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세계 공용어다. 그래서 우리 모두 열심히 영어를 배우고 있다. 조기교육의 입김까지 더해져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연령도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영어하면 먼저 학습적인 면을 생각하게 되고 나이에 비해 높은 수준의 교재와 학습량은 어린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영어를 내가 좋아하는 태권도를 하면서 혹은 그림을 그리면서 배우는 건 어떨까? 우리 동네에서 영어를 배우며 예체능 수업을 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박은전 리포터 jeonii@daum.net
영어 단어를 외치며 기합을 넣는
리스펙 영어 태권도
후곡마을 18단지 상가 2층에 자리잡은 리스펙 영어태권도장은 기합 소리가 다르다. 보통의 태권도장에서 태권도 동작을 할 때마다 씩씩하게 외치는 기합소리 대신 영어 단어를 외친다. 이곳은 영어도 배우고 태권도도 배우는 영어 태권도장이다. ‘아니 태권도장에서 영어를 어떻게 배운단 말인가?’ 혹은 ‘영어 단어 한 두 마디하고 오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곳 리스펙에서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강영구 관장이 개발한 커리큘럼에 따라 영어를 학습이 아니라 언어로 재밌게 배우고 있다.
‘태글리쉬’라는 영어와 태권도를 결합한 프로그램에 강영구 관장이 성인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하며 느꼈던 점들을 응용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태권도장을 인수해 지난 3월부터 영어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태글리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강영구 관장과 사범이 직접 지도한다. 강영구 관장은 “처음에 영어태권도를 한다고 했더니 의외로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영어 울렁증이 있다는 학생들도 있더군요. 그랬던 아이들이 1년도 안된 사이에 영어를 재밌어하고 실력도 많이 늘었어요”라며 소감을 전한다.
영어에 거부감이 없도록 먼저 말로 배우고 영어랑 친해진 다음 본인의 레벨에 맞게 알파벳 파닉스 문장 등의 숙제가 주어진다. 숙제는 아이의 상황과 레벨에 맞게 조절 가능하며 영어를 1~18급으로 급수를 나눠 태권도 심사 볼 때 영어 급수 시험을 같이 본다. 강영구 관장은 “언어를 배울 때는 매일 꾸준하게 반복해서 하다보면 실력이 늘지 않을 수 없다며 기합 대신 큰소리로 영어 단어나 문장을 외치다 보면 영어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영어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고 전한다.
리스펙 영어 태권도장의 수업은 단순히 태권도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클래식 음악 감상을 통한 인성교육과 줄넘기를 하면서 체력을 기르며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되는 레크레이션을 즐기도록 구성돼 있다. 강영구 관장은 “예전에는 동네 골목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놀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골목 문화가 형성되지 못 하고 있다”며 “그 대신 태권도장에서 또래 혹은 언니 오빠와 함께 놀이를 통한 즐거움을 느끼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의 031-924-9777
신일초등학교 2학년 김찬이 학생
“큰소리로 아는 단어를 말할 때 즐거워요”
태권도를 다니 지 2년 정도 됐는데 영어를 배울 수 있어 좋아요. 전 영어로 게임할 때가 제일 재밌어요. 큰소리로 내가 아는 영어를 말할 때는 신나요.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지만 여긴 숙제가 많지 않고 어렵지 않아 힘들지 않아요. 태권도장에서 줄넘기 연습을 많이 해 학교에서 줄넘기할 때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어요.
문화초등학교 4학년 전소은 학생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배우는 게 재밌어요”
태권도도 배우고 영어도 배울 수 있다고 해서 엄마께 말씀드려 다니게 됐어요. 공부방에서 선생님이랑 영어 책 읽고 공부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활동을 하면서 영어를 배워 더 좋은 것 같아요.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배우는 것도 재밌어요.
영어동화책으로 영어공부와 그림을 그리는
‘영어미술’
정발산동 양지마을 5단지 앞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영어미술은 영어를 배우며 그림을 그리는 곳이다. 기존의 미술학원과는 달리 외부 인테리어 등 장식적인 부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신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린 그림으로 벽면을 채워가고 있다. 시카고 미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양현지 원장이 미술 교육에 대한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펼쳐보고자 지난 9월 문을 연 곳이다.
양현지 원장은 “미국에서 약대를 다니다 미대로 진로를 바꿨어요. 부모님께는 죄송했지만 그림으로 내가 느낀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는 점에 끌려 전공을 바꾸게 됐죠”라며 미대로 가게 된 얘기를 살짝 털어놨다. 졸업 후 귀국해서 강남에 있는 한 미술학원에서 일하다 자신의 학원을 운영해보고자 ‘영어미술’을 시작하게 됐다.
‘영어미술’에서는 그림이 있는 책을 통해 영어를 배우고 그 책 내용을 읽고 느낀 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동화책의 그림들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뿐 아니라 책 내용의 이해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미술교과서의 역할을 한다. 또 책 읽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책속의 그림들을 꼼꼼히 살펴보게 돼 아이들의 집중력과 사물을 관찰하는 힘이 커진다.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에 대해서는 어떤 재료로 어떻게 표현하든 터치하지 않는 게 양현지 원장의 원칙이다.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본인이 나타내고 싶은 게 무엇인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느끼는 아름다움을 나타낼 때는 자주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게 중요하며 캔버스에 점 하나를 그리더라도 이유가 분명하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책은 학생의 수준에 맞게 선택할 수 있으며 소리 내어 읽어 내용을 이해한 후 문장을 따라 쓰고 암기한다.
양현지 원장은 “전 비교적 소극적이고 부끄럼타는 성격이라 자신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들은 그런 점도 저의 개성으로 인정해주시더군요. 사람들은 모두 같지 않아요.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고요. 그러나 자신의 표현에 대한 분명한 자기 생각을 전할 수 있다면 소통을 통해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스스로 생각하고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얘기할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갈 것입니다”라며 포부를 밝힌다.
문의 010-5912-0628
예일 크리스천 국제학교 2학년 박진서 학생
“그림 그릴 때가 정말 행복해요”
제가 그린 그림을 선생님은 항상 최고라고 칭찬해줘서 그림 그릴 때가 정말 행복해요. 재밌는 영어 동화책을 읽고 쓰다보면 새로운 단어도 알게 되고 영어를 많이 배울 수 있어요. 또 책에 그려진 그림을 이젠 자세히 보게 됐는데 그림들이 참 예뻐요. 무엇보다도 제 얘기를 잘 들어 주는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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