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가장 맛있는 두부를 오늘 만든 두부라고 했다. 두부의 재료나 만드는 방식이 아닌 바로 만들어 먹는 두부가 가장 맛있다는 뜻인데 예전에는 집집마다 손수레에 두부를 싣고 종을 울리며 두부를 팔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금방 만들어 김이 무럭무럭 나는 따뜻한 두부는 별다른 요리를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도 고소하고 맛있었다.
관양동 현대아파트 가는 초입에 두부요리 전문점 네모반듯 두부나라가 있다. 한 자리에서 15년 가까이 두부요리만 해온 곳. 주인장 천세권 씨에게 물었다. 음식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다른 메뉴로 변경할 마음도 있었을 텐데 생각해본 적 없었느냐고.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할 줄 아는 게 두부 만드는 것 밖에 없어 한번도 그런 마음 먹어본 적 없었다”는 말. 여운처럼 기억에 남았다. 이곳의 모든 음식은 강원도 횡성의 귀농 10년 차 강창원, 윤명희 부부의 유기농 콩밭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설명을 들으며 청국장과 보리밥을 주문했다. 매일 새벽6시가 되면 두부를 만들어 그날 그날 손님상에 올린다는 천세권 씨가 도토리 가루로 만든 전병에 머스타드와 흑마늘 소스를 뿌린 야채쌈을 가지고 왔다. 이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깐풍 두부와 투박한 질그릇에 보리밥과 청국장이 담겨져 나왔다. 두부를 넣은 찌개는 무엇이든 그 본래의 맛을 거스리지 않으면서도 풍성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두부가 들어간 된장찌개나 청국장찌개는 메인이 두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못지 않은 맛을 내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었다. 소박하면서도 평범하지 않는 맛, 그 맛이 느껴졌다.
위치 안양시 동안구 관양1동 1404-27 우이상가 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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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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