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이 먹던 자연밥상이 진정한 건강비결이죠”
노래하는 식품공학자, 밥상머리교육을 펼치는 도시농부 등 호서대 자연과학부 이기영 교수(56세)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이기영 교수는 서구유래의 달고 기름진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로 망가진 사람들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대대로 내려온 행주외동 행주대교 북단 한강변 텃밭에 예비사회적기업인 (주)천년초체험 농장을 세워 천년초 보급과 밥상머리운동에 나서고 있다. 교수라는 직함보다 스스로를 도시농부라 말하는 이 교수는 2001년부터 총 10장 이상의 음반을 낸 가수이자 작곡가이기도 하다. 대표곡으로는 ‘한강은 흐른다’, ‘김치 된장 청국장’, ‘내 고향 행주나루’, ‘어머니 천년초’ 등이 있는데 이들 환경과 음식에 관한 노래 중 몇 곡은 초중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혹자는 교수가 부르는 취미 정도의 노래라고 생각하겠지만 인터뷰 도중 기타를 들고 직접 노래를 들려주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대학에 다니던 1978년에는 자작곡으로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약 760개 팀이 나왔는데, 거기서 3~4번의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까지 올랐죠. 그런데 같이 출전한 친구가 갑자기 사고가 생겨서 리허설만 하고 정작 본선 무대에는 오르지도 못했어요.” 노래 뿐 아니라 이 교수는 ‘지구가 정말 이상하다’, ‘음식이 몸이다’ 등의 책을 펴내기도 했으며 자연 그대로의 음식, 환경 보호 등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농사를 통해 실천하고 있다.
-독일 유학시절 바그너할아버지를 만나면서 환경운동에 관심 갖게 돼
이기영 교수는 행주나루 인근에서 태어났다. 행주성당 바로 옆에 그의 집이 있었고 아버지는 농사와 행주강에서 고기잡이를 했다. 행주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 아현초등학교로 전학을 간 그는 중학교에 들어가 친구에게 30원을 주고 줄이 다 끊어진 중고기타를 샀다. 하지만 얼마 못가 아버지에게 빼앗겼고,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완고한 아버지의 반대로 대학에서는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음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대학교 2학년 때 대학가요제에 참가했지만 28살에 아내와 함께 독일 베를린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인생의 스승을 만났다. “머무르던 숙소의 주인인 바그너 할아버지는 바이올리니스트였죠. 유명한 바그너 집안이었는데 매일 저녁마다 요가와 기공채조를 하고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채식주의자이기도 했고요.” 바그너 할아버지에게 장자 노자 공자 이야기를 들은 이 교수는 오히려 독일에서 동양철학과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됐다고 말한다.
2004년 그는 바그너 할아버지에게 배운 자연철학의 정신을 담아낸 ‘지구가 이상하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독일에서 공부를 마친 그는 미국 텍사스 의대 생리학과 부교수를 지내다 2005년 한국을 돌아와 지금까지 호서대에서 식품생물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않는 삶, 행복한 도시농부로 살고 싶어
강단에 서는 날을 빼면 그는 요즘도 아침 5시면 어김없이 행신동 집에서 한강변 텃밭이 있는 곳에서 밭일을 한다. 천년초 뿐 아니라 대부분의 야채를 직접 길러 먹는다는 그는 “도시농부가 따로 있나요. 텃밭이 없으면 옥상이나 베란다에서 길러 먹는 것도 도시농부 아닌가요. 마트에서 사먹는 야채에는 본연의 향도 맛도 없어요. 이런 채소를 먹으면서 무슨 항염 항암 항노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어요. 음식은 환경과 가장 밀접해요. 지구생태계가 먹이사슬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가 먹는 채소가 오염되면 우리 몸의 건강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는 지난 30여 년 동안 항염 항암 항노화 효능을 지닌 식물 항산화제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식물을 통해 항산화 연구를 해왔는데 천년초 만한 것이 없었어요. 천년초는 영하 20도의 추위에서도 견딜 만큼 강한데다 보통 식물보다 50배 이상의 항산화제를 함유하고 있어요. 그야말로 기적의 식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겨울에도 그냥 노지에서 견디고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나니 기르기도 쉽고요.” 이 교수의 농장에서 만난 천년초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월동준비 중이라 스스로 수분을 줄이고 있어서 누워있는 듯 보이지만 봄이면 생생하게 살아난다고 설명한다. 천년초에는 활성산소르 제거하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풍부하고 멸치의 10배, 홍화씨에 7배가 넘는 칼슘이 들어있어서 골다공증과 큰 효과가 있다. 또 비타민C는 알로에의 8배, 사과의 47배가 들어있고 식이섬유 또한 상추의 23배가 들어있어서 변비에는 아주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천년초 중화요리, 막걸리 등 천년초 실용화와 환경운동에 힘쓸 터
이기영 교수는 천년초를 이용한 음료나 과자 등 대중적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천년초 식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천년초 성분을 넣은 중화요리와 막걸리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소화가 잘 안 되는 밀가루 음식인데도 소화가 잘 될 뿐 아니라 면발이 쫄깃하고 식감도 좋아 반응이 좋다. 또 막걸리는 많이 마셔도 숙취가 거의 없어 애주가들의 인기가 높다고 웃는다. 이 교수는 천년초 농장 근처에 천년초 센터를 세우고 그곳에서 막걸리와 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했고 2층은 천년초 박물관 건립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궁극적으로 그는 우리 전통자연철학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예요. 지연철학을 되살려 한국의 전통적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것,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일과 유관하죠. 어릴 때 아버지는 한강에서 웅어를 많이 잡아오셨죠. 그런데 독일유학을 갔다 오니 웅어가 싹 사라졌더군요. 그 흔하던 웅어는 신곡수중보가 설치되면서 자취를 감췄어요. 해수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고 지은 수중보로 강의 흐름이 막히고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웅어가 돌아올 수 없게 된겁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노래로 전하는 일종의 음악환경운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는 이기영 교수의 꿈은 소박하다. “돈이나 명예,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음식 먹고 즐겁게 살고 싶은 것뿐입니다. 영원한 자유인, 행복한 도시농부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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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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