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혜경궁 홍씨>는 우리나라 연극계의 거장 이윤택이 거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생을 살다간 혜경궁 홍씨의 삶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10세에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궁으로 들어온 뒤,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의 아내로 끔찍한 세월을 감내하며 궁에서 천수를 다한 혜경궁 홍씨. 작품은 혜경궁 홍씨의 지난한 삶과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 엉킨 실타래를 풀 듯 역사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삶을 오롯이 그려낸다. 『한중록』과 함께 그녀의 삶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은 바로 사도세자의 ‘뒤주사건’. 혜경궁 홍씨의 기억을 따라 현실과 기억의 경계를 넘어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만나며 이 사건은 마침내 3대에 걸친 가족의 비극으로 그려진다. ''뒤주''는 실제로 작품 속에 등장하며, 중요한 오브제이자 메타포가 된다. 인간이 짊어지고 가야할 업보 같은 짐, 시대에 희생될 수밖에 없는 개인의 운명을 조명한다. 비로소 작품 속 주인공들은 역사라는 객관적 굴레를 벗어던진 벌거벗은 인간의 모습으로 생생하게 구체화된다.
혜경궁 홍씨 역할은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김소희가 맡았다. 연출가 이윤택이 자신의 연극적 페르소나라고 부를 만큼 김소희는 심리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관념적인 세계를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자신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였지만, 여성으로서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혜경궁 홍씨의 복잡한 내면을 입체적 연기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김소희는 올해 제14회 김동훈 연극상 수장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영조 역할은 전성환이 맡았고, 비극의 주인공 사도세자 역은 최우성, 정조 역은 정태준이 맡아 열연중이다.
~12월 29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문의 1688-5966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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