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가면 베르사이유 궁전이 있고 중국에 가면 자금성이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임금님이 살았던 경복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의 눈에는 궁전이 그저 공원같은 개념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들의 안내를 받고 나면 궁궐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지죠.”
경복궁이나 전쟁기념관에 들어서면 외국인들에게 궁궐을 설명하는 십대의 청소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YMCA역사친구들. 주말이면 궁궐과 전쟁기념관을 찾아 우리나라 궁궐을 안내하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기특한 자원봉사 청소년들이다. 동아리가 발족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열 명 남짓한 청소년들이 틈날 때마다 궁궐로 달려가 봉사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
“어릴 때부터 오빠를 따라 다니며 궁궐이나 전쟁기념관에서 봉사하는 모습을 많이 접했습니다. 역사 해설은 단순히 알고 있는 역사 지식을 외국인들에게 전달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언니, 오빠들은 역사해설을 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 ”
장래 아나운서가 꿈인 신기중학교 1학년 이수린 양은 처음 해설을 맡았을 때를 생각하면 할 말이 많아진다. 지난해 부천세계어린이만화축제에 참가한 외국인들을 위해 광화문에 갔을 때 집에서 해설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막상 하려고 보니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더라는 것. 오빠의 도움으로 간신히 해설을 마무리했지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현재 동아리1기와 2기 13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는 YMCA역사친구들은 6년 전 안양외고에 재학 중인 이신우 군을 비롯한 5명의 청소년들이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경복궁, 덕수궁, 서대문형무소, 전쟁기념관 등에서 외국인에게 영어 해설과 더불어 우리 궁궐 문화유산의 찬란함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올해에는 8월에 경희대에서 열린 제5회 세계NGO 역사포럼에 참가한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경복궁 해설을 해주었다. 국제대회 참여나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인들이 해설을 의뢰해오는 경우도 있고, 동아리 사업으로 그 해 봄에 여름방학에 맞춰 할 수 있는 국제대회를 찾아서 미리 관계자들에게 우리나라를 홍보하고 해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또 동아리 회원의 협동심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 1년에 1번 동아리 활동내용과 관련있는 전국대회를 선정해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제5회 전국 청소년 사회 참여대회에 참여해 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소 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신우, 김연서, 김현수, 장예린, 고승현, 강소영, 김도희, 김수빈, 곽문주, 배근영, 오하영, 이주현, 이수린 학생 등 13명이 동아리 전체 회원들이다.
영어·역사에 관심있다면 다 모여!
작년 2기 모집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면접을 통해 회원을 선발하는데 너무 많은 지원자 때문에 하루만에 공지를 내려야 했다. 경쟁률도 무려 6:1이었다. 청소년들 가운데 역사 알리미 활동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은 것에 회원들은 많이 놀랐다. 1기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기대하는 바도 남다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2기 회원들은 그만큼 열정도 많고 참여율도 높았다.
“역사문화해설은 특별한 친구들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역사를 좋아하며 영어로 말하길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던 사회교과서의 장독, 구들장, 처마, 한옥 등을 비롯해 우리나라 건축물의 원리까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 해설을 하다보면 결국 저희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영어해설의 경우 말하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공부하고 결국은 성적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되죠.”
항상 사람들 앞에서 해설을 하기 때문에 시선처리나 예절, 말하는 기법 등을 공부하고 노력한 탓에 학교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회원들. 영어는 배운 것을 현장에서 직접 응용할 수 있어 너무 좋고 역사공부 또한 게을리 할 수 없어 늘 책을 옆에 끼고 다닌다고 한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인터뷰-부회장 이신우(안양외고 1학년)
“역사친구들은 우리 문화와 궁궐 알리는 민간외교관”
동아리 회원들의 진로는 각양각색입니다. 저는 외교관이 꿈이고 중3인 현수는 UN에서 근무하는 진로를 희망하고 있고, 중2인 승현이는 NGO활동가를 생각하고 있어요. 서로의 장래희망은 제각각이지만 저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보고 생각하고 찾으려고 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또 동아리 활동은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의미있는 활동입니다. 외국인들에게 코리아는 그저 작은 나라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궁궐이나 역사현장에 와도 제대로 된 해설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찬란한 문화유산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것이지요. 또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많구요. 우리가 해야 될 역할은 바로 이런 잘못된 부분을 바로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민간외교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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