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사는 법-첫번째 이야기

“잊지마렴, 넌 소중한 아이란다”

지역내일 2013-11-30 (수정 2013-11-30 오후 2:11:16)

아이들은 부모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사회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부모가 없어서, 사랑에 대해 느끼고 배울 기회가 없어서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오늘은 이 아이들에게 가족이 돼주고, 따뜻한 사랑으로 돌봐주는 ‘부부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기를 기도한다는 위탁부모 백유경 전민수씨(문촌마을) 부부를 만나보겠습니다.
유석인 리포터 <interpreter7@hanmail.net>

가족이 모두 울타리가 돼 주었다
어느덧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3명의 아이들이 백유경(50) 전민수(46)씨 부부의 품에 안기고 떠나기를 반복했다. 아이들이 입양되기 전 가정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위탁부모인데 보통 신생아 때 위탁부모에게 맡겨져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1년 이상 자라다 국내외로 입양된다. 위탁부모가 되는 기준은 꽤 까다롭다. 합법적으로 결혼한 가정에 양육자의 나이가 60세 미만이어야 하고, 아이를 양육해 본 경험이 있고, 위탁가정의 자녀가 초등학생 이상이어야 한다. 애완동물이 없어야하고 주거공간이 협소해도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으로 아이를 돌보겠다는 마음. 가족이 모두 아이의 따뜻한 울타리가 돼 줘야한다. 이들 부부도 이런 과정을 거쳐 2009년 첫 아이를 품에 안았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두 아이들은 아이를 친동생처럼 예뻐했다. 한참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였지만 어린 동생에게 엄마를 양보했다. 학교에 데리고 가기도 하고 엄마가 바쁠 땐 아이를 대신 돌봐주었다. 특히 새벽에 일어나 칭얼대는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건 남편 전씨의 몫이었다. “아무리 아이를 좋아한다고 해도 식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백씨는 말한다. 가족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덕분에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쏟을 수 있었다. 





위탁부모 활동은 우리 삶의 의미
“힘들 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나이가 있어 아이를 돌보는데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첫번째 아이를 입양 보냈을 때는 우울증에 걸릴 만큼 힘들었어요. 며칠간 잠도 못자고 한동안 말도 안했어요. 이 일을 그만둘까 고민도 많이 했지요.”
하지만 이제 아이는 부부에게 삶의 의미가 됐다. 위탁부모 활동을 시작한 계기를 묻자 백씨는 웃으며 “그저 아이가 좋았다”고 말한다. “남들은 힘들겠다고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힘든 줄 몰라요. 오히려 아이들을 키우지 않았으면 내 인생이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위탁부모로서 아이에게 해준 것보다 자신이 얻은 게 훨씬 많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아이가 오면서 온 집안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고, 가족 간의 대화도 많아졌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웃을 일이 많아졌어요. 덕분에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줄고 마음이 너그러워진 거 같네요. 아이를 보고 있으면 행복합니다.”
지난 9월, 미국 양부모 곁으로 아이를 떠나보내며 백씨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지금은 양부모 밑에서 예쁘게 자랄 아이를 생각하며 매일 아이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새록새록 샘솟는 사랑
이별 뒤에 오는 기쁨도 있다. 그 다음에 맡게 되는 아이와의 만남이다. “이상하게도 아이가 새로 오면 또 그렇게 새록새록 정이 들어요. 한 번 헤어졌다고 그 사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아이에게 사랑이 옮겨가기 때문이겠죠.”
이들 부부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야. 너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형아도 있어.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게. 기죽지 말고 어깨 펴고 당당하게 살아가거라.”
자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다. 충분히 사랑을 받은 아이들이 커서도 사랑을 나눌 줄 안다. 이렇게 부족함 없이 부모의 사랑을 받는다면 언젠가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이 부부도 한없이 행복해지기를 소망한다.
위탁부모 문의 대한사회복지회 02-552-7740/ 동방사회복지회 02-334-3475/ 홀트아동복지회 02-332-8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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