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평소보다 더 붐비는 전통시장이 있다. 박달동에 위치한 박달시장이 그 곳. 유독 주말에 더욱 북적이는 이유는 맞벌이부부와 1인 가족들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맛있는 반찬가게와 간식거리가 많기 때문. 일요일이면 평소 가던 대형마트와 가까운 전통시장을 뒤로 하고 조금 멀어 차로 움직여야 하는 불편함을 무릅쓰고 찾게 되는 박달시장을 소개한다.
맛나반찬 태초식품 등 박달시장 명품점포, 시장 활성화 이끌어
지난 토요일 학의천 산책길에 나선 길에 박달시장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걷고 또 걸어서 도착한 박달시장은 여지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사람이 많아 시장보기가 불편하다고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반찬가게에서 줄을 지어 반찬을 사는 사람들을 볼 때나 과일가게에서 덤을 올려달라고 떼를 쓰는 주부의 모습을 볼 때면 ‘아~ 나만 반찬을 사먹는 게 아니었구나, 나만 공짜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구나.’ 싶어 마음이 푸근해 진다.
주말마다 이곳이 붐비는 가장 큰 이유는 맛 좋고 저렴한 반찬가게들이 있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얼마 들어가지 않아 만나게 되는 반찬가게 앞에는 젊은 부부들이 나란히 서서 반찬을 고르고 있다. 삭힌 고추 무침과 잡채도 고르고, 멸치볶음도 고른다. 고사리 도라지 느타리버섯 볶음 등 비빔밥 재료들까지…. “이거하고 저거하고 여기 무말랭이도 두 개 주세요.” 주문하는 목소리가 밝다. 그도그럴것이 반찬값이 실제 재료를 사서 요리하는 것보다도 저렴하니 신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맞벌이 부부와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맛나 반찬’ 김유서 사장은 “스물다섯살에 시집와 박달동에 20년 넘게 살았다. 채소 장사부터 시작해 반찬가게까지 늘 일을 해 와서 맞벌이 부부들이 집에서 반찬 하는 일이 얼마나 부담인지 잘 안다”며 “나물 종류며 간단한 밑반찬들을 모두 1000원에 팔고 있어 주말이면 안산 산본 등 멀리서도 반찬을 사러온다”고 전했다.
시장 안으로 조금 더 들어서니 경기도 전통시장 명품점포 ‘태초식품’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얼마 전 박달시장의 태초식품 등 경기도내 전통시장 10개 점포가 경기도와 경기도상인연합회가 공동 인증하는 명품점포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일이 있는데 그 태초식품이 이 곳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두부 2000원, 손두부 1500원, 청국장 3000원, 집에서 만든 칼국수는 한봉지에 15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태초식품 김정화 사장은 “박달시장에서 두부를 만들어 판지 9년 되었다. 인천 간석시장에서 하늘식품이라는 이름으로 젊었을 때부터 두부를 만들어 와서 이제 두부나 청국장 같은 콩으로 만드는 식품은 자신이 있다” 고 말했다. 두부를 맛있게 만드는 비법이 있는지 묻자 오래 만들다 보니 노하우가 쌓인 까닭이 있겠고 좋은 솥을 사용하고 있다고. 그러고 보니 안쪽으로 보이는 솥이 특별해 보인다.
꽃길·벽화 등 청결한 이미지로 타 시장에 모범
박달시장은 간식거리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맛이 좋기로 소문난 김밥·만두집부터 단호박·슈크림·팥을 골라먹을 수 있는 작은 붕어빵, 갓 튀긴 튀김이 가득한 튀김집까지 그야말로 간식 천국이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튀김집을 운영했다는 ‘박달튀김집’은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단골이 한 두 명이 아니다. 튀김집 앞에서 만난 주부 이소영(34 박달1동)씨는 따뜻한 김말이 세 개에 고구마 튀김 한 개면 아침 말다툼으로 미웠던 남편도 보고싶어 진다고.
박달시장을 한 번 방문해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이곳은 가는 곳마다 청결하다는 느낌을 준다. 깔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통시장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시장 상인들이 모두 노력하기 때문. 특히 공중화장실로 통하는 시장 골목에는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어 일반적으로 전통시장에서 화장실을 가며 느끼게 되는 우울한 느낌이 없다. 녹색 계열의 바탕이 시장의 신선한 식품들을 보고 난 후의 느낌을 더욱 생동감 있게 해 준다. 마치 어릴 적 많이 그려 보았던 푸른 수박밭과 원두막의 느낌이 생각나기도 하고 시골 어느 저수지 뚝길을 자전거 타고 달려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실제 벽화 속에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그 앞에는 분홍색 예쁜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겨울을 지나며 하늘 위로 장식되어 있던 초록 덩굴은 사라지고 벽화는 날마다 조금씩 퇴색되어 가지만 여전히 싱그러운 기운을 전하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기분좋게 하고 있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 박달시장은
박달시장은 만안구 박달우회도로와 박석로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정육점, 닭집, 미용실, 쌀집, 세탁소 등의 상가와 더불어 노점상 점포들이 시장내 도로 전 구간에 걸쳐 오밀조밀하게 밀집되어 있다. 전통시장이 형성된 것은 지난 1979년이지만 소방법, 도시계획법, 건축법 등의 이유로 미등록된 상태이다가 2005년 전통시장으로 인정 공고했다. 시장 입구에 공용 주차장이 있으며 5000원 이상 구매시 1시간 무료 주차 이용권을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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