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수업. 이번 겨울방학 책읽기 프로그램은 정해진 책을 읽고 스스로 주제를 찾아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먼저 ‘백범일지’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는데, 아이들은 주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나 김구 선생의 어렸을 적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백범이 흰 호랑이란 뜻이 아니라 ‘백정범부’의 의미를 지녔다는 것, 그리고 보물로 지정되었다는 점을 처음 알게 된 아이들도 있었다.
감상 나누기가 끝나고 주제토론을 하기 위해 의견을 나누었는데 여러 가지 주제가 쏟아졌고, 그 중에 ‘나라를 꼭 사랑해야 하는가’라는 주제가 결정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나라가 식민지 상태였기 때문에 나라를 사랑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서부터, 나라가 없으면 국민이 없다는 의견, 내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 더 많이 나라를 사랑할 것이라는 의견, 보통 때는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지만, 다른 나라와 운동 경기를 할 때 우리 나라를 응원하게 되는 걸로 봐서 사랑하고 있다는 의견 등 아이들은 다양하게 자기주장을 펼쳤다.
지난 여름방학에 비해 부쩍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나는 절로 흥이 났다.
이처럼 자기주장과 타당성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논술 학습의 일차적인 목표이다. 논술은 학교 서술형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대입 논술고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논술은 이러한 도구적인 기능보다 한층 높은 차원의 목표가 존재한다.
첫째, 문제해결능력 향상이다.
논술수업은 읽기-토론하기-글쓰기-평가하기(첨삭하기)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각각의 과정이 바로 문제해결과정이 되는 것이다.
토론과 논리적 글쓰기 또한 제시된 문제에 대한 배경과 원인, 현상 등을 파악하고 대안을 내놓는 문제해결과정이다. 자기주장과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도 문제의 해결 과정인 것이다.
둘째로 논술은 비판적인 사고력을 키운다. 효녀의 대명사 ‘심청’을 불효녀라 가정하고 논지를 전개한다든지, ‘춘향과 몽룡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주제인 춘향전의 주인공 춘향을 비판적으로 보면 그 주제가 달라진다.
그 당시 양반과 기생의 연애야 비일비재한 스토리이지만, 탐관오리인 변학도에게 저항하는 순간 춘향은 퇴기의 딸이 아닌 민중의 대변자가 되어버린다.
여기서 비판이란 어떤 주장을 합리적으로 따져 보고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이치에 맞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포함된다. 결국 비판적인 사고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하다.
끝으로 논술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읽기이다. 날마다 30분씩 정독하는 습관이 든다면 자기 삶의 큰 재산이 될 것이다. 전에 내가 지도했던 어떤 중학생 학부모는,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의 칼럼을 공책에 오려 붙이고, 그 내용을 요약하고 자기 생각을 쓰는 시사노트를 3년 동안이나 했다. 그렇게 해 보라고 권유한 것은 나지만, 그 친구가 꾸준히 3년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바로 ‘습관의 힘’이다.
논술은 자기 자신과 주변 세계에 대한 탐구 활동이다. 문학, 사회, 역사, 철학 등의 다양한 텍스트를 통해 인문학적 성찰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논술이다. 인문학적 성찰은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한 토양이 된다. 이것이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얻은 결론이다.
뉴이데아 국어·논술 고등부
김현숙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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