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누군가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다른 누군가는 성장이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유전적인 소인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성장의 23%는 유전에 따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개인차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나머지 77%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장속도는 굉장히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흔한 요소는 비만이다. 최근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이 점점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비만한 청소년에서는 성장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키가 크기 어렵게 된다.
호르몬의 양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들이 키를 성장시키는 일보다 지방을 분해하는 일에 우선 투입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은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성조숙증이 나타나 성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비만과 함께 영양도 성장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의 성장 시기에 영양이 부족하거나 불균형한 경우 성장이 더뎌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다만,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인체가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에도 한계가 있는데, 대사량을 초과하는 음식을 계속 섭취하게 되면 오히려 생리적 리듬을 잃기 쉽다. 섭취한 에너지원은 지방으로 전환되어 오히려 비만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나 영양제를 진단 없이 과다하게 복용할 때에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자세와 스트레스도 굉장히 중요하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도 학업이나 성적에 대한 부담, 사회화를 겪으면서 생기는 갈등, 자신의 단점에 대한 열등감 등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특히나 왜소한 아이는 자신이 왜소하다는 사실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체력이 떨어지며 성장이 더 더뎌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자세가 좋지 않아 척추나 골반이 균형을 잃는 경우도 흔하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앉아서 보내는 시절에 ‘앉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일어나서 다른 활동을 하며 운동하는 시간을 확보해 주어야 하며, 바른 자세로 앉는 습관을 들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에 대한 고민은 비단 현대사회만의 것이 아니다. 한의학 최고의 고전인 『황제내경』에도 ‘감병’이라 하여 소아의 성장장애에 대한 기술이 있다. 1000년도 전에 저술된 『제병원후론』 에서는 성장장애를 여러 타입으로 나누어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기술이 있다.
이렇게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의학의 성장 치료법은 최대 원인인 식사와 영양조절 이외에도 장부 이상 유무에 따른 원인별 치료를 통해 좋은 결과를 이루어 낼 수 있다. 인위적인 외력으로 억지로 키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몸을 건강하게 하면서 자연스러운 성장을 도모하고 부작용이 없도록 조절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체질을 정확히 판단한 후에 골연령과 체성분 등을 측정하여 치료 계획을 정하고, 자세 교정과 함께 치료를 하게 된다.
성장을 도우면서 체력을 보강해 줄 수 있는 약재를 적절히 활용하고, 수면을 포함한 생활습관을 조절해야 한다. 환자의 노력 또한 매우 중요한데, 적절히 운동을 하면서 평소에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눈여겨볼만한 치료법으로는 DMT, DPT 요법을 소개할 수 있다. DMT요법이란, 초경이 빨리 나타나는 성조숙증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침치료와 한약치료 외에 혈관레이저 요법을 사용한다. 또한 환자의 생활습관을 철저히 교육하고 운동을 도와주는 방법이다. DPT는 가능한 성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방법으로, 정확한 체질판단을 기초로 한다. 환자와 한의사가 한마음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유전이라고 알고 있던 작은 키도 개선할 수 있는 하나의 증상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나비솔한의원
박현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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