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업 중에 학생들과 새 학기 시간표를 조율하면서 방학특강에 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방학이 되어 과목별 특강을 듣느라 학기 중 보다 더 바쁘다는 학생들의 이야기. 한 학생은 영어 과외를 하면서 학원을 새로 다니기 시작했고, 다른 학생은 수학이 부족하여 학원에서 개설한 특강을 듣는다고 했다. 영수뿐만 아니라 사탐과 과탐 등 방학을 이용하여 단과를 듣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선생님 차라리 대학학비가 더 싼 것 같아요. 방학이라 특강비가 더 들어서 저희 집 돈이 없대요. 그래서 엄마는 운동화도 안 사줘요.” 운동화를 사달라고 했다가 엄마에게 되려 “너에게 드는 사교육비가 얼만데 운동화 타령이냐”는 잔소리를 들은 여고생의 푸념 섞인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짠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엄마의 마음도 십분 이해가 된다. 수능을 앞둔 자식이 연년생으로 있으니 한 과목이라도 더 수업을 듣게 해서 등급을 올렸으면 하는 엄마의 가절한 마음을. 문득 과도한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강남엄마의 얘길 다루었던 EBS 다큐멘터리에서 “한 달에 6~70만원 하는 저렴한 학원에 다니면서 스카이에 입학하는 착한 자식을 둔 엄마가 부럽다”고 했던 인터뷰 대목이 떠오르기도 했다.
겨울방학 특강비로 학원비를 가외로 지출한 가정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녀들은 특강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까? 학원이 하나 더 늘었으니, 숙제하기도 버거워하고 있지는 않을까? ‘자기주도학습 플래너’로 학생들의 학습관리를 하다보면, 한 주간 학생들의 학습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학원과외시간과 숙제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자기만의 공부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거나, 배운 내용을 완벽히 숙지하기 위한 복습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다 왔고, 학원숙제를 모두 마쳤으니 오늘 공부는 다 했어’라는 자기위안을 하며 책을 덮고, 자신의 관심분야에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학생들 역시 성적을 올려 명문대에 입학하고 싶다. 그러나 특강만으로는, 학원과외의 수업만으로는 등급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자신이 배운 수업내용을 소화할 수 있도록 복습하는 시간을 늘리고, 플러스 알파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갈 때 그때서야 비로소 성적은 향상 될 수 있을 것이다.
새 학기가 다가오고 있다. 남은기간동안 학생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지식을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재경
도서출판THE공감 대표
공감입시학원 국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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