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테이블에 조심스레 올린 LP판
되살아난 아날로그 감성
턴테이블에 조심스레 올려 듣던 LP판의 추억, 많이들 갖고 있을 것이다. 행여 손자국이 날까 조심조심 꺼내들던 그 음반. 최근 지드래곤을 비롯한 몇몇 신세대가수들이 이 LP음반을 내면서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파주시 야당동에 위치한 ‘안단테’는 LP판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LP카페이다. 만 여 장의 LP판을 만날 수 있는 이곳 카페는 음악가 출신의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LTE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쉼표 같은 따뜻함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되살려주는 LP카페, 안단테를 찾아서 평일 오후, 파주로 달려가 보았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부인의 부탁에 남편이 카페 한쪽에 마련된 음악부스로 달려가 LP판 하나를 턴테이블에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잠시 후 매장 전체에 짙게 깔리는 색소폰 소리, 어느새 카페는 ‘데니보이’ 선율로 가득했다. 데니보이와 관련된 부부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은 직후였기에 음악소리가 더 진하게 다가왔다.
‘데니보이’의 추억
이경철(56)씨와 김윤경(55)씨는 젊은 시절 색소폰 연주자와 피아니스트로 만났다. 호텔에서 연주를 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많이 사랑했고 결혼까지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양가 어른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즈음에 이르러서는 흔쾌히 허락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호텔에서 가수 남궁옥분의 디너쇼가 열리던 날, 김윤경씨는 이 디너쇼에 아버지를 모시고 갔다. 이날 디너쇼에서 이경철씨가 색소폰 연주를 했는데 그 노래가 바로 ‘데니보이’였다. 김씨의 아버지는 평소 색소폰 음악과 ‘데이보이’를 좋아했다. 데니보이를 연주하는 젊은 이경철씨를 본 그녀의 아버지는 “누구냐?”며 관심을 보였고 김씨는 “직원이요, 아버지”하고 간단히 대답했다고 한다. 이날 그녀의 아버지와 그녀의 남편, 이경철씨는 그렇게 간단한 인사를 나누며 첫 만남을 가졌다고 김윤경씨는 회상했다.
피아니스트인 김윤경씨의 친정아버지 역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김씨는 이러한 집안 환경 덕분에 어린 시절, 인켈 전축, LP음반에서 흘러나오는 ‘루이 암스트롱’의 음악, ‘데니보이’, ‘My last date’ 등을 들으며 자랐고 자연스레 음악적 감수성을 키우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녀의 아버지 역시 음악, 그 중에서 특히 색소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지금의 남편 역시도 색소폰 음악을 좋아하고 연주를 업으로까지 삼는 사람이었다. 결혼까지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보따리 쌀래? 말래?”라는 부모의 마지막 물음 끝에 이씨와 김씨는 ‘함께 하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고, 결국 이들의 진심을 받아들인 양가 부모는 좋은 마음으로 허락을 해 결국 결혼식을 치르고 평생을 함께 하게 되었다.
미국 전역 돌아다니며 LP판 수집
젊은 시절부터 이들 부부는 언젠가는 멋있는 카페를 차리고 노후까지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오랫동안 일해 온 호텔 연주를 뒤로 하고 재즈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는 이후 18년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주로 미국에서 살았다.
남편 이경철씨는 무언가에 한 번 빠지면 한 없이 몰입하는 성격이었다. 골프, 테니스, 스킨스쿠버, 바둑 등 한 번 빠지면 온 힘을 다했다. 그러던 그가 40대의 어느 날 우연히 LP음악에 빠지게 됐다. 옛 생각에 듣기 시작한 LP음반이 어느 샌가 몇 백 장이 모여졌다. 소위 ‘빽판’이라고 불리던 복사된 LP 음반을 듣고 10대와 20대를 보낸 이씨는 미국에서 제대로 된 LP 원판을 살 수 있으니 좋았다고 한다.
몇 백 장이 모여지고 나니 LP음반을 본격적으로 수집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이씨는 이후 록, 올드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LP음반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LP판을 사기 위해서라면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LA 등 미국 전역을 마다하지 않고 돌아다녔다. 그렇게 10년여 간을 모으다 보니 1만장이 넘는 LP음반을 수집했다. 이씨는 젊은 시절부터 꿈 꿔왔던 멋있는 카페를 이 LP판과 결합해 만들어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LP카페, 안단테는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LP판 빼곡한 아날로그 공간
촉촉이 젖어오는 아날로그 감성
마치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시원스러운 공간, 안단테에는 50년대~80년대까지의 LP음반들이 가득하다. 판매용과 소장용이 따로 있어 매장 한쪽에 마련된 판매용 진열대에서는 이경철씨가 미국에서 10년간 수집한 LP음반을 진열, 판매하고 있고, 또 다른 공간인 음악부스에서는 LP판을 틀어주고 있다. 바쁘지 않을 때는 고객의 신청곡을 받아 틀어준다. 40대~50대 고객들은 오랜만에 추억에 젖어 아날로그 감성에 취할 수 있어 좋아하고, 젊은 세대 고객들은 색다른 경험에 좋아들 한단다. “LP판을 왜 버렸는지 후회가 된다”고 말하는 고객들도 많다.
이씨는 “CD는 깨끗하고 정제된 소리로 약간 하이 톤인 데 반해, LP판은 차분하고 무거운 음색이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요새 바쁘다. 광고를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인터넷 블로그나 방송 등을 통해 암암리에 입소문이 퍼져 LP판을 구입하려는 문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역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문의가 오고 있단다. 그는 조만간 홈페이지를 만들어 LP판의 목록을 올리고 고객이 보다 편하게 LP음반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씨 부부에게 안단테는 오래도록 꿈 꿔왔던 공간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곳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
“저희 부부에게 안단테는 놀이터와도 같은 공간입니다. 저희 부부가 오랜 시간, 이 카페를 위해 하나, 하나 준비해 온 것들이 많은 만큼 일할 수 있는 날까지 오래도록 안단테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음악과 더불어 인연을 맺었고, 중년 이후의 여생도 오래도록 음악이 있는 LP카페와 함께 하고 싶다는 두 사람. 이들의 ‘안단테’가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되살리고 휴식과 위로를 안겨주는 공간으로 다가가길 기대한다.
위치: 파주시 송학1길 126-32
(파주시 야당동 226-18, 경의선 운정역 뒤편 도시농부2단지 인근)
전화: 031-948-5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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