자원봉사를 하는 아주머니가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아준다. 국화송이는 이미 동이나 없었다. 빈손으로 분향소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옆에 섰던 할머니 한분이 흐느낀다. 묵념을 하고 분향소 앞을 나오니 사진이 걸려있다. 그 걸보며 눈물을 훔치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 모습도 보였다. 내가 부끄러워해야 하고 미안하다고 수없이 말해야 했던 그 아이들과 같은 또래다. 고등학교 2학년 둘째 딸을 꼭 닮았다.
처음에는 멍했다. 그러다 화가 났다. 분하다. 울화통이 터진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어찌된 나라인가? 싱그러운 봄을 찾아 배를 탔던 철모르는 아이들은, 승객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윽박질러놓고 꼭, 반드시 책임을 졌어야 할 선장이란 사람과 선원들은 제 목숨만 건사하려 출구를 열고 영화처럼 탈출했다. 그런 잡것들을 구하겠다며 헬기를 띄우고 배를 띄우며 허둥거리는 해경들의 모습은 실망을 넘어 절망이다. 너무 안일하다. 사는 것에는 눈꼽만큼의 진심도 진지함도 없다. 눈치로만 산다.
그 사이 바다 속에 처박혀 물이 차오르는 선실에서는 봄꽃같은 아이들이 제 부모와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걱정하지 말라고 우린 괜찮다고, 죽음이 뒷덜미에 와있는데도 해맑다. 그렇게 밝고 맑았던 소식은 이제 끊겼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맘껏 즐기고 싶었던 아름다운 봄날은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돌아올 기미가 없다.
삶에 진지함이 없다. 진심없이 적당히 웃고 떠들며 제 욕심 챙기며 사는 것에 너무 익숙하다. 그렇다 쳐도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매뉴얼이 있다면 거기에 따를텐데 그것도 없다. 그걸 만들고 책임질 어른이 없다. 내 것만 챙겨 대충 적당히 욕심내고 뭉개면 편하다. 큰일마다 한바탕 호들갑 떨고 나면 업그레이드는 없고 또 시작이다. 그 틈에서 마피아들이 생긴다. 이번엔 해수부마피아를 들먹인다. 모두 깡패다. 힘밖에 없다. 그 힘을 저 혼자, 제 가족들이나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데 올인한다. 그걸 의리라며 으스댄다. 그것들을 리더라고 따른다.
이런 꼬락서니를 보면서 누군 나라를 떠나겠다고 하고, 누군 무기력해져 더 이상 의욕이 없다며 하던 일을 정리하겠다며 분풀이를 한다. 난? 농사나 지으러 가야겠다. 뿌린 만큼만 거두어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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