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훈의 아빠심리학 24

아이의 동의는 동의가 아니다

지역내일 2014-02-13

“태권도 도장에 가볼래?”, “이제 영어 학원을 좀 다녀보자.”, “집에만 있지 말고 이번엔 같이 강릉에 놀러 가자”라고 아빠가 말하면 아이는 “알았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아빠는 아이를 도장과 학원에 보내고, 같이 바닷가 구경도 간다.
그러나 아이가 학원에 가는 표정은 밝지 않고, 오히려 친구 생일이라는 등의 핑계로 빠지는 경우가 많으며, 태권도 실력은 늘지 않고, 학원 숙제도 하기 힘들어한다. 강릉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자기 입으로 간다고 했으면서도 저 넓은 바다를 앞에 두고 차에만 있으려 하고, 핸드폰만 부여잡고 강제로 끌려온 포로 같은 표정만 짓고 있다. 이럴 거면 아예 간다는 말을 하지 말던가.
10년 넘게 아이와 부모의 상호작용이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는 부모가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기대를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러나 어떤 부모는 아이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의 자존감은 기대 대비 능력에서 판가름 난다. 내가 50점을 기대하는데 50점을 받으면 자존감이 유지되지만, 100점을 기대하는데 50점을 받으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그런데 기대치는 자존심과 관련이 있어서 기대가 100점이면 자신의 능력에 상관없이 자존심도 여전히 100점이어서 50점 받은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숨기거나 평가 받는 상황을 회피하려 한다. 학원에 안 간다 하면 자신이 50점짜리일 가능성에 대해서 더 얘기를 해야 하기에 그냥 “알았다”라고 하면서 자신과 부모에게 100점짜리 환상을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빠는 직업적으로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고 엄마보다 아이와의 접촉 시간은 짧다보니 아이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너무나 당연하게 높은 기대를 하기 쉽다. “능력이 있는데 못하는 거야”라는 말로 자신과 아이에게 최면을 걸면서 계속 아이의 자존심만 불필요하게 높인다. 아빠의 기대를 알고 있는 아이 역시 ‘능력이 있는데 지금만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익숙해지지만,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은 디딤돌을 찾지 못해서 도약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처음부터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다. 아이가 “알았다”라고만 대답하고 강릉에서 차 안에만 있다면, 다음부터는 같은 표정으로 같은 대답을 할 때 “사실은 가기 싫어요”라는 대답으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지우심리상담센터 성태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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