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철이다. 이제 각 학교의 중간고사가 거의 끝난 듯하다. 직전보충을 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 있다. 평소에 공부를 하든, 안하든 시험 전날에는 엄청나게 많은 공부를 한다.
사실, 이런 표현을 해서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시험 때에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인간의 이기심(?)을 보는 듯해서 씁쓸할 때가 많다. 그나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두고 칭찬과 격려는 하지 못할망정 무슨 막말이냐 할 수도 있겠으나, 평소에는 게을리 공부하는데 시험 때만 잠깐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면 정말 도둑놈 심보가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학부모님께서 성적을 두고 항의라도 하면 많이 난감해진다.
학원 순례
성적이 나쁘면 대부분 학원을 바꾸는 방법을 선택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으며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아이에게 맞는 학원」이 가장 큰 선택의 기준이다. 필자의 의견이 다소 시대에 맞지 않는 의견이겠으나, 아이에게 맞는 학원을 찾을 게 아니라 아이가 학원에 맞추어야 한다. 해당 학원의 특별한 장점이 검증이 되었다면 아이가 학원에 맞추어야 한다. 아이 기준에서 한두 번 강의를 들어보고, 혹은 한번 성적이 떨어졌다고 해서 이 학원, 저 학원을 순례하는 것은 성적이 계속 떨어지는 지름길이다.
비법을 가르치는 학원
적지 않은 학부모님과 학생들은 비법을 가르치는 학원에 현혹되어 있다.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가서 공부를 한다. 선입견에 사로잡힌 채 공부 아닌 공부를 한다. 일례로, 수리 논술은 대치동 A강사에게서 들어야 하고, 자기소개서는 B학원에서 고액을 치르면서 작성해야 하고. 논술은 꼭 몇 백만 원을 들여 C학원에서 수강하여야 하고. 얼핏 보면 주체적, 적극적으로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남이 좋다고 하면 다 이유가 있는 거야’, ‘값싼 것은 품질도 싼 거야’ 라는 선택의 기준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지 재고해보아야 한다. 또 이러한 주체적 선택들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 의도가 단기적 노력을 하여 특별한 비법을 찾아 삼만리 하는 것이라면 대단히 거만하고 초보적이고 수동적인 학습 자세이다. 적당히 공부하여 고득점을 바라는 도둑놈 심보를 입시의 출제위원들은 걸러낼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실력자가 되라
사실, 필자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실력자가 되라」는 말이다. 필자의 경우 노량진의 대형학원에서 재수를 한 바 있고, 필자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당대 최고의 실력자였다. 각종 참고서 저자였고, 전국 모의고사 출제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최고의 선생님들에게서 배운다는 강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전적으로 신뢰하고 죽도록 공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원하는 서울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되돌아보면, 그 선생님들은 정말 실력자였고, 실력자임에도 더 열심히 연구하는 모습을 우리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필자도 이때의 선생님들을 기억하며 필자 또한 실력 있는 선생님이 되겠노라고 매번 새로이 결심한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실력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학생에게는 더 해당된다. 학원에 다니는 목적은 실력자가 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신뢰와 겸손과 성실
학생이 가장 멋있어 보일 때는 내면화된 실력자인데, 겸손을 갖추었을 때 그 빛이 난다. 충분한 실력이 있음에도 겸손하게 경청하고 성실하게 노력할 때이다. 하지만, 학생이 가장 안 멋있어 보일 때는 실력은 좀 있는 것 같은 데 건방지게 선생을 평가하는데 집중하고 적당히 노력하며 게으름을 피울 때이다. 그리고는 시험 성적에서 고득점을 받고 더 의기양양해져 자신만의 공부세계에 빠진 채 건방진 공부 방법을 고수하다가 재수, 삼수의 길을 걷는 경우이다. 이런 면에서 「신뢰와 겸손, 성실」은 한 맥락의 어휘들인 것 같다. 진정한 실력자는 성실하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연마하여 남의 지식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생의 교훈이기도 한 이 진리 앞에서, 유독 대학입시에서 만큼은 학생들이 공부의 자세에 있어서 겸손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특히 고3은 가정과 학교에 성실과 감사로 거쳐 가는 교육의 과정인데 일부 고3 아이들은 특권의 과정으로 착각하여 오만한 경우가 있다.
제련된 철처럼, 심플한 새싹처럼, 의연한 성취인처럼
좀 거만한 표현이지만 필자도 학창시절 공부를 할 만큼 해보았고, 재수시절 꽤 공부 잘하는 친구들도 많이 보았고, 대학교에 진학을 해서도 공부 잘하는 친구, 선후배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그 안에 비법이라는 것은 없었다. 이들은 지금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작가, 책임연구원, 금융인, 법조인 등이 되어 사회적으로 선호하는 많은 직업군에 몸담고 있다. 배우는 시절에 이들에게서 발견한 것은 그저 성실하고 주체적으로 공부하는 것 일뿐. 물론 특별한 장점을 가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일단 자신을 도와주는 전문가(학교, 학원 등) 집단이 결정되었다면 이제는 아주 겸손하게 공부하면 되는 것이다. 잘 갖추어진 환경은 배우는 자가 평가할 대상이 아니라 겸손하게 배워야 할 대상이다.
엑사 수학전문학원
김성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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