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맛에산다 - 무대 위에서 제 2의 인생 펼치는 ‘청춘동화극단’
“나는야 동극배우! 느낌 아니까~”
매년 20여 차례 공연, 대본·소품·분장 직접 준비…재능발휘, 봉사하는 기쁨, 사는 재미 느껴
“놀부 미워! 나쁜 놀부 저리 가!” 지난 12일 오송 청사어린이집 60여명의 아이들은 ‘청춘동화극단’ 회원들이 열연하는 동극 ‘흥부놀부’를 보며 동극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 놀부가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제비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며 놀부를 성토하기에 바빴다. 이날 아이들은 책에서만 보던 흥부놀부를 동극으로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대본도 직접 쓰고 분장, 의상도 스스로 준비하는 만능배우
집에서 남편 뒷바라지 하고 자식들 키우며 수십 년을 아내와 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온 주부들이 동극배우로 무대에 서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59세부터 76세까지, 13명의 여성들. 어느새 ‘주부’라기 보다는 ‘할머니’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나이지만 이들은 청주지역에선 이미 꽤 유명한 동극배우들이다. 어린이집, 병설유치원은 물론 장애인시설, 노인대학, 요양원 등 다양한 기관을 방문, 4년째 동극공연을 하고 있는 것. 매년 20회 정도 공연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22번에 이르는 공연을 했다.
지난 2008년 청주시 평생학습관에서 운영한 ‘실버동화구연’ 수강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청춘동화극단은 13명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늘씬하고 쩌렁쩌렁한 성량을 가진 전문배우는 아니지만 직접 대본도 쓰고, 의상도 구입해서 입고, 소품도 직접 만들고, 분장도 스스로 하는 만능배우다.
청춘동화극단의 임경자 회장은 “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쁨, 봉사하는 기쁨이 크다”며 “회원들의 열정과 마음만큼은 전문배우 못지 않다”고 말했다.
매주 모여 공연하고 연습
청춘동화극단의 13명의 회원들은 요즘 공연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월에만도 강내어린이집, 오송청사어린이집 등 매주 어린이집을 방문해 동극공연을 하고 있는 것. 교원대학교 박물관과 연계해 어린이들에게 전래동화를 알리고 그 교훈을 새겨보자는 취지다.
이들은 동화 ‘흥부와 놀부’, ‘지혜로운 토끼’, ‘개미와 베짱이’, ‘브레맨의 음악대’, ‘옹고집’ 등 6편의 동화를 각색해 각자 역할을 나눠 대사를 외우고 의상과 소품도 준비해 놓고 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라도 연락이 오면 바로 공연을 할 수 있다. 이재영 총무는 “매주 목요일에는 공연을 하고 공연이 없을 때는 연습과 소품을 직접 만든다”고 말했다.
또한 13명의 회원들은 모두 동화구연 뿐 아니라 동화연극, 마술, 교구제작, 인성교육 등의 강의를 수강하고 ‘동화구연지도자’ 자격증과 ‘동화놀이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다. 임 회장은 “지금도 대사에 맞는 몸짓과 시선, 음성의 억양과 강약, 감정표현에 미숙하지만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표현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는 재미 느끼게 해주는 동극무대
청춘동화극단 회원들은 하나같이 처음엔 손자, 손녀들에게 동화책이나 읽어주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동화구연 강의를 듣고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하다 보니 무대가 좋고 할수록 재미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우스꽝스러운 의상과 분장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어느새 관객과 하나가 될 때 사는 재미를 느끼고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끼’를 발견하게 된다고. 3년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재순 씨(65)는 “동극을 시작하고부터 삶의 질이 높아졌다”며 “젊어지고 사는 것이 즐겁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청춘이 되는 것이다.
특히 김은희 씨(63)는 동극을 하고 나서 가장 많이 변화된 사람으로 꼽힌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책을 읽는 것조차 부끄러워했을 정도라고. 김은희 씨는 “동극을 통해 자신감도 생기고 사는 재미를 느낀다”며 “특히 사람들간의 분위기가 매우 좋다”고 웃었다.
임 회장은 “앞으로도 회원들이 마음껏 끼를 펼치고 활동할 수 있는 동아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원활한 공연을 위해 3~4명의 신입회원을 더 모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지난 12일 청춘동화극단 회원들은 오송 청사어린이집을 방문, ‘흥부와 놀부’ 동극 공연을 했다.
최현주 리포터 chjk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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