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뮤지컬단 ‘바스락’

열정 하나로 달려온 그녀들의 무대~

지역내일 2014-04-21

지난 금요일 늦은 저녁, 행신동에 위치한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연기하랴 노래 부르랴 바쁜 그녀들을 만났습니다. 때때로 대사를 잊기도 하고, 또 무대 위의 동선이 헷갈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미숙함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던 그들. 주부라는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고 밤늦은 시간까지 연습에 열정을 쏟고 있는 그들은 아마추어 주부 뮤지컬단 ‘바스락’입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매주 불금(불타는 금요일)은 뮤지컬 연습 中
뮤지컬단 ‘바스락’은 지난 2012년 3월 행신동 마을공동체 동굴(동네를 굴려라)에서 초등 공동육아를 함께 하던 주부들이 주축이 돼 창단됐다. ‘바스락’은 ‘바람처럼 스며드는 즐거움’이란 의미를 담고 있단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방과 후 수업으로 뮤지컬을 배웠어요. 그러다 그 수업이 끝나게 되면서 엄마들이 우리도 한번 해볼까 하다 시작한 것이 ‘바스락’이죠. 오며가며 아이들 수업을 지켜보다 보니까 뮤지컬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라는 단원 오미숙 씨. 마침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최지숙(맘마-카페 별칭)씨의 도움을 받아 노래, 춤, 연기 등 뮤지컬의 기본 요소들을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엔 뮤지컬을 보기만 했지 직접 해본 적이 없는 단원들은 좌충우돌, 자칭 몸치 박치 음치라는 그들에게 노래하고 춤추면서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창단 후 2년 여, 매주 불타는 금요일을 반납하고 연습에 몰두하다보니 ‘바람처럼 스며드는 뮤지컬의 즐거움’에 빠지게 됐다는 그들. ‘바스락’은 오는 4월 19일 첫 정기공연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앞두고 연습에 열정을 쏟고 있다. 연출을 맡은 최지숙 씨는 “금요일은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달콤한 휴식이 시작되는 날이잖아요. 특히 직장을 갖고 있는 단원들이 많아서 불금을 반납하고 밤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죠. 그런데 일상에서 특별한 선물을 자신에게 선물하듯 뮤지컬 연습시간이 늘 기쁘고 설레입니다”라고 한다.


올 가을, 고양시 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 무대에 올릴 계획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참여하는 멤버는 김용란(마리아 역), 이지선(김정현 역), 고예봉(동네아줌마 외 다역), 송문혜(딸 민희 역), 전은희(닥터리 역), 황유주(이길례할머니  역), 오미숙(정숙자 역), 남진숙(최남순 역), 그리고 스탭은 최지숙(연출), 오나은(음악감독),배경기(조명감독), 홍승욱(음향감독), 이승희(진행)씨 등. 매주 금요일 오후 8시~9시 30분 정기연습을 해온 ‘바스락’은 요즘 첫 정기공연을 앞두고 일주일에 2~3번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동네잔치에 초대받아 ‘맘마미아’ ‘써니’ ‘뮤지컬 갈라쇼’ 등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정기공연은 처음이라 떨린다는 단원들.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에야 모여 연습을 할 수 있지만 잠시나마 현실을 떠나 꿈꾸던 이상을 무대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렘이 더 크단다. ‘바스락’은 앞으로 상반기와 하반기, 매년 2회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또 올 가을엔 고양시의 후원을 받아 고양시에 내려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뮤지컬을 마을극장 ‘동굴’에서 열 계획이다.


미니인터뷰


‘마리아’ 역 김용란 씨 (47세)

10살, 7살 자녀를 둔 김용란 씨는 하루 6시간 노동제를 실시하고 있는 보리출판사에 근무하고 있는 워킹맘이다. 그는 오후 4시 퇴근 덕분에 ‘바스락’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한다. “하루 6시간 노동제로 육아의 질도 높아졌지만,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관심을 쏟게 된 것도 또 다른 소득이지요. 그동안은 일산에 10년가량 살았지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어요. 그러다 ‘바스락’에서 활동하게 됐는데 동네 행사에 참여하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정숙자’ 역 오미숙 씨 (43세)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배역 중 단연 눈길을 끄는(?) 배역을 맡은 오미숙 씨. “배역이 저랑 잘 맞나요? (웃음) 배역을 정할 때 자연스럽게 제가 정숙자 역을 맡게 됐는데, 제 성격이 극중 정숙자와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이번 뮤지컬을 연습하면서 중산층보다 우리가 소외된 계층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느껴지는 따뜻함, 더 쫀득쫀득한 정이 흐른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동네아줌마 외 다역’ 고예봉 씨 (43세)

중학교 교사인 고예봉 씨는 평소 노래를 좋아했던 터라 ‘바스락’ 창단에 즐겁게 동참하게 됐다고 한다. “아이들의 방과 후 수업으로 인연을 맺었지만 2년 여 함께 모여 연습하다 보니 지금은 서로 자매처럼 느껴져요. 그런 끈끈함이 우리 뮤지컬단의 장점이죠. 이번 공연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많은 이웃들이 와서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바스락’의 첫 정기공연,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카톨릭 무료병원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다음날 생방송 TV인터뷰를 앞두고 감쪽같이 사라진 하반신 마비 환자 최남순의 행적을 추적하며 등장인물들이 가진 사연이 펼쳐지게 된다. 이들 캐릭터들의 사연을 통해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힐링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는 개막 이후 80%의 객석 점유율을 달성하며 대학로 스테디셀러 뮤지컬로써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일시: 4월 19일 오후 4시
장소: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내 실험무대극장(일산동구 사리현동 464-1)
관람료: 무료
공연문의: 031-974-9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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