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이런 저런 결심을 해보며 자신의 삶의 의지를 다져본다. 한편으로는 달력을 넘기며 쉬는 날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보며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매우 아쉬워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올해부터는 실시되는 대체 공휴일제도는 무척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9월은 30일이 아니고 19일만 있으며 10월은 10일이 줄어들어 21일만 있다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말하겠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에서 9월이 19일인 경우가 있었다. 아래의 사진과 같이 1752년 9월 달력에는 3일부터 13일까지가 없다. 그리고 1582년 10월 달력에는 10월 5일부터 14일까지가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을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처음부터 현재의 형태는 아니었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는 달력을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고대 사람들은 오랜 시간에 걸친 관찰을 통해 360일을 주기로 태양의 위치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이것이 원의 중심각이 360도인 이유이다.) 1년을 360일로 계산하는 달력체계(역법 曆法)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문명이 점점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1년이 360일보다 5일이 더 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유럽에서는 365일을 1년의 단위로 삼았다.
하지만 오랜 관찰을 통해 1년의 길이가 365일보다 조금 더 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이집트를 침략했을 때 이곳에서는 1년의 길이를 365.25일로 계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이집트인들이 사용하는 달력이 훨씬 정밀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카이사르는 4년마다 1년의 길이가 366일이 되는 윤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달력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수정한다. 이렇게 개정한 달력 체계를 율리우스력이라고 부르며, 유럽에서 1000년 이상 사용된다(아라비아 숫자가 아라비아가 아닌 인도에서 유래했듯이 율리우스 달력 체계도 실질적으로는 로마가 아닌 이집트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1년은 365.25일이 아닌 365.2422일이기 때문에 율리우스력의 달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세 서구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의 하나인 부활절 날짜가 처음에 비해 10여일 가량 달라졌음을 알게 되면서 달력 체계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부활절은 325년에 제정되었는데 율리우스력이 가지는 오차 때문에 1200년 이상이 지나자 부활절 날짜에 10일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자 1582년에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는 부활절 날짜를 바로잡고자 달력 체계를 개혁한다.
그레고리우스 13세의 변경된 달력 체계는 다음과 같다.
1. 윤년은 4년 마다 1번씩 윤년을 둔다.
2. 그 해 연도가 4의 배수가 아니면 2월은 28일(평년)까지로 하고
3. 그 해 연도가 4의 배수이지만 100의 배수가 아니면 2월은 29일(윤년)까지로 한다.
4. 그 해 연도가 100의 배수이지만 400의 배수가 아닐 때는, 윤년이 아니라 평년으로 한다.
5. 그 해 연도가 400의 배수이면, 이 해는 윤년으로 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율리우스력을 수정한 달력을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으며 그레고리력이라 부른다. 그레고리력에서는 400년에 97번의 윤년이 생기므로 1년의 길이는 365+97/400=365.2425일이 된다. 1년의 실제 길이와는 단지 0.0003일의 오차, 즉 10,000년에 3일 정도의 차이만 발생할 정도로 매우 정밀해졌다.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이 새로운 달력 체계를 적용하기 위해서 1582년 10월 4일의 다음 날은 10월 15일이 된다고 선언하여 달력을 사용한 이래 가장 짧은 10월이 되었다.
그렇다면 1752년 9월 달력에 3일부터 13일까지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은 16세기 종교개혁 때 헨리 8세에 의해서 독자적인 종교인 성공회를 국교로 삼으면서 로마 교황권을 인정하지 않아 가톨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그레고리우스력을 채택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교황의 간섭이 커지게 된다는 우려에 율리우스력을 계속해서 사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레고리우스력을 사용하자는 의안이 하원에 제출되기도 하였으나 채택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새로운 달력의 합리성은 점점 인정되는 반면에 영국이 율리우스력을 사용함에 따르는 학문적, 외교적인 문제는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었다. 결국 의회는 1751년에 그레고리우스 달력을 채택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안에 의하여 1752년 9월 2일의 다음날을 1752년 9월 14일로 정하고 그레고리우스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 역사적 사실을 컴퓨터 유닉스 시스템에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1752년 9월 달력이 위의 사진과 같이 출력된다.
●한걸음 더
달이 차고 기우는 모양의 변화를 기준으로 만든 달력 체계를 음력이라고 한다. 달이 태양 쪽으로 일직선상에 있을 때(삭)를 초하루라 하며, 15일이 지나 달이 태양과 반대편으로 일직선상에 있을 때를 보름(망), 보름에서 다시 삭의 위치에 가기 전날(그믐)을 주기로 하여 한 달을 정한다. 이 주기는 약 29.53일마다 반복되므로 한 달을 29일이나 30일로 정한다. 따라서 음력으로 1년의 길이는 354일이 된다. 음력에서는 짧아진 길이를 보완하기 위해 19년에 7번의 윤달이라는 별도의 달을 더 둔다. 그러다보니 음력 체계는 계절과 잘 맞지 않으나 달의 모양이 날짜에 일치하고 밀물과 썰물 현상을 예측하는데 유용하므로 아직도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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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광고등학교 김진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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