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집으로 가는 길’

가족이 함께 있는 따뜻한 방 한 칸의 소중함

지역내일 2013-12-18

한해를 마무리 하는 12월. 연탄을 나누고, 김장을 나누고, 온정을 나누자며 여기저기서 구호를 외친다. 방은진 감독은 큰소리 대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한 편을 쓰윽 내밀었다. 전도연, 고수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이다. 

집


실화에 농도를 더하는 배우들의 연기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운반 현행범으로 잡혀 대서양 건너 외딴 섬 마르티니크 감옥에 수감된 한국인 주부 정연(전도연). 아내가 범법행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만큼 착하게만 산 남편 종배(고수). 실화라는 것도 알았고, 756일간 힘들었겠구나 짐작도 했고, 때마침 예전의 다큐멘터리도 본 기억이 있어서 스크린과 처음 마주할 때는 큰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었다. 저 작고 여린 여자가, 아무 것도 모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 여자가, 눈을 떠도 감아도 보일 딸아이를 가진 여자가 지옥 같은 외국의 감옥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어떻게 견뎌냈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가 울렁거렸다. 집으로 가겠다는 일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녀의 모습에서 눈물이 올라오고, 엄마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딸의 말에서 가슴 속 종이 울렸다. 포기하면 안 될 텐데, 지치면 안 되는데 저절로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명불허전 전도연이고, 고수고, 배성우다. 예상은 했지만 배성우가 연기하는 대사관 직원은 어찌나 얄미운지 한 대 콱 쥐어박고 싶었더랬다. 한 엄마는 그리움에 죽어 가는데 의원님들 주무실 별 여러 개 호텔이나 찾는 그의 모습이 어찌나 현실감 넘치게 보이던지.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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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곁을 비운 엄마를 용서할까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정연(전도연)은 끝내 가족의 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공항에서 마주한 딸은 선뜻 엄마 품에 안기지 못한다. 정연은 감옥에 갇혀있을 때보다 분명 그때가 더 가슴이 아팠을 거다. 그 느낌을 안다. 아이가 엄마를 외면하는 순간의 느낌을 안다. 2-3주간 프랑스 출장을 다녀오자 3살이던 내 아들은 몸을 돌려 베란다 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 시간 동안 왜 자기 곁에 없었느냐고 서늘한 시위를 하는 거였다. 엄마가 또 떠날까봐 그러면 다시 가슴 아플까봐 아이는 자기 마음을 다독이는 거였다. 영화 속에서 정연의 딸이 꼭 그러고 있었다. 2년을 넘게 떠나있던 엄마였으니 어떻게 한 순간에 서운함을 삭힐 수 있었겠는가. 그 디테일한 서늘함에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실제 정연 씨의 경험담일까 방은진 감독의 한 수였을까. 나중에라도 정연 씨의 아이가 엄마의 그리움과 외로움을 꼭 알아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밀고 올라왔다.


불어를 하기까지 756일
나라가 도와주지 않자, 영사관 직원이 도와주지 않자 그녀는 남편에게 불어사전을 부탁하고 스스로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말을 익힌다. ‘단순가담입니다. 마약인줄 모르고 운반했습니다.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아내와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내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그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영화 속에 담기지 못한 아픔과 어려움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불어 한마디에 상황의 애절함이 느껴졌다. 그녀가 불법인줄 모르고 했겠는가. 수상함을 느끼고 남편이 하려던 것을 막았던 그녀가 아닌가. 하지만 정연은 알고도 그 수상한 일을 선택해야만 했다. 딸과 남편이 함께 비를 피하고 추위를 피해 몸 뉘일 공간을 마련하자면 수상해도 그 일을 해야만 했다. 그녀의 선택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한파가 밀려온다는 오늘 밤, 내 가족이 함께 모여 앉을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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