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동남아나 중국은 물론 중동과 동유럽 국가에서도 한국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연예인을 좋아하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불던 한국어 학습붐이 경제 강국으로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연령에 상관없이 번져가는 추세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는 우리나라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모국어''를 ''외국어''로 가르쳐야 하는 사람들. 언어 뿐 아니라 그 나라 문화까지 퍼뜨리는 전도사. 이번주 길라job이에서는 한국어 강사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유석인 리포터 indy0206@naver.com
언어뿐만 아니라 상담, 문화 수업까지 병행
한국어강사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친다. 이들은 대학교 부설 어학원이나 평생교육원 또는 복지관 등에서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지도한다.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주 업무이지만, 수업에 활용할 부교재나 워크북을 만드는 등 수업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특히 수강생들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생활 적응에 필요한 상담이나 도움을 주기도 하고, 한국의 문화를 이해시키기 위한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국어를 외국어로써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잘 전달해야한다.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제2외국어를 구사하면 보다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타향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고용은 아직 불안, 자유로운 시간은 장점
한국어 강사의 최대 장점은 시간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수업은 보통 하루 4시간 정도. 학기가 끝나면 대개 2주 정도 방학을 한다. 급여는 수업 시수에 따라 결정되며 시간당 2~3만원선. 남성보다 여성의 숫자가 월등히 많은 편이다. 한국어강사는 주로 어학원, 복지관, 다문화센터,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으로 진출해 활동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 등에 한국어교사로 파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석사 학위 소지자 중 일부는 외국 현지에 교수로 임용되기도 한다. 반면 국내 어학원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근무 여건은 자유롭지만 대부분의 한국어 강사들은 아직 계약직 신분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고용의 불안정성은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어강사 어떻게 준비할까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을 원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학부나 대학원에 한국어 교육과를 설치하는 대학이 전국 30여 곳으로 늘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고 졸업한 이에게는 별도의 시험 없이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이 주어진다. 비전공자는 대학에서 운영 중인 ‘한국어교원 양성과정’(보통 120~130시간 수업)을 수료하고 ‘한국어 교육능력 인증시험’에 합격하면 한국어 교원 3급 자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외대 어학당에서는 석사 출신의 한국어 강사를 선호한다. 대학 어학당 외에 사설학원이나 구청, 시청, 각종 봉사단체나 지원단체 등에서 한국어 강사를 뽑기도 한다. 관련 대학원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경희대 등에 설치돼 있다.
참고: 국립국어원 한국어교원(kteacher.korean.go.kr)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www.q-net.or.kr/site/koreanedu)
>>> 인터뷰
흰돌복지관 한국어강사 김숙현씨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역동적인 직업”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복지관과 다문화센터 한국어교실에서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끔 다문화가족 아이들을 위한 독서지도 프로그램을 지도하기도 합니다. 결혼이민자들은 말하고 듣는 건 잘 하지만, 읽고 쓰는 것이 부족한 편이어서 수업시작 전에 한 주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글짓기 숙제를 틈틈이 내줍니다. 한국의 문화나 예절에 대해 알려주고 상담을 해주기도 합니다.
한국어 강사가 되기 위한 과정들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 논술지도를 하다가 성당에서 결혼이민자를 위한 자원봉사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좀 더 체계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 이대 한국어교원양성교육과정을 등록했습니다. 과정 수료 후 국립국어원에서 ‘한국어교원 3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한국어강사로 일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경인교육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 직업의 매력과 장점
한국어 강사는 역동적입니다.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변화가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분이라면 즐겁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여유롭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 직업의 힘들고 어려운 점
반마다 학생들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수업은 2시간이지만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준비를 해야 합니다. 같은 교재라도 그냥 사용하면 안 되고 그에 맞는 부교재나 워크북을 만들어야합니다. 아직까지 한국어강사에 대해 봉사라는 생각이 강해 합당한 보수가 책정되지 않는다는 점과 1년 계약직으로 고용이 불안하다는 점은 앞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직업에 대한 보람과 에피소드
처음에 센터에 와서 말 한마디 못하고 눈만 껌벅이던 학생이 한두 달 후에 한글을 읽고 가게에서 물건 값을 지불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한국에서 가족 이외에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저밖에 없는데, 상담을 해주고 말벗이 되어줌으로써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면 뿌듯합니다. 재미난 에피소드로, 외국인들은 ‘ㄴ’과 ‘ㅇ’ 발음을 구분하기가 어려운데 카드에 ‘사랑하는 생선님에게’라고 쓰여 있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이 직업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한국어 전문지식은 기본입니다.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고 열정이 있으면 좋습니다. 저는 성격이 활발해 열성적으로 학생들을 만나는 편인데 새로 온 학생과는 30분씩 더 수업하기도 합니다. 학생이 뒤처지지 않게 한국어를 많이 알려주는 것 보다 한국어를 좋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습니다. 한국어를 좋아하게 되면 내게 배우지 않더라도 누구를 만나든지 열심히 배우게 됩니다. 또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해주세요. 한국에 와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여러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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