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제차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얼마 전 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앞차가 차선을 급변경하면서 끼어들었다. 뒤따라가던 국산 차가 경적을 울리면 급정거를 하더니 한동안 앞에서 끼어들려던 외제차를 째려보았다. 사고가 났으면 크게 났을 텐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우 보험사기단이라면 앞차의 과실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그냥 슬쩍 부딪힌 후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이 있다. 과실상계 비율에 따라 오히려 가해자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제차는 수리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한다. 벤츠 중형차의 경우 문짝을 살짝 들이받은 사고가 나도 문짝 교체 등으로 1천만원 이상 수리비가 들어간다.
만약 들이받은 차량이 국산 소형차이고 수리비가 200만원이 나왔고, 앞에서 급차선을 변경한 벤츠 중형차의 수리비가 1200만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때 앞에서 급차선 변경한 벤츠의 과실이 70%, 너무 급하게 달려간 국산 소형차의 과실이 30%라면 국산차 운전자는 상대방에게 자기 차 수리비 200만원 중 70%인 140만원을 청구할 수 있고, 벤츠 운전자는 자기 차 수리비 1200만원의 30%인 360만원을 청구할 수 있다.
가해자는 상대편인데 내가 물어줄 손해가 더 큰 경우는 기차 사고의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건널목 사고의 경우 승용차나 보행자의 과실은 95%이고, 기차의 과실이 5%라고 가정하면, 통상은 사고가 난 사람이 전체 손해의 95%를 받고 말 것이다. 기차가 고장 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가끔 기차가 전복이 되어 고장이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에는 열차의 수리비 등 손해가 수십억원에 이를 수 있으므로 피해자에게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5%의 손해만 청구하거나 과실상계를 하면 개인이 입은 피해를 훨씬 초과할 수 있다.
문제는 터무니 없는 외제차 수리비이다. 외제차의 경우 수리공장도 많지 않고 부품을 쉽게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 부품을 항공편으로 운송하기도 한다. 운송기간이 길어지면 수리기간 동안 동급의 차량을 렌트카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비용을 감안하면 외제차가 국산차보다 수리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터무니없이 수리비가 비싸다는 논란은 여전하다.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외제차나 고급 승용차를 멀리 피해 다니는 수밖에 없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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