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떠난 여행

“논산으로 꽃구경 가실래요?”

국내 최대 석불인 은진미륵과 물안개가 아름다운 탑정호수

지역내일 2014-04-16

봄이다. 메말랐던 가지에 연둣빛 새순이 올라오더니 어느새 세상은 화사한 봄꽃으로 뒤덮였다. 아파트 화단에서 수줍은 듯 꽃망울을 터트린 목련을 시작으로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연이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서울에 살다가 얼마 전 논산으로 귀향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네 명의 아줌마는 아침 일찍 분당 서현역에 집결했다. 친구가 좋아했던 서초동 뒷골목의 유기농 베이커리 치즈케이크와 칠레산 와인, 그리고 시집 몇 권을 준비했다. 유난히 책을 좋아했던 그녀는 책만큼이나 고향을 그리워했다. "애들 다 키우면 엄마 아버지 산소가 있는 고향으로 내려갈 거야." 그녀는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리고는 진짜 바람처럼 떠났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논산

논산으로 떠나는 입영열차
운전을 자청한 친구가 GPS에 논산 관촉사를 찍고 드디어 출발! 논산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이 논산훈련소이다. 예전 우리 윗세대들은 군대 가는 아들이나 애인을 기차역에서 배웅했다.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마치 생이별이라도 하듯 눈물바다를 이뤘다. 장발이 유행하던 시절이어서 머리를 삭발하는 것만으로도 절망적이었고, 이제 떠나면 영영 못 볼 것 같다는 불안감에 몸부림쳤던 것 같다.
어느덧 이제는 장성한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할 나이가 되었으니 논산으로 향하는 우리들은 저마다 만감이 교차했다. 그동안 도로가 잘 정비되고 교통도 좋아진 덕에 세 시간이면 목적지에 도착한단다. 똑똑한 음성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아가씨가 한층 믿음직스럽다.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달려 서논산 IC에서 관촉사로 향했다. 국도로 들어서니 길 양옆에 벚꽃이 지천이다. 관촉사 주차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아래 식당''이 있다.
장어구이와 오리고기, 시래기무밥으로 유명한 식당이라고 한다. 점심시간에 맞춰 오느라 휴게실에도 들리지 않고 논스톱으로 달렸더니 시장기가 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와 뜨겁고 진한(?) 포옹을 나누고 허겁지겁 식사를 했다. 소문대로 한상 가득 차려진 맛깔스런 건강식 밑반찬에 된장국, 시래기무밥은 정말 일품이었다.


국내 최대 석불인 미륵보살입상
식사를 마친 후, 식당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도시와는 또 다른 상쾌함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은진미륵으로 유명한 관촉사 관광에 나섰다. 입구에는 봄꽃향연이 한창이다. 학창시절 국사교과서에서 보았던 은진미륵을 직접 보니 신기했다. 우선 그 거대한 몸집에 놀랐고, 무엇보다도 ''얼굴부분이 엄청 크구나'' 싶었다. 요즘 시대엔 얼굴 큰 것이 무슨 죄라도 되는 양 사진을 찍을 때면 서로 뒤쪽으로 서겠다고 자리다툼을 하지 않던가. 한 스님한테 이유를 물어보니 먼 곳에서 보았을 때 얼굴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한 것과 그 앞에서 엎드려 위를 보았을 때 시각적 비례를 계산한 것이라고 한다.
이마가 좁고 턱이 넓은 삼각형 얼굴에 옆으로 길게 찢어진 눈매, 넓은 코, 굳게 다문 입이 인상적이다. 목은 굵고 귀는 어깨까지 내려왔으며, 몸은 거대한 돌을 원통형으로 깎아 인체라기보다는 그냥 돌기둥을 세워놓은 듯하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불상 앞에 엎드려 예를 갖추고 눈을 감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주 삼라만상이 그 안에 공존하는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철새들의 낙원, 탑정호
그 맞은편에 관촉사 석탑이 있다. 화강암으로 만든 높이 3.4m의 고려시대 석탑으로, 현재 남아있는 형태는 4층 석탑으로 보이지만 옥개석의 체감비율로 보아 5층탑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각자 마음속에 간직했던 소원을 빌면서 탑 주위를 서너 바퀴 돌았다. 그 다음 코스인 탑정호로 이동했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황사 때문인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호수의 주변 도로에 조성된 벚꽃 길을 걸으니 숨이 멎을 듯 황홀했다. 초입에는 수변생태공원이 있고, 호수를 끼고 걸을 수 있도록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양촌면에 위치한 탑정호는 물이 맑고 깨끗해 잉어, 쏘가리, 메기 등 담수어족이 풍부하고, 논산8경 중 제2경에 속하며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또한, 탑정호와 주변 농경지가 제공하는 풍부한 먹이로 철새들의 충분한 서식조건을 갖추고 있어 겨울 철새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호수 가장자리 쪽에는 수중에서 자라는 느티나무와 버드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나뭇가지가 사방으로 뻗어있는 웅장한 모습이 마치 호수를 지켜주는 수호신 같다.


호숫가 산책길 따라 맛 집 즐비해
수문을 지나 약 200m거리의 호수를 따라 가다보니 식당과 카페가 보인다. 서울근교 양평이나 양수리처럼 북적이진 않지만 분위기 좋은 찻집과 이름난 식당이 이곳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또 이곳은 수면이 도로 가까이로 올라올 만큼 수량이 풍부하고, 계곡을 이루던 주변 산세가 호수 면으로 뻗어 마치 다도해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관광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호숫가에 위치한 친구 집을 방문했다. 낡은 이층집을 개조한 것으로, 적당히 넓은 앞마당과 절제된 실내 인테리어, 운치 있는 이층 다락방이 친구의 취향 그대로다. 이층 다락방에서 내려다보니 호수가 한눈에 펼쳐진다.
"비가 오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데 그 광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 친구는 국화차를 준비하면서 ‘별에서 온 그대’처럼 살포시 웃는다. 한 친구가 마련해간 밑반찬과 흰 쌀밥을 양푼에 담고 고추장, 참기름으로 쓱쓱 비벼 간단히 요기를 했다. 호숫가의 밤은 일찍 찾아오는지 아니면 아쉬움 때문인지 저녁 6시인데도 주위가 어둑하다. 친구와 안타까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서울로 향했다. 봄날의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아득한 여행이었다.


<TIP>
-탑정호 주변 맛 집
*별장가든/ 한식 참게매운탕, 닭볶음탕, 오리탕 ☎041-742-5597
*붕어마을/ 한식 해물, 생선요리 ☎041-733-2308
*어드레스 레스토랑/ 양식 ☎041-741-0900
*오리와 십리/ 한식 오리요리 ☎041-741-1476
*신풍매운탕/ 한식 매운탕, 해물탕 ☎041-732-7754
*에땅/ 양식 ☎041-741-9998


-논산시 펜션 안내
*뿌리깊은 나무/ 벌곡면 수락로 273번길 164 ☎041-733-4334
*김가네농원/ 가야곡면 버들길 223-33 ☎010-2935-4436
*TOP3/ 연무읍 수철길 21 ☎010-4413-0155
*아이비/ 가야곡면 조정리 243-12 ☎041-742-3117
*소담/ 연무읍 황화정리 819-50 ☎010-5275-2128
*더하임/ 은진면 와야리 274 ☎1688-0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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