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에 얽힌 뿌리 찾기

먹뱅이(墨坊里)와 상야리(上野里)

지역내일 2014-02-16
청원군 내수읍 묵방리는 본래 청주군 산외일면(山外一面) 지역으로 묵뱅이, 먹뱅이라는 이름으로 구전되고 있다. 이는 먹을 만드는 먹방이 있었으므로 묵방(墨坊)이라고 하였다고 하나 묵뱅이를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묵’은 먹을 연상하였고 ‘뱅이’는 그 의미를 알기 어려워 먹과 관련된 의미를 더해 자연스럽게 묵방리(墨坊里)라 표기하게 된 것이다. 

땅 이름은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알기 쉽고 여러 사람들에게 그 위치를 전달하는데 효율적이므로 산, 강, 들, 바위 지형의 특징으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 ‘뱅이’라는 말은 땅이름에서 ‘배미’라는 말이 음운변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원군 부용면 문곡리 ‘진배미들’의 ‘배미’는 ‘논농사를 짓는 한덩어리의 땅’을 뜻하는 말로 옛날 농민들이 빈번히 쓰던 용어다. 높은 배미, 낮은 배미, 큰 배미, 작은 배미 등 지명으로 쓰인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따라서 ‘진배미들’이란 땅 모양이 길게 생긴 논 한덩어리를 일컫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예는 많이 보인다. 현재 충북 도청이 있는 자리에 예전에는 큰 논이 있었는데 옆에 개울이 있어 물 대기가 좋아 잉어를 기르면서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쓰였고 이곳을 ‘잉어배미’라고 불렀다. ‘뱅이’가 ‘배미’라는 의미라면 ‘묵뱅이’는 ‘묵은 배미’가 된다. 농촌에서 농사를 포기하고 묵밭 또는 묵은논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묵은 배미’가 자연스럽게 땅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예로 청원군 오창읍 성우리의 ‘먹방고개’, 청원군 오창읍 양청리의 ‘먹방골’, ‘먹방이’ 청원군 미원면 내산리의 ‘묵방골’, ‘묵방들’, ‘묵방들보’를 들 수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묵방리’, ‘먹뱅이’라는 지명이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재밌는 것은 청원군 가덕면 상야리(上野里)라는 곳인데 본래 청주군 남일상면(南一上面) 지역으로 큰 논이 있어 ‘한배미’ 또는 ‘대야’라 하였다.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상적리(上赤里), 봉동, 상검리, 하검리, 병암리 일부와 산내이하면(山內二下面)의 안인동과 원동 일부를 병합하여 상야리라 해서 가덕면에 편입되었다. ‘한배미’에서 ‘한’은 크다는 뜻이므로 ‘논의 덩어리가 큰 땅’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한자로 표기할 때 ‘한’은 ‘大’로 표기하고, ‘배미’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소리만을 표기하다 보니 ‘夜’로 표기하여 ‘대야(大夜)’라는 이름이 생기게 된 것이다. 1914년 일제에 의해 지명에서 한 자씩 따서 이름 짓는 방식으로 행정구역을 폐합하면서 ‘상적리’의 ‘상’, 대야리의 ‘야’를 따서 ‘상야리’로 만들고 지명에 ‘야(夜)’를 쓰는 것이 어색해 ‘야(野)’로 고쳐 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주남중학교
이상준 교장
지명연구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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