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신도시가 계획한 모습을 갖추어 가면서, 근처의 학교들도 달라지고 있다. 60년 역사의 지산초등학교(교장 강수원)도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신입생이 100여 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학교 분위기도 사뭇 달라지고 있다.
1954년 개교 이래 어쩌면 가장 큰 변화일지 모르지만 지산초등학교 구성원들은 지혜롭게 대처하고 있는 듯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지정한 창의인성모델학교 및 경기도교육청 지정 창의인성교육 시범학교로 운영하며 조화롭게 진통들을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활동이 있다. 학부모들의 독서 활동 참여다. 어머니독서모임이 활성화되면서 교육활동에 생명력을 더하고 있다. 2013년부터 색다른 활동을 시작한 지산초등학교 어머니독서모임을 소개한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2013년에 꾸려진 어머니독서모임
지산초등학교는 운정신도시에서도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역사가 길어 건물도 오래 됐으며, 아파트 안에 있는 학교들에 비해 도시적인 느낌 또한 덜하다. 하지만 어쩐지 인간적인 맛이 있는 학교다. 학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증축한 건물, 운동장에 깔려 있는 인조잔디. 해를 거듭하면서 사람의 손때가 묻고 그 정성으로 성장해 온 학교라는 느낌이 든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텍쥐베리도 말하지 않았던가.
겨울방학에 찾아간 지산초등학교 도서관은, 차가운 날씨에도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곳에 애정을 가지고 꾸려가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지난 한해 어머니독서모임에 참여한 13명의 학부모들이 모이는 자리, 한 사람 한 사람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이민아 사서가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격 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그들 사이에 학부모와 교직원이라는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산초로서는 획기적인 활동이었죠. 어머님들이 이렇게 도와주시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자발적으로 하시면서도 자꾸만 일을 크게 벌이셨어요. (웃음) 12월 빅북 전시 기간에는 시어머니 커튼, 집에 있던 인테리어용 나무도 가져오고 흔들의자, 인형, 크리스마스장식까지 들고 오셨어요. 아이들에게 줄 쿠키 선물도 다 포장해오고 카드까지 만들어 오시고.” (이민아 사서)
저학년 책읽어주기부터 방학 캠프, 전시회까지
학교에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활동이 잘 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서로 너무 다른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산초등학교 어머니독서모임이 잘 된 비결은 조화에 있었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에 적극적인 자세가 어우러져 잡음 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
“아이가 셋이라 아침시간이 힘들어서 독서활동을 못했어요. 그런데 너무들 열심히 하는 열정에 끌려서 이 분위기에 동참하고 싶은 거예요. 누구 하나 튀는 모임이면 열등감도 느끼게 되고 내가 해도 되나 하는 주저함이 있잖아요.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받아들이고 칭찬하면서 어울러주시고, 늦게 왔지만 이질감 없이 어울릴 수 있었어요.” (학부모 조희은 씨)
도서관에서 봉사하는 학부모들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정식 사서가 없어 도서 대출 봉사 이상을 하기가 어려웠다. 2012년에 이민아 사서가 오면서 학부모들이 책읽기와 같은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지산초 어머니독서모임은 학기 초에 꾸려져 매주 수요일 아침 10분 동안 1,2학년 책 읽어주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아 6월부터 매주 목요일 3학년들에게도 책을 읽어주었다. 여름과 겨울방학에는 사서를 도와 도서관독서캠프를 진행했다. 12월에는 한 달 동안 일반도서의 2배 크기인 경기도 빅북 43권을 지산초 도서관 내에 전시하고 학생들에게 읽어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그냥 책읽어주기로 시작했는데 12월 빅북 전시회까지 마지막으로 가면서 적극적인 마음들이 합해지면서 서로 주고받는 반응들이 컸어요. 우리가 작지만 모이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지금 와서는.” (학부모 정진아 씨)
학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학교로
학부모들은 지혜를 모아 활동들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 겨울방학 독서 캠프 때는 난로를 가져와 아이들에게 고구마와 떡을 구워줬다. 지산초 도서관은 책만 읽고 가는 곳에서 보다 따뜻한 느낌의 장소로 바뀌었다.
학부모들의 아이디어로 아버지가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할머니가 흔들의자에서 읽어주는 책도 좋겠다, 저음의 남성도 좋겠다 얘기 하다 아이 아빠 이동연 씨가 겨울방학 하기 전에 한 번 책 읽기에 참여하게 됐어요. 군인이라 제복을 입고 와서 딱딱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신선했고 아이들에게도 중저음의 음성이라 듣기 좋았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학부모 정지연 씨)
지산초 어머니독서모임이 활발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매달 열린 세미나를 들 수 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다 같이 모여 자유주제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그림책 연구 모임으로 바뀌었다. 각자의 생각과 경험부터 시작해 책에 대한 관점을 쌓아 육아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어 참여하는 어머니들의 호응이 좋다.
“이른 시간에 둘째 유치원 보내고 달려와야 하지만 아이들이랑 교감하면서 재미를 느껴요. 그림책으로 화두를 던지고 아이들이 여러 의미로 받아들이는 걸 본 첫 시간의 강렬함, 그 경험이 정말 좋았어요. 다음엔 또 어떻게 가지, 둘째 어떻게 깨우지, 고민하면서도 어떻게든 보내고 가자는 생각이 들게 됐어요.” (학부모 태정은 씨)
1분이 귀한 아침시간, 가족들 챙겨 보내고 학교 오느라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두 배 세 배로 풍성해진다는 지산초의 책 읽는 어머니들. 올 3월에도 또 모집하는 사서 도우미 자원봉사에 또 어떤 이들이 지원할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는 이 어머니들에게 학교는 더 이상 어렵고 힘든 존재가 아니다. 내 손으로 꾸려가는 소중한 공간,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자라는 귀한 터전이다.
지산초등학교 어머니독서모임이 추천하는 그림책
『똥벼락』(조혜란 저. 사계절출판사)
“똥이라는 재미있는 소재로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에요. 책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돼지책』 (앤서니브라운 저. 웅진주니어)
“돼지가 나오니까 아이들이 재밌어하고 작가가 그림에 재미있는 요소를 많이 넣어서 아이들이 좋아해요.”
『장수탕 선녀님』(백희나 저. 책읽는곰)
“구름빵 작가의 최근 그림책이에요. 고학년까지 좋아할 정도로 다양한 나이층의 아이들이 즐기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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