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하늘, 코 끝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 완연한 가을이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멀리 가지 않아도 가을을 느끼고, 의미도 더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의왕백운호수 근처에 위치한 ‘임영대군 사당 및 묘역’. 2000년 경기도문화재자료 제98호로 지정된 세종대왕의 넷째왕자인 임영대군묘역 및 사당을 찾아가 보자.
언덕 위 고즈넉이 자리 잡은 팔작지붕, 가을 하늘과 조화를 이루다
의왕시 내손동 산154-1에 있는 세종대왕의 넷째왕자인 임영대군 묘 및 사당은 능안마을 뒤쪽 모락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백운호수를 끼고 능안 마을도 들어서니 오른쪽으로는 임영대군 사당, 왼편으로는 묘역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나온다.
표지판은 보이지만 도대체 어디에 사당이나 묘역이 있다는 것인지 처음엔 눈에 띄지 않는다. 대군의 묘역이나 사당이라고 해서 거대한 모습을 상상했던 리포터는 당황한 마음을 누르고 우선 사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안내판을 따라 100미터 정도 걸어 올라가다 보니 푸른 언덕위에 고즈넉이 자리잡은 사당이 보인다. ‘아하! 여기가 사당이구나’. 아래쪽에서 언덕을 올려다 보니 하늘 아래 팔작지붕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언덕아래는 모락산과 이어지는 둘레길로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임영대군 사당은 원래 마을에 있었던 것을 약 180년 전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 1967년 1월에 전면적으로 보수했다고 하며 팔작지붕으로 된 3칸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가운데 방에는 대군의 신주가 모셔져 있고 양쪽 방에는 제기와 제복 등이 보관되어 있다. 음력 정월 21일 낮 12시 제향이 행하여진다.
하늘로 맞닿은 듯 돌계단을 따라 오르다
조심조심 언덕을 내려와 임영대군 묘역으로 향했다. 임영대군 묘역은 사당에서 왼편(서쪽으로) 약 200미터 부근에 있다. 사당에서 마을로 내려와 다시 묘역 표지판을 따라 모락산 밑자락을 100미터 정도 걷다보면 돌계단과 마주하게 된다. 너비 2미터도 채 안되는 오래된 돌계단을 따라 위를 올려다 보니 양옆의 나무들 사이로 계단 끝에 반짝이는 햇살과 청명한 하늘이 눈부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계단 끝 왼편으로 임영대군 묘역과 마주하게 된다.
거대한 왕릉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큰 규모의 묘역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큰 규모는 아니었다. 다만 3단으로 구성된 묘역에 망주석, 장명등이나, 문신석인 등이 대군의 위엄과 그 지위를 가늠케 한다.
임영대군 묘역 상단에는 둘레 1650cm, 높이 210cm인 봉분과 비석이 있다. 1981년에 새로 축조한 봉분주변의 호석은 동서남북의 모서리에 대나무, 꽃, 새 등의 무늬가 새겨져 있고, 동쪽에는 높이 200cm, 너비 50cm의 비석이 있는데 앞면에 ‘조선국왕자임영대군정간공지묘 (朝鮮國王子臨瀛大君貞簡公之墓)’ 뒷면에는 ‘개국오백삼십삼년알봉곤돈병월일중건신좌(開國五百三十三年閼逢困敦病月日重建辛坐)’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중단에는 상석, 망주석 2개, 장명등이 있다. 현재의 상석은 1981년 새로 만든 것으로 원래의 것은 사라졌다고 한다. 숙종때 세웠다고 하는 장명등은 사방으로 4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하단에는 동서 양쪽에 높이 250cm의 문신석인이 있는데, 얼굴이 새겨진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두 손을 모아 쥐고 있는 홀도 선명하다.
우리나라의 제일 위대한 임금. 세계사에서 빛나는 세종대왕. 그리고 그 넷째아들. 문종, 수양대군 세조 등 형제들 사이에서 큰 시련을 겪지 않고 생을 마친 임영대군. 그 과거를 잠시 돌아보게 한다.
근처 백운호수에 위치한 맛 집, 가을을 만끽하다
임영대군 묘역을 뒤로하고 능안 마을로 내려오면 백운호수로 나오는 길에는 다양한 맛 집이 기다리고 있다. 닭백숙이나 오리 백숙을 주로 하는 음식점에서부터 백운호수 주변의 다양한 음식점과 카페, 푸른 하늘에 파란 호수까지. 잠시 답답한 일상을 떠나 과거로 여행을 떠나 돌아오는 길이 회색 도시가 아니어서 좋다. 호수를 돌아 모락산 자락을 따라 도심으로 나오는 그 길이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잠깐! 묘역 올라가는 길에 벌떼가 유난히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위치: 의왕시 내손동 능안아랫말길 32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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