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야기다. 젓가락 꽂을 만큼의 땅도 없는 가난한 농부가 살았다. 지나가던 나그네가 해 뜨기 전에 출발해 해가 질 때 돌아오기만 하면 밟았던 땅을 모두 주는 왕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농부는 부푼 마음으로 왕국을 찾아갔다. 그리고 넓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이른 새벽에 출발, 앞만 보고 달렸다. 돌아올 시간에 대한 계산을 놓쳤다. 생각을 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발걸음은 바빠졌다. 지친 농부는 돌아오다가 죽고 말았다.
일흔이 넘은 분이 있다. 강변을 따라 바위산이 수채화처럼 펼쳐져 있는 그림 같은 땅을 사 전원주택을 지었다. 자신의 땅이 최고라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았다. 그 땅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옆에 땅들도 나오기 무섭게 구입해 터를 넓혔다. 투자하다보니 생활비는 늘 빠듯했다. 나이가 들면서 땅을 가꾸고 관리하는 것도 힘에 부칠 지경이 됐다. 아깝지만 땅을 팔기위해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다. 본전 생각해 헐값에 팔기는 싫고 욕심을 내니 임자 만나기 어렵다. 그 와중에 좀 더 많은 이익을 남길 궁리로 개발을 시작, 또 투자를 하게 됐고 신경 쓸 일만 늘었다. 시간은 가는데 남은 생은 짧아지고 있다며 한탄을 하지만 멈추지 못한다.
이 분도 러시아 농부처럼 땅 욕심 때문에 너무 멀리 갔다 돌아갈 시간을 놓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원생활의 여유로움을 즐겨보기도 전에 해는 이미 떨어지고 있다. 눈 앞에는 밟기만 하면 내 땅이 되는 광활한 대지가 아직도 펼쳐져 있으니 욕심 때문에 돌아갈 수 없다.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 돌아갈 것은 생각지 않고 너무 멀리 나갔다 고민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돌아갈 시간인데도 전진만 한다. 중도에 지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하거나 돌아왔더라도 휴식은 취해보지도 못한 채 인생을 마감할까 염려되는 사람들이다.
어느 인생이든 돌아갈 시간을 생각해야 하고 살아야 한다. 해질 때까지 돌아갈 수 있어야 땅을 얻을 수 있다. 해 질 때도 늦다. 땅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얻은 땅을 기쁘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 해가 넉넉할 때 돌아가야 그 땅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땅을 얻기 위해 해도 뜨지 않은 컴컴한 새벽에 출발해 발이 부르트도록 걸었던 시간을 추억할 여유도 가질 수 있다.
“넓은 땅만 욕심내 땅거미 지는 것도 잊은 채 앞으로만 나가는 것은 아닐까?”, “돌아갈 시간이 언제일까?”를 가늠하며 2013년은 마무리하고 싶다.
김경래 리포터 oksigol@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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