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 나만의 수제(手制)책 만들어보세요!!
“예쁘고 화려하긴 하지만 비슷비슷한 모양새로 만들어진 것은 싫다.”
‘빨리, 더 빨리’에 익숙한 요즘 아날로그 시대로 회귀하듯 자신이 직접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 수고와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마두동 북아트 공방 ‘Art in story’ 이진명 씨도 다양한 형태의 바인딩이 만들어 내는 색다른 느낌의 책들을 처음 만났을 때 ‘나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유혹을 느꼈다고 합니다. 원하는 모양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을 만들며 느리게 완성돼가는 즐거움에 푹 빠져 산다는 이진명 씨. 그의 행복한 작업 공간 ‘Art in story’에서 만나보았습니다.
-읽고 보기만 하는 책에서 예술로 승화된 책에 매력 느껴
북아트의 사전적 정의는 ‘문학과 미술이 결합한 형태의 예술’로 프랑스어로는 ‘미술가의 책(livre d''artiste)’이라고도 한다. 작게는 기존의 책을 리폼하거나 노트 따위를 직접 만드는 일부터 크게는 아코디언 북, 플래그 북, 두루마리 북처럼 기법이 활용된 예술 작품까지 일컫는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대학에 북아트 전공과가 있을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작가들에 의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진명 씨가 북아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히 아프리카박물관에 갔다 나뭇잎으로 만든 책을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읽고 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2차원적인 책이 3차원의 구조가 되고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죠.”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그와 관련된 일을 오랫동안 했었다는 그는 결혼 후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자연스레 일과 멀어지게 됐다. 하지만 언젠가 나만의 일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던 차에 디자인 관련 일을 함께 하던 지인들과 함께 북아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북아트가 많이 알려지고 방과 후 교실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관심을 갖고 강좌도 많이 늘어났지만 제가 처음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배울만한 곳도 자료도 거의 없었어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때 북아트를 시작했으니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혼자 깨우치려면 정말 힘들었을텐데 다행히 북아트에 관심을 가진 지인들이 있어서 서로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초창기 그는 지인들과 함께 아마존 등 해외의 웹사이트를 통해 북아트 기법을 익혀나가고 또 나름의 기법을 창안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2006년 북아트 공예인 10명과 함께 ‘북아트연구회’를 만들었고 2009년에는 ‘한국북아트토탈공예협회’를 설립해 전문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나만의 개성과 감각으로 바인딩한 다이어리, 앨범 인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실용적 북아트’와 ‘교육적 북아트’다. 실용적 북아트는 노트, 다이어리, 카드나 여권 케이스 등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원래 북아트는 책과 미술이 결합된 예술의 한 형태로 예술적인 장르에 해당되지만 일반 강좌에서는 어렵지 않게 대중적인 북메이킹 작업을 배우게 익히게 됩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재료와 창의력에 따라 다양한 작품이 탄생되기도 하고요.” 하나의 책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를 구상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책 만들기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는 것과, 꾸미는 것, 오리고, 붙이는 등의 여러 작업을 통해 하나의 완성된 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은 만들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요즘에는 애장도서나 앨범 등을 고급스럽게 바인딩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취미반보다는 노출바인딩이나 전통제본까지 마스터하는 전문가반이 의외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앨범이나 다이어리 등은 일상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개인의 역사가 되잖아요. 획일적인 공장제품보다 나만의 개성과 감각으로 만들어 간직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엄마가 직접 만들고 꾸민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도 남다른 추억이 되겠지요. 또 직접 만든 다이어리나 카드 케이스 등은 정성은 물론 핸드메이드의 가치를 전해주는 선물로 환영받고 있습니다.”
-실용 북아트 뿐 아니라 교육적인 활용도도 높아
이진명 씨는 최근 북아트와 교육을 접목한 ‘교육적 북아트’가 인기라고 한다. “아동미술 수업에 북아트 강좌를 접목해 보았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아이들에게 손으로 직접 팝업북 등을 만들면서 놀이하듯 가르치면 훨씬 이해가 빠르죠. 실제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강사, 글쓰기 독서지도사 등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이 교육에 접목하기 위해 배우는 경우가 많아요. 주부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활용하거나 창업, 재취업을 위해 도전하는 이 등 다양하고요. 북아트 강사 뿐 아니라 요즘은 카페에서 수작업으로 유니크한 메뉴판을 만들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어서 주문 제작 분야에서도 활동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북아트 전문 강사가 되려면 사범자격증이 있는 것이 좋다. 방과 후 강사 등으로 활동할 때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자격증이기 때문이다.
이진명 씨는 또 북아트 지도사의 자질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활용도 그리고 창의력을 꼽는다. 미술적 감각은 있으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다양한 분야와 접목을 시키는 응용력이 더 중요하다고. “북아트 지도사가 되려면 만들어진 키트, 정해진 커리큘럼을 가지고 수업하는 정도로는 안 돼요. 종이 한 장만 있어도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북아트에 대한 이해와 이론적 지식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여러 가지 지식을 북아트와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하죠.” 그러다보니 북아트 뿐 아니라 가죽공예, 냅킨아트, 우드아트, POP, 한지공예 등 다양한 공예를 배우게 됐다는 이진명 씨. 대다수의 다른 분야의 공예가 그렇듯 북아트 또한 단순한 북아트가 아니라 ‘토탈공예’의 개념으로 발전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도 북아트와 접목시키고 싶은 분야가 많다는 이진명 씨, 앞으로의 계획 또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다양한 시도를 통해 북아트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은 것이라고 한다. ‘Art in story''의 북아트 강좌는 실용북아트(취미반)/북바인딩/북아트지도자 1,2급 및 사범반이 운영 중이다. http://www.total-art.co.kr 문의 070-4120-7738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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