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전통시장 가는 날-석수시장

빈티지한 매력이 숨어있는 추억의 장터

지역내일 2014-04-23

언제부터인지 재래시장은 우리의 추억 속에 자리한 공간으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밀려 제 기능을 잃어 가는 재래시장의 몸부림은 처절하리 만치 안쓰럽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디지털 세상. 손가락 터치 하나로 물건을 사고 파는 시대의 흐름은 그 옛날 장터에서 마주하던 상인들의 후덕한 인심도 망각하게 한다. 

석수


아담한, 따뜻한, 정겨운 시장
안양에는 재래시장이 제법 많다. 중앙시장, 박달시장, 관양시장, 호계시장, 석수시장. 그 중에서 석수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다른 곳의 재래시장 못지 않게 사람들의 인심이나 정겨움은 남다르지 않다. 훈훈한 사람냄새가 나는 석수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석수시장으로 가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안양1번가를 중심으로 서울 방향으로 안양대교를 건너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이 나온다. 시장에는 좁다란 골목길도 있고 규모는 작지만 소박한 상인들의 모습이며, 아기자기한 시장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차를 세우기 위해 시장 안을 둘러보다 손님들을 위해 확보해 둔 널찍한 주차공간에 느긋하게 차를 세우고 시장 거리를 활보해본다.
봄 햇살이 달달한 오후. 저녁 찬거리를 사러 온 사람들의 손에는 저마다 시장바구니가 들려져 있다.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생선가게 앞에서는 한창 물이 오른 생선을 고르느라 흥정이 벌어진다.
“봄 도다리가 왔어요. 쭈꾸미, 바지락도 맛있고 집 나간 며느리가 요리하러 다시 돌아올 만큼 맛이 기가 막혀요.”
상인의 목청 좋은 소리에 길 가던 손님이 발길을 멈춰 선다. 옆집 채소가게에서는 향긋한 봄나물이 파릇파릇한 빛깔을 뽐내며 겨우내 잃어버린 입맛을 자극한다. 달래, 냉이, 씀바귀, 취나물, 유채나물, 얼갈이 배추도 투명한 비닐에 얌전하게 포장되어 손님들의 시장바구니로 속속 들어간다.
“봄에는 나물이 최고야. 보약이지 보약. 아삭한 나물에 밥 한 공기 넣고 쓱쓱 비벼먹으면 나른했던 몸이 금방 기운을 차리지.”
갖가지 나물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던 50대의 주부는 저녁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길을 재촉하고 시장 어귀에 있던 꽃집에는 화려한 빛깔의 봄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연산홍, 패랭이꽃, 팬지 화분이 미스코리아선발대회처럼 나란히 줄을 서 손님들을 유혹한다.
7, 80년대 시절의 신발가게처럼 조그마한 가게 입구에는 할머니가 신발을 고르고 있었다.
“날씨도 따뜻하고 이젠 겨울신발 벗어버리고 예쁜 운동화 하나 사 신을까해서 나왔어. 노인정가도 요즘에는 다 가벼운 운동화 신고 다녀. 손자가 하나 사준다고 했는데 내 손으로 사면되지. 뭘 기다려.  ”
이것저것 고르느라 한참을 망설이던 할머니의 손에도 어느덧 노란색 운동화가 까만 비닐봉지에 담겨진다. 


시장과 예술이 만나는 아름다운 공간
석수시장을 말할 땐 스톤앤워터를 빼놓을 수 없다. 석수시장의 중심에는 예술가의 공간인 스톤앤워터가 있다. 커다란 삽 모양 간판이 인상적인 스톤앤워터. ‘시장을 미술관으로 미술관을 시장으로’ 라는 모토에 걸맞게 시장의 빈 점포를 빌려 전시관으로 운영하기도 하고 시장 속 사람들의 작품들을 미술관에서 전시하기도 했던 공간이다. 스톤앤워터로 가는 길에는 카페 도마뱀 다방이 있다. 도마뱀 그림이 인상적인 곳. 그리고 다방이라는 간판에 더욱 눈길이 가는 그래서 색다른 공간이다.
스톤앤워터는 2002년부터 석수시장의 유휴공간과 안양천을 거점으로 생활 속의 예술을 표방하며 공공성, 지역성, 생태성에 입각하여 삶과 예술이 조우하는 다양한 예술활동과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비영리 복합예술 공간이었다. 그동안 이곳에서 진행했던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개관전인 2002 리빙퍼니처 전, 2003 구 안양경찰서 유치장을 활용한 리바이벌 전, 2004 삼덕제지 폐공장과 안양천을 연결했던 안양천프로젝트 FLOW, 2005∼2006 석수시장프로젝트를 비롯해 석수아트프로젝트, 지역 협력 프로젝트-배달의 기수, 우리 동네 등이 있다. 특히 석수시장에서 펼쳐진 아트 프로젝트는 활성화되지 못한 재래시장에 예술가들이 들어가 지역과 소통하며 작품활동을 해 왔던 프로젝트로 지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예술로 말하기 등을 통해 지역 상인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교감했던 프로젝트였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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