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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내일 2014-04-10

아람누리도서관 장애인 책읽어주기 자원봉사 ‘당신만의 리더’


매주 한번 씩 고양시아람누리도서관 1층 장애인자료실에서는 아주 특별하고 아름다운 만남이 이루어진다. 장애인을 위한 1:1 책읽어주기 프로그램 ‘당신만의 리더(Reader)’를 통해 인연을 맺은 자원봉사자와 장애인의 만남이 바로 그것. 지난 일요일 아람누리도서관에서 ‘당신만의 리더’ 자원봉사자 한창업 씨(43세)와 장병숙 씨(38세), 그리고 시각장애인 홍선홍 씨(27세)를 만나 책으로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책을 통해 교감을 나누는 일, 배우는 것이 더 많아
평소 자신의 위시리스트 중에 자원봉사도 그 중 하나였다는 한창업 씨. 몇 해 전 우연히  TV드라마 ‘적도의 남자’를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읽어주는 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EBS에서 방영된 장애인에게 책읽어주는 봉사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고 아람누리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공고를 보자마자 신청을 했다고. 지난 10월부터 시각장애인 홍선홍 씨에게 책 읽어주는 봉사를 시작한 지 4개월 여, 처음엔 서로 서먹서먹했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눌 정도로 친숙한 사이가 됐단다. “돈 들이지 않고도 봉사를 할 수 있으니 좋고요.(웃음) 무엇보다 목소리 하나만 갖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이 큽니다. 하지만 지금은 봉사를 한다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할까요. 책을 읽어주는 입장에서 저 자신도 읽어보지 못한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으니 제게도 도움이 됩니다.” 장애를 갖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에 문학 미술 영화 과학 등 다방면에 호기심 많은 홍선홍 씨 덕분에 자신의 독서도 더 풍부해졌다고 한다.
홍선홍 씨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다고. 3년 전에 한국에 들어와 대학원 진학을 위해 아람누리도서관 장애인 자료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당신만의 리더’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한창업 씨와 요즘 주로 읽는 책들은 정치관련 서적과 전래동화 등. “정치관련 뿐 아니라 영화, 미술, 역사 등 다방면에 관심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국문학(한국학)을 전공했는데 아무래도 일본에서 나고 자라다보니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전래동화를 많이 읽고 있고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아무래도 장애를 갖고 있다 보니 언어로 일하기 쉽지 않았다는 그는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목표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점자로 책을 읽는 것은 속도도 나지 않고 한계가 있어요. 누군가와 직접 대면해서 책을 읽어주는 것을 듣다보면 편안하고 내용을 더 쉽게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녹음을 해서 듣는 방법도 있지만 기계적이고 교감은 없잖아요. 궁금한 것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게 되고요. 직접 1:1로 목소리로 전해 듣다보면 이해도 더 빨리 되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아요.” 요즘은 종이 점자책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고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주로 녹음을 통해 책을 읽고 있다는 홍선홍 씨. 당신만의 리더 프로그램을 통해 더 책을 좋아하게 되고, 독서의 재미를 알게 됐다는 그는 장애인의 독서문제에 관심이 많단다. 그래서 앞으로 특수 도서관(점자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를 목표로 대학원에서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10월부터 매주 2시간 여 책을 매개체로 교감을 나누고 있는 한창업 씨와 홍선홍 씨. 봉사자, 봉사를 받는 사람이라는 관계라기보다 형제처럼 느껴지는 두 사람은 서로가 고마운 존재라고 말한다. “책을 읽어주는 것 뿐 아니라 얼마 전엔 아람누리 미술관에도 같이 갔어요. 제 눈은 보이지 않지만 그림을 보고 느낄 수 있거든요. 남들은 미술관에 간다는 것이 그리 큰 일이 아니겠지만 저와 같이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 의미가 다르지요. 미술관에 가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니까요.” 그와 미술관을 함께 동행해준 사람, 그래서 홍선홍 씨에게 한창업 씨는 자원봉사자 이상의 존재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듯 엄마의 마음으로 봉사해요
장병숙 씨는 20살 지적장애를 가진 청년에게 책 읽어주기 봉사를 펼치고 있다. 주부로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봉사를 찾다 우연히 ‘당신만의 리더’ 프로그램을 보고 지원하게 됐다고.  그는 주부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책 읽어주는 일이라는 생각에 지원했는데 막상 20살의 덩치 큰(?) 청년을 만나니 처음엔 좀 당황했다고 웃는다.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듯 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성인들의 책 읽기에 대해 생각을 못했어요. 지호(가명)를 처음 봤을 땐 청년이라 좀 놀랐지만 지적장애를 갖고 있어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맑아요. 지호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지만 지호부모님에게서 책 읽어 주는 날만 기다리고 가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을 땐 뿌듯하고 기뻐요.” 지호에게 책읽어주기 봉사를 펼친 지 이제 석 달, 처음엔 일방적으로 책을 골라 읽어주던 것에서 변화도 생겼다. 자료실에서 같이 책을 고르기도 하고 좀 더 책을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놀이도 함께 하게 됐다. “책의 내용을 좀 더 쉽게 전해주기 위해 다양한 책 놀이를 하는데 이젠 지호가 무슨 놀이를 하자고 제안도 하고, 책 읽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평범한 주부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집 밖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장병숙 씨,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마음으로 봉사를 펼칠 수 있어 주부들에게 권하고 싶은 봉사라고 말한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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