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연구로 한양대 생명과학과 합격한 오종화 군

입학사정관도 인정한 거미 연구 열정

지역내일 2014-01-13

오종화고등학생이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연구를 즐기면서 스펙도 쌓고 대학 입시관문까지 뚫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2014학년도 대입 수시에서 거미 연구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한양대 생명과학과(입학사정관전형 미래인재)에 합격한 오종화 군(중산고)이 바로 그런 사례다. 


‘타란툴라’ 사냥하는 모습에 반해
오종화 군은 어릴 때부터 유난히 곤충을 좋아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에는 사마귀에 빠져 직접 키우다가 알까지 부화시키기도 했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대형 거미인 타란툴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새끼 한 마리를 사서 키우다가 점점 수가 많아져 열 마리 넘게 키우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징그러워하는 거미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바로 사냥하는 모습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타란툴라는 2년 정도 키우면 어른 손바닥 크기만큼 자라는데 먹이로 살아있는 귀뚜라미나 쥐를 준다. 거미는 눈이 퇴화됐기 때문에 먹이를 넣어주면 일단 바닥에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다가 먹잇감이 거미줄을 밟는 순간 진동만으로 위치를 파악해 바로 돌진한다. 그렇게 사냥하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라 거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거미 연구 논문 쓰고 신종 발견까지
처음에는 부모님이 거미 키우는 걸 반대해 몰래 키우기 시작했는데 수가 많아지면서 결국 들켜 혼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온라인 거미동호회에 가입해 정보를 공유하며 번식시키기에 도전했고, 160여 마리까지 부화시키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오종화 군이 거미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 동호회 회원들끼리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주필 거미박물관’을 방문해 박물관을 세운 김주필 교수를 만난 후부터다. 박물관에 다녀온 후 따로 김 교수를 찾아가 거미 연구를 하고 싶으니 도움을 달라고 부탁하자 김 교수는 “거미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가 많지 않아 유망한 학문분야”라며 격려해주었다. 그날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지하철로 약 2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오가며 거미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그 결과 고1이 끝나갈 무렵에 (사)한국거미연구회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고 그때부터 연구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중학생 때부터 계속해온 거미 연구를 바탕으로 중산고 논문 프로그램인 ‘중산과제연구(JRP)’에서 1등을 차지할 수 있었고,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도 받을 수 있었다. 고3을 앞둔 봄방학 때 김 교수와 거미연구회 회원들이 함께 스리랑카로 채집여행을 갔다가 ‘깡충거미과’ 신종을 발견해 학술지에 발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박사도 되고 일본 학술지에 논문도 발표하고 싶어
오종화 군은 오랜 거미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들을 바탕으로 대입 수시 입학사정관전형에 도전했다. 자기소개서에는 단순히 그런 결과들을 나열하기보다 어떻게 해서 거미 연구를 시작하게 됐으며, 지원한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자신의 순수한 열정을 보여주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런 그의 열정을 인정받아 총 세 군데 대학 1단계 서류전형에 합격했으며 그중 한양대 생명과학과 2단계 면접고사에 응시해 최종합격했다. 1단계 합격발표 후 불과 3일 만에 2단계 면접고사를 봤지만 오랫동안 진정으로 자신이 원해서 거미 연구에 빠졌기 때문에 면접 준비를 따로 할 필요 없이 면접관이 묻는 질문에 당당하게 술술 답할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점이 입학사정관들의 마음을 움직여 평소 자신의 내신 성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대학에 최종합격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 것이다.
“거미 연구를 평생 계속하는 것이 꿈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데 일단 합격했으니 꿈의 절반은 이룬 셈이다. 대학에서 박사과정까지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해 거미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 학회에 논문을 발표하고 싶다.”
일찌감치 입시를 마무리한 오종화 군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거미도 사고 취미로 열대어도 기르면서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싶다고 한다.


하고 싶은 일 찾아 열정 쏟아라!
집에서 오랫동안 거미를 키우다보니 어려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고 에피소드도 많았다. 한 번은 거미가 사는 집 뚜껑을 닫지 않아 밖으로 탈출한 적이 있었다. 며칠간 온 집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찾지 못해 포기하고 있었는데 약 4개월 후 우연히 책장을 정리하다가 안쪽에서 거미를 발견했다. 그때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거미줄을 치고 먹이도 없이 4개월을 버틴 걸 보고 무척 놀랐고,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먹이 없이 버틴 실험사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렇게 직접 부딪치며 터득한 지식이 점점 쌓여 거미 전문가가 됐고 대입까지 성공적으로 연계시킬 수 있었다. 오종화 군은 앞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그저 즐겁기만 하다.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가 공부 외에 좋아하는 한 가지에 깊이 빠지면 걱정부터 하지만 열정과 끝까지 할 마음자세만 갖추고 있다면 분명히 인정받을 수 있다. 아직 특별한 관심분야가 없는 경우 다양한 체험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열정을 갖고 일단 한 번 도전해보길 바란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려면 공부는 기본이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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