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탐방 서촌

시간을 멈추고 느릿느릿 걷는 옛 골목길

지역내일 2014-05-05

언제부터 아파트에서 살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아파트 문화에 익숙한 나에게 ‘골목’은 낯설고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구불구불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찾던 집이 아닌 다른 집이 눈앞에 나타나 당황스럽기도 하고, 지도를 손에 들고도 내가 가고 싶은 그 집을 찾지 못해 막막함도 느끼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고 전혀 기대하지 못한 즐거움을 주는 골목길. 옛것과 새로운 것이 함께 어우러진 서촌 역시 그런 곳이다.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에 자리한 서촌 골목으로 들어가 보자.

서촌1
 
철물점 옆 스파게티 가게가 너무나 자연스러운 곳
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을 일컫는다. 흔히 이곳과 대비되는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북촌은 주로 사대부 집권세력의 거주지였던데 반해 서촌은 역관이나 의관 등 전문직의 중인들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또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화가 이중섭과 시인 윤동주, 작가 이상 등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거쳐 간 곳이기도 하다. 그런 지리적 사연 때문인지 반듯하게 정돈되진 않았지만, 삐뚤빼뚤 이어지는 골목길의 정취가 더욱 친근하고 멋스럽게 다가온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앞으로 죽 걷다보면 하얀 색의 고전적인 우리은행 건물을 만난다. 이곳을 지나면서부터 막 서촌 골목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통인시장을 거쳐 곳곳의 갤러리와 카페, 맛 집을 구경하다보면 박노수미술관에 다다르는데, 이 일대를 서촌이라고 일컫는다. 어느 길로 갈까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내가 구경하고 싶은 숍들을 찾아 발길 닿는 대로 걷다보면 어느새 미술관이 나오고, 공방도 나오고, 시장도 나온다.
이미 매스컴을 통해 널리 알려진 북촌이나 삼청동과는 달리 서촌은 아직 상업화의 덜 되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허름한 옛 철물점 옆에 깔끔한 인테리어의 스파게티 가게가 나란히 있지만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잘 어울리는 풍경 또한 서촌만의 매력이다. 또 테이블이 대여섯 개 놓인 자그마한 음식점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른바 ‘맛 집’이라고 알려졌지만 매뉴얼대로 착착 움직이는 대형 음식점이 아닌,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자그마한 음식점들은 오래전 보았던 영화 ‘카모메 식당’을 떠오르게 한다. 마치 거기에 앉으면 자기만의 레시피를 가진, 자부심 있는 쉐프가 나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식사를 준비해줄 것만 같은 그런 곳들이 많아 다 들어가 보고 싶어진다.
 
서촌2

인형, 천연비누, 한지공예…아기자기한 공방들도 많아

서촌 골목을 걷다 문득 ‘여기 참 색다르네?’라고 생각한 점 하나는 갤러리나 공방이 카페를 겸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키우느라 가로수길이나 삼청동 길 같은 번화한 곳에 안가본지 한참 되어서 요즘 트렌드를 잘 모르지만,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갤러리 겸 카페는 참 신선했다. 팔찌,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 갤러리와 카페, 인형공방과 카페, 옷이나 신발, 소품을 함께 판매하는 카페 등 커피를 마시며 눈요기도 할 수 있는 이런 공간들이 색다르면서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서촌 골목에는 인형, 액세서리, 천연비누, 한지공예 등등 다양한 공방들이 모여 있다.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와 함께 이곳 골목을 걷는다는 것은 시간을 놓아버리고 이곳에 빠져들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손작업에 서툴고 별 흥미를 못 느끼는 건조한 엄마와는 달리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은 길에서 만나는 모든 공방마다 멈춰 서서 예쁘다고 환호성을 지르고 구경하고 만들고 싶다고 조른다. 딸 덕에 엄마도 모처럼 둥근 귀에 앙증맞은 코를 가진 곰돌이도 구경하고 색색의 액세서리로 눈이 호강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이 열리는 공방도 있으니 시간 여유가 된다면 한 번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통인
 
통인시장 도시락카페와 다양한 맛 집…골라먹는 재미
서촌 나들이 길에 맛있는 것을 먹는 기쁨을 빠뜨릴 수 없다. 기름 떡볶이로 유명한 통인시장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곳에서만 경험해볼 수 있는 즐거운 이벤트가 있다. 바로 ‘도시락카페’. 통인시장에서 통용되는 엽전으로 시장 내 가맹점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엽전으로 구입한 후 도시락카페에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통인시장 고객만족센터에서 한 개에 500원인 엽전을 10개 묶음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낱개로도 구입이 가능하다.
기름 떡볶이, 떡갈비, 전, 김밥, 떡, 기타 다양한 반찬들을 골라 담고 도시락카페 내에서 밥과 국을 구입한 후 먹는 통인시장 도시락. 맛도 맛이지만 도시락 들고 다니면서 고르는 재미에 아이들은 신이 났다. 아이들에게는 떡갈비, 어른들에겐 기름 떡볶이가 가장 인기! 가격은 떡갈비 1개 엽전 1개, 기름 떡볶이 1인분 엽전 2개, 잡채 1인분 엽전 2개, 식혜 엽전 2개 정도이다. 피크시간을 살짝 피해서 가면 여유롭게 먹을 수 있다.
-위치: 서울 종로구 통인동 10-3
-문의: (02)722-0911
-이용안내: 화요일~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5시
           (엽전 구입은 오후 4시까지, 매주 월요일/셋째 주 일요일 휴무)
 
서쪽으로 난 통인시장의 문을 나서면 서촌의 또 다른 명물 ‘효자 베이커리’가 자리하고 있다. 동네 빵집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난 현실이지만 이곳은 수십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전통과 맛이 입소문이 나면서 서촌나들이 길에 빠뜨리지 않고 들리는 명소가 되었다. 콘 브레드, 양파크림 베이글, 오븐에 구운 크로켓 등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춤한 빵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위치: 서울 종로구 통인동 43-1번지
-문의: (02)736-7629


효자

‘효자 베이커리’에서 사직로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일본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누하의 숲(누하 노 모리)’가 있다. 메인 메뉴가 2가지 정도일 정도로 선택의 폭이 좁지만 주말 식사시간에는 30분 이상 대기해야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런치 A메뉴는 고정메뉴로 치킨 남방정식이고, B메뉴는 매월 바뀌는데 4월에는 연어구이였다. 다음 달 B메뉴는 어떤 것일지 기대가 된다.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부인이 운영한다는데 작고 아담한 일본풍 장식과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위치: 서울 종로구 누하동 45-2
-문의: (02)733-5632
-이용안내: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오후3시~오후6시 휴식시간, 화요일 휴무)
 
미술관과 박물관도 여럿 있어 예술의 향기도 풍겨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스쳐간 만큼 서촌과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듯하다. 서촌지역에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우선 서촌 제일 안쪽에 있는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은 남정 박노수 화백이 기증한 작품과 컬렉션 등 총 1,000여 점의 소장품을 가진 미술관이다. 또한 미술관으로 개방된 가옥은 박노수 화백이 40여 년간 살던 집으로, 미술관 소장품을 활용한 전시와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아담한 2층 벽돌집에 들어서면 마치 소설의 한 장면 속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옛 모습이 잘 간직되어 있고, 화백이 직접 수집한 수석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정원도 무척 아름다웠다. 현재 박노수미술관에서는 박노수 화백 작고 1주기 기념전인 ‘수변산책’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8월 17일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박노수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위치: 서울 종로구 옥인1길 34
-문의: (02)2148-4171
-관람안내: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 종료 30분까지 입장 가능)


서촌 골목에서 경복궁 쪽으로 걸어 나오다 보면 만나는 ‘대림미술관’에서는 ‘트로이카: 소리, 빛, 시간-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전이 열리고 있다. 런던이 주목하는 천재 아티스트 트리오, 트로이카(TROIKA)는 조각, 드로잉, 설치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면서 자신들만의 실험적인 제작 방식을 발전시키며 과학과 예술을 교차시키고 기술과 감성을 융합하는 작업들을 진행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어 사라져가는 테크놀로지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전시는 오는 10월 12일까지이며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대림
<대림미술관>
-위치: 서울 종로구 통의동 35-1
-문의: (02)720-0667
-관람안내: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와 이어지는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의 국왕과 왕실의 역사, 문화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문화재 및 궁중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왕실문화 뿐 아니라 조선시대의 천문과학과 대한제국의 역사와 유물도 살펴볼 수 있어서 아이와 함께 방문하기에 좋다. 특히 ‘종묘’와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 등의 유․무형유산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전시 ‘종묘 특별전’이 오는 8월 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고궁
<국립고궁박물관>  
-위치: 서울 종로구 효자로 12
-문의: (02)3701-7500
-관람안내: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입장은 오후 5시까지)
           주말&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입장은 오후 6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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