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여행기

겨울의 끝자락, 영월에 머물다

지역내일 2014-03-03

끝자락이나마 겨울바다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강릉 여행을 계획했었다. 숙박과 일정을 착착 세워놓았는데, 때 아닌 폭설 소식이 들려왔다. 고민 끝에 강릉은 다음으로 미루고 급히 다른 여행지를 물색했다. 이왕 가기로 했으니 어디라도 가야한다는 일념으로 숙박이 되는 곳을 찾다보니 영월로 낙점. 잠잘 곳 외엔 별다른 준비도 못하고 떠난 영월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행복의 순간을 느끼고 돌아왔다.

영월
 
단종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영월
‘영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단종이다. 영월에는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 단종이 마지막에 머물다가 사사된 관풍헌, 그리고 단종의 능인 장릉이 있기 때문이다. 인적 드문 늦겨울의 영월은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단종의 발자취를 좇기에 제격인 곳이다.
청령포는 동, 남, 북 삼면이 물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는 육육봉이라 불리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있어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밖으로 출입할 수 없는 마치 섬과도 같은 곳이다. 지금도 여럿이 배를 타고 들어가도 각자 흩어져 산책을 하노라면 적막한 느낌에 주위를 둘러보게 될 정도인데, 그 당시 17세라는 나이에 혼자 이곳에 머물었을 어린 임금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청령포에 들어서면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단종어소와 단종이 이곳에 계실 때의 옛터임을 알리는 단묘재본부시유지비가 영조대왕의 친필로 음각되어 있다. 단종의 마지막 발자취를 아련히 둘러보고 수십 수백 년 된 거송들이 들어 찬 울창한 송림 사이를 거닐다보니 단종의 슬픔이 전해지는 듯하다. 이런 역사의 현장 속이라서 그런지 작은 산토끼 가족들이 풀을 뜯는 모습이 더욱 애처롭게 보였다. 단종이 해질 무렵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던 곳이라는 노산대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동강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청령포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장릉으로 향했다.
단종은 사사된 후에도 아무도 시신을 거두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영월호장 엄흥도가 눈 내리는 밤에 몰래 시신을 거두었고, 가다 보니 노루 앉은 자리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 것을 보고 기이하다 여겨 그 자리에 무덤을 만들어 단종을 뉘인 곳이 장릉이라고 전해진다. 숙종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왕릉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장릉. 비록 이 곳에 편안히 잠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조용하고 양지바른 곳에서 쉬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종 능에서 내려오다 보면 아무도 돌보지 않던 단종의 마지막을 보필하고 시신을 거두었던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는 정려각이 보인다. 권력을 쥔 이 앞에 제대로 된 생각을 말하고 행동에 옮기기 힘든 시절, 도리를 다한 그의 용기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 또한 장릉 내에는 단종의 탄생과 유배, 죽음과 복권에 이르는 관련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단종역사관도 자리하고 있다. 아직 세세한 역사를 이해하기에 어린 아이들도 보고 이해하기 쉽도록 잘 꾸며져 있다.
 
#청령포
청령포주차장 입구: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방절리 243-4
청령포 안내소: 033-370-2657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입장은 오후 5시까지)


#장릉
주소: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단종로 190
장릉 관리소: 033-372-3088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입장은 오후 5시30분까지)
 
곤충


아이들이 체험하기 좋은 탄광문화촌과 곤충박물관
단종의 슬픔을 애써 떨쳐내고 향한 곳은 강원도 탄광문화촌. 이곳은 석탄이 검은 황금으로 불리던 1960~70년대 탄광지역의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곳이다. 영월군 북면 마차리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광부들의 생활모습을 체험하는 ‘마차리 탄광생활관’과 석탄 채취를 위해 위험한 갱도에서 일했던 광부들의 삶을 간접 체험해 보는 ‘마차리 탄광체험관’, 그리고 야외 전시물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마차초등학교, 버스정류장, 이발관, 공동변소, 탄광민들의 일상 모습 등 마차탄광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곳에 들어서니 예전 드라마에서 본 듯한 배경이 무척 신기했다. 어른도 이럴진대 아이들은 오죽할까. 무슨 테마공원에라도 온 듯 이곳저곳 구경하기 바쁘다. 그 시절 아이들이 공부하던 교실에 들어가 책상에도 앉아보고, 학교 종도 두드려보고, 땅따먹기 놀이도 해보고…. 탄광민들의 일상과 애환을 흥미롭게 느껴볼 수 있었다.
뒤이어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실제 갱도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탄광체험관에 다다른다. 광부들이 갱도를 뚫고, 발파 작업을 하고, 막장에서 작업하는 모습 등을 둘러보다보니 그 시절 이런 고된 일을 묵묵히 해냈던 분들에게 참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도 산업화 한가운데의 우리나라 모습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강원도 탄광문화촌에서 영월 시내 쪽으로 나오다보면 자그맣게 자리 잡은 영월 곤충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폐교인 ‘문포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개관한 곤충 전문 사립박물관이다. 설립자인 이대암 교수가 30여 년에 걸쳐 채집한 곤충 2,000여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표본 전시 외에도 살아있는 곤충과 수서곤충, 나비온실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사실 저녁에 예약해 둔 천문대 관람시간이 빠듯해서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아이들의 성화에 잠깐 들렀던 곳인데, 결과적으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종류의 곤충을 코앞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기 때문이다. 나비의 색깔이 이처럼 다양하고 곱구나 새삼 깨닫기도 하고, 이 많은 곤충을 채집하고 전시하고 관리까지 한 곤충학자의 노고에 감사하기도 했다. 박물관의 규모는 작지만 초등학생의 눈높이에는 둘러보기 충분했다. 
 
#강원도 탄광문화촌
주소: 강원도 영월군 북면 밤재로 351
매표소: 033-372-1521
관람시간: <3월~10월> 오전 10시~오후 6시, <11월~2월> 오전 10시~오후 5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영월곤충박물관
주소: 강원도 영월군 북면 문곡리 604-1
연락처: 033-374-5888
관람시간: 하절기 오전 10시~오후 6시, 동절기 오전 10시~오후 5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홈페이지: www.영월곤충박물관.kr
 
별

밤하늘의 별자리를 찾아서

별마로천문대는 여러 방송에서 소개된 덕분에 익히 알려진 곳이다. 여행지를 영월로 정하자마자 별을 보고 싶은 마음에 천문대 홈페이지부터 방문해 보았지만 역시 예약이 꽉 차 있었다. 토요일 저녁이니 예약은 힘들겠구나 하면서도 혹시 예약취소가 나올까 해서 출발하기 전까지 틈틈이 확인하는 치열한 노력 끝에 다행히 예약할 수 있었다. 왠지 출발 전부터 기분 좋은 예감이었다.
별마로천문대는 봉래산 해발 800미터 정상에 자리하고 있어서 별을 보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늘의 별은 물론 아래에서 빛나는 영월의 야경 또한 별무리처럼 아름다워 영월을 찾는다면 꼭 한 번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관람은 약 한 시간가량 소요된다. 먼저 천체투영실에서 별자리 찾는 방법과 탄생 별자리, 그리스 로마 신화에 얽힌 이야기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8미터의 돔 스크린에 비춰진 가상의 별이지만 마치 밤하늘 아래 누워서 별을 감상하는 듯 생생하게 별을 느껴볼 수 있었다. 설명이 끝나면 천체관측실로 올라가 직접 별자리를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방문하는 시기에 맞는 계절별 별자리를 찾아보고 더불어 달과 목성, 금성 등도 살펴볼 수 있었다.
깜깜한 산 속 밤하늘 아래에서 직접 별자리를 찾아보는 경험,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그 늦은 시간에 별을 보기 위해 깊은 산 위의 천문대를 찾은 인파를 보면서 뜻하지 않게 얼마나 값진 시간을 가졌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마로천문대
주소: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천문대길 397
매표소: 033-374-7460, 7462
관람시간 및 예약: 홈페이지 참조(www.yao.or.kr)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다음날, 1월1일, 설 및 추석연휴(사정에 따라 변경 될 수 있음) 
 
한반도

한반도를 빼닮은 한반도지형
영월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한반도 모양을 쏙 빼닮았다는 한반도지형. 이곳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 땅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풍경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방송으로만 얼핏 보았지 사전 정보가 없어서 그냥 지나다 잠깐 들러 한반도지형 모습을 보면 되는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탐방로를 따라 꽤 올라가야 한반도지형을 만나볼 수 있었다.
탐방로는 두 갈래로 나뉘는데 왕복 2.1km의 서강길은 다간형소나무와 회양목 자생군락지, 서강을 조망하는 서강전망대를 둘러볼 수 있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왕복 1.6km의 샛길로, 옛길과 서강길의 사잇길로 비교적 쉽게 전망대까지 닿을 수 있는 길이다. 올라갈 땐 서강길로, 내려올 땐 샛길로 다녀왔는데, 서강길은 한적하게 하이킹하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어서 훨씬 여유로웠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한반도지형은 정말 한반도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있었다. 전망대에 오르느라 살짝 숨도 차고 힘들었는데, 뻥 뚫린 곳에 올라 한반도지형을 내려다보니 금세 땀도 식고 가슴이 서늘해졌다. 가족들과 함께 가벼운 하이킹 삼아 다녀오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한반도지형
한반도지형 주차장: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한반도로 555
영월관광안내: 1577-0545 www.ywtour.go.kr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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