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어디까지 가봤니? 과천 향교

지방 최고의 교육기관, 배움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다

지역내일 2013-10-23 (수정 2013-10-23 오전 11:38:32)

「 멀리 성균관의 모습이 윤희의 눈에 들어왔다. 신삼문은 왼쪽 문 하나를 제외하고는 굳게 닫힌 채로 있었다. 그동안 몇 번 와 봤던 곳이지만 오늘은 사뭇 다르게 보였다. 이제부터 밤낮없이 남장인 채로 지내야 하는 곳이다. 성균관을 에워싸고 흐르는 반수라 불리는 인공 개천을 넘어가면 모든 일이 시작된다. 두려움이 왈칵 밀려왔다. 」
작년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성균관 스캔들의 나날’이다. 스토리 자체도 흥미진진했지만, 남장을 한 여주인공이 당시 금녀의 공간이었던 성균관을 들어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구름 한 점 없던 가을, 문득 외삼문을 시작으로 명륜당과 내삼문으로 한 문씩 한 문씩 성균관으로 들어서던 ‘성균관 스캔들의 나날’ 여주인공 윤희의 스릴을 느끼고 싶어서 과천향교로 향했다.

향교1

지방민의 교육을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국립교육기관
향교는 공자와 여러 성현께 제사를 지내고 지방민의 교육을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국립교육기관이다. 성균관이 국가 최고의 교육기관이라면 향교는 주요 지방에 설치된 지방 교육기관이다. 향교를 현재의 중고등학교, 성균관은 대학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반면 향교의 구조는 성균관의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균관과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시설과 구조는 거의 같기 때문이다.
과천향교는 조선 태조 7년에 지어 숙종 16년에 과천 서이면에서 지금의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과천역에서 도보로 십 분 남짓한 거리이다. 멀리서 보이는 홍살문이 이곳이 향교임을 먼저 알려준다. 홍살문은 능이나 궁정, 관가 등의 입구에 세우는 붉은 칠을 한 문이다. 둥근 기둥 2개를 세우고 지붕 없이 붉은 살을 박아 얼핏보면 문인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이 홍살문은 안에는 성인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성균관 스캔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된 상태여서일까? 향교 앞쪽에 흐르는 계곡도 남달라 보인다. 과천향교 앞쪽으로 흐르는 시냇물은 차고 시원해서 더운 여름날 인근 주민들이 가족동반 나들이로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리포터가 방문한 날은 이미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청량한 가을이라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은 없었지만 대신 우거진 푸르른 나무가 더없이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했다.

향교2

홍살문에 외삼문, 명륜당에서 내삼문, 그리고 대성전까지
홍살문을 지나 긴 계단에 올라서면 외삼문이다. 문표의 바깥문을 지칭하는 외삼문을 열고 들어간 공간은 사방이 고요하고 아늑하다. 순간 마치 첫날밤 신랑을 맞는 새색시처럼 조심스러워진다. 외삼문 안으로 들어서자 정갈한 명륜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명륜(明倫)당은 ‘윤리를 밝히는 집’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학교에서 교실과 같은 곳이다. 성균관 스캔들의 여주인공인 윤희가 떨리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강의를 들었던 장소도 바로 성균관의 명륜당이다. 과천향교 명륜당에서도 한문 수업이나 예절 수업이 진행된다. 평일이라 강의는 없었지만, 명륜당 안쪽 책장에는 예절과 도덕에 관한 서적이 가득하다. 정성스레 손수 풀을 쑤어 한 장 한 장 바른 창호지 문, 널찍한 명륜당 마루, 여기서 수업을 듣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정갈하다.
명륜당 안쪽으로는 또 문이 하나 더 있다. 대성전으로 올라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내삼문이다. 내삼문까지 오르다 보면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왜 계단이 모두 세 줄로 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향교에서 가운데 계단은 신도라 해서 사람들이 절대로 다녀서는 안 되는 길이다. 나머지 두 길도 올라갈 때는 오른쪽 계단, 나올 때는 왼쪽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맞다.
내삼문으로 들어서면 정면 기와 아래 대성전이라는 세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공자님을 비롯한 25분의 스승들을 모신 곳이다. 유생들이 스승님을 본받겠다는 의식을 하는 장소이다. 신성한 곳이라 예부터 행동을 한 번 더 조심했던 곳이다. 

향교3

대성전의 위치는 성균관과 다르다. 성균관과 향교는 모두 같은 구조지만 성균관의 경우 조선 최고의 교육기관이라 공자를 모신 대성전이 앞에 있다. 반면 향교의 경우 대성전이 가장 안쪽에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홍살문에 외삼문, 명륜당에서 내삼문, 그리고 대성전까지가 과천향교의 모습이다. 신성한 신도를 포함한 세 줄의 계단, 그리고 문과 문을 거쳐야 들어올 수 있는 교육과 스승에 대한 ‘예’의 공간들. 조상들의 단아한 기상을 엿보는 듯하다.
성균관 스캔들의 여주인공 윤희가 금녀의 공간이라 두려워하면서도 끝까지 교육의 열정을 놓치지 않은 이유를 조금은 알 듯하다. 문득, ‘다시 내 삶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다’ 는 마음이 스친다. 사방은 소리 없이 조용한데 가을 바람이 모처럼 따스하다.
주윤미 리포터 sinn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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