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과의 언쟁 도중에 자신의 귓불을 자르고, 자신의 발로 직접 정신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더니 결국 37세 나이에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던 남자, 고흐. 생전에는 단 한 점의 작품 밖에 팔지 못했지만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로 20세기 미술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화가, 고흐. 그의 드라마틱한 삶과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뮤지컬 무대가 한창이다.
작품은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약 700여 통의 편지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고흐가 세상을 떠난 지 6개월 후 동생 테오는 형의 유작전을 준비하던 중에 형의 편지와 작품들을 정리하면서 형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간다. 기존의 화려하고 웅장한 뮤지컬 음악들과 달리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가 중심이 된 음악은 고흐의 복잡한 심경과 잘 어우러진다. 무대 장치 또한 특별하다. 반원형 극장의 작은 무대는 고흐의 50여점 작품들로 변하며 제3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고흐의 작품 중에 하나가 배경으로 뜨면 고흐가 이 작품을 그릴 때 어떤 상황과 심경이었는지, 어떤 상상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지는 식이다.
하지만 극의 초점이 화가 고흐에게만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는 인간 고흐에게 맞춰져 있다. 고흐는 꿈을 이루고 싶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좋은 그림을 그려 많이 팔고 싶었고, 잘나가는 친구 고갱에게 질투심을 느끼기도 했다. 오늘을 살며 꿈을 좇고, 실망하고, 좌절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기승전결이 분명한 서사적인 이야기보다 고흐의 미술 작품들이 배우, 무대, 영상과 만나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해 하며 찾아간다면 만족도가 훨씬 높아질 작품이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오는 4월 27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문의: (02)588-7708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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