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강화도 여행길에서 만났던 부부가 생각난다. 인천서 교사생활을 하다 퇴직하고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마을 한쪽 포도밭 끝에 전원주택을 지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집 2층 테라스에 앉아 낙조의 아름다운 정경을 바라보는 여유를 생각하며 터를 잡았다. 하지만 살면서 고민이 생겼다. 마당 앞 포도밭에서 주민들이 열심히 일을 하는데 유유자적 여유를 부리고 있자니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농사짓는 주민들이, 자신들은 열심히 일을 하는데 놀고먹는다며 손가락질도 했다. 그래서 집 앞 쪽에 발을 치고 동네사람들에게 안 보이게 생활을 했다. 낙조를 보는 여유는 자연 잃어버렸다.
"나도 도시서 열심히 살았고 노후에 조금 여유를 찾아 편하게 살려고 들어왔는데 주민들에게는 놀고먹는 룸펜으로 비쳐지는 것 같아 편치 않아요." 부부의 고민이었다.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런 불편을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도시에서 이사 온 사람이나 농촌에 눌러 살던 이들은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서로 이해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특히 농촌 주민들이 ‘놀고 먹는(?)’ 이주민을 보는 시선은 까칠하다. 이해하기에 앞서 열등감도 많다. 열등감은 결국 갈등이 되고 불편함이 된다.
농촌은 공동화 되고 황폐화 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도시사람들이 도와주어야 하고 도시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어 한다고 말한다. 도시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살아주어야 한다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반기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귀찮은 존재고 경쟁자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그 밑바탕에는 열등감이 있다.
농촌이 진정으로 도시사람들을 받아들여 발전하길 바란다면 열등감부터 버리고 자신감을 갖춰야 한다. 도시민이 농촌에 들어와 좋은 집을 짓고 살든 아니면 휴가를 보내든 아니꼽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자신감 있는 농촌이 되었을 때 도시서 열심히 살다 은퇴하고 전원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농사철 한낮에 부채질을 하며 놀아도, 늘어지게 낮잠을 자도 미안하지 않고 마음이 편할 수 있다. 농사 열심히 짓던 농민들도 농한기에 도시를 관광하며 새벽에 출근해 머리를 싸매고 업무에 매달리다 밤늦게 퇴근하는 그곳 사람들을 보며 가여워할 수도 있다.
대등한 입장서 농촌 주민들과 도시민들이 만날 수 있어야 농촌이 산다. 농촌의 자신감이 농촌의 힘이고 결국 전원생활도 편안해 질 수 있는 길이다.
김경래 리포터 oksigol@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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