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과 함께 떠난 2박 3일 부산 가족여행

남녘 바다에 시름 던지고 희망을 품다

지역내일 2013-12-09

수험생인 아들이 수능을 본 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던진 첫 마디가 “엄마, 미안해”였다. 하루 종일 마음 졸이며 아들이 무사히 시험 마치기만을 기도했던 터라 그 한 마디는 가슴을 울렸다. 돌이켜보면 아들이 고교 3년간 수험생활에 전념한 것은 아니었다. 친구와 운동을 좋아해 항상 어울렸고, 2학년 때는 게임에 빠져 성적이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그래도 3학년이 되어서는 제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뒤늦게 불붙은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지 기대했던 성적을 얻지 못한 아들은 시무룩했다. 수능성적표가 나오면 수시 발표와 정시 지원으로 정신이 없을 것 같아 그 전에 기분전환을 위해 부산으로 2박 3일 간의 여행코스를 잡았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동백섬


밤과 낮의 풍경이 색다른 ‘동백섬’
부산에서 아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곳은 동백섬에서 바라보는 해운대 밤바다였다. 그래서 숙소로 정한 곳은 해운대 인근의 콘도. 나중에 여행에 합류한 언니와 역시 수험생인 조카가 함께 지내기엔 콘도가 편리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동백섬으로 산책길에 올랐다. 동백섬의 초겨울 바람은 제법 거셌지만 남쪽이라 그런지 춥지 않을 정도로 상쾌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동백섬에서 바라본 밤바다의 파도에 우리는 지난 1년간 쌓인 시름을 기분 좋게 실어 보냈다.
동백섬 산책코스 중간지점에 다다르면 APEC회의가 개최되었던 ‘누리마루’가 있다. 문을 닫은 시간이라 다음날 다시 들러보기로 하고, 광안대교와 어우러진 ‘누리마루’의 야경만 감상했다. 누리마루를 돌아 조선호텔 정문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해운대 신시가지의 마천루들이 제각각 독특한 모양과 빛깔로 위상을 뽐낸다. 해운대 해변의 야경이 정감 넘친다면 신시가지의 야경은 시대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다음날 아침 ‘누리마루’를 둘러보기 위해 다시 동백섬에 들렀다. 아침운동을 나온 인근 주민들이 제법 많았다. 한국 전통건축인 정자를 현대식으로 표현한 건물의 조형에 지붕은 동백섬의 능선을 형상화했다는 ‘누리마루’는 전통적이면서도 역동적이었다. 회의장 휴게실에서 바라본 바다의 풍광에 감탄이 절로 났다.

* 누리마루
주소: 부산 해운대구 우동 714-1(동백섬 내)
전화: 051-744-3140
입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매월 첫째 주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 무료

감천


색감과 인정이 넘치는 ‘감천문화마을’
밤에 제법 비가 내려 오전 일정을 바꿀지 고민했는데, 다행히 아침부터 말끔히 개었다. 바람은 제법 차가웠지만 맑은 공기와 맑게 갠 하늘에 감사했다. 둘째 날 우리의 오전 행선지는 감천동에 있는 문화마을, 해운대에서 부산 시내를 지나 감천동까지 승용차로 40분 정도 걸렸다. ‘감천문화마을’이 산꼭대기에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을초입까지도 상당히 경사진 도로를 승용차로 올랐다. 대부분 차가 없던 시절 어떻게 이런 꼭대기까지 집을 짓고 오르내릴 수 있었는지 새삼 놀라웠다.
감천동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돼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족 근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독특한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는 감천동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오밀조밀 붙어있으면서도 뒷집을 가리지 않게 지어져 어려운 삶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며 부비고 살아온 미덕이 느껴졌다. 지금의 감천동은 2009년에 시행된 마을 미술 프로젝트로 조형작품들이 설치되고 마을 골목 구석구석이 재생되면서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로 재탄생되었다.
산동네 마을에 익숙지 않은 아들과 조카는 감천동 ‘하늘마루’에서 내려다본 조그만 집들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첨단기술만을 추구하는 아이들에게 ‘감천문화마을’은 옛 정감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마을을 내려와 점심으로 따끈한 돼지국밥을 먹으며 피난민의 정서에 한 발짝 다가서 봤다. 

* 감천문화마을
주소: 부산 사하구 감천동
카페: cafe.naver.com/gamcheon2
전화: 마을정보센터<하늘마루> 070-4219-5556
하늘마루 운영시간: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 청마루 인삼 돼지국밥
주소: 부산 사하구 감천2동
전화: 051-207-0178

태종대


추억과 낭만이 물결치는 곳 ‘태종대’
점심을 먹고 우리는 감천문화마을에서 태종대로 향했다. 대학교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완행열차를 타고 부산에 놀러와 친구 언니의 집에서 눈치 없이 며칠씩 머물며 이곳저곳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불편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함께 웃고 떠들 친구들이 있어서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청춘의 추억이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태종대’다. 자갈마당의 거센 파도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암석해안의 바위에 앉아 깊고 푸른 바다 물결을 바라보며 산낙지를 먹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20년 후, 아들은 지금 가족과 들렀던 ‘태종대’를 어떻게 기억할까. 가족과 함께한 여행이 친구와 함께한 여행에 비길 수 있을까. 그저 추억의 한 장면으로 기억해주길 바랄 뿐이다. 
태종대 정문에서 조금 들어가자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순환열차 ‘다누비’가 보였다. 태종대 코스는 청춘이라면 얼마든지 운동 삼아 걸을 수 있는 코스지만 아침부터 제법 걸었기 때문에 ‘다누비’를 이용했다. 첫 번째 정류장인 자갈마당에 내려 파도를 구경하다보니 20분 후에 온 ‘다누비’는 만석이라 탈 수가 없었다. 산책로를 걸으며 힘들어 자꾸 뒤로 처지는 어른들을 보니 왠지 서글프면서도 힘차게 저만치 앞서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흐뭇함이 밀려왔다.
* 태종대
주소: 부산 영도구 전망로 24(동삼동)
홈페이지: http://taejongdae.bisco.or.kr
전화: 051-405-2004
오픈시간: 04:00~24:00
입장료: 무료
다누비 열차 이용: 20~30분 간격 운행, 이용요금 600원~1,500원

해동


일출이 장관인 ‘해동 용궁사’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우리는 일출이 장관이라는 ‘해동 용궁사’를 향해 서둘렀다. 겨울이라 해 뜨는 시간이 7시 경으로 제법 늦었지만 수능 이후 늦잠 자는 것이 생활화된 두 수험생은 6시부터 깨우는 어른들이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늑장부리는 아이들을 재촉해 해뜨기 전 가까스로 해안가에 자리 잡은 ‘해동 용궁사’에 도착했다.
사찰은 대개 산 속에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해동 용궁사’는 해안에 인접해 있어서 바로 아래서 파도가 철썩인다. 동해의 최남단에 있는 이곳은 국내 사찰 중 가장 먼저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1376년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대사가 창건했으며,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1930년대 초에 재건되었다. 누구나 진심으로 기도하면 현몽을 받고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영험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어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종교가 달라서인지 두 수험생을 위해 간절한 기도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수평선 쪽만 응시한 채 일출의 장관에 빠져 있었다. 누군가는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마음속 한 가지 소원을 되뇌지 않았을까.
* 해동 용궁사
주소: 부산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416-3
홈페이지: www.yongkungsa.or.kr
전화: 051-722-7744 

시장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깡통시장을 둘러보다
일출을 본 후 우리는 부산의 시장거리를 둘러보았다. 남포동 자갈치시장, 신창동 국제시장, 부평동 깡통시장은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자갈치시장의 좁은 골목은 오전부터 분주했다. 공판장의 생선과 해산물은 상당히 저렴했지만 생각보다 싱싱해 보이지 않았다. 좋은 물건은 서울이나 부산의 유명 음식점으로 빠진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말린 가자미에 관심을 보이자 상인은 바로 마수걸이로 흥정을 하며 적극적으로 나선다. 상인과 흥정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국제시장과 깡통시장은 서울의 남대문시장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먹거리에서부터 공산품까지 온갖 제품이 있어서 꼼꼼히 둘러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것 같았다. 깡통시장은 초창기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과일, 생선 통조림 등 깡통제품을 많이 판매한데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지금은 의류, 양주, 액세서리, 수입그릇, 커피용품, 일부 외제 전자제품 등 취급 품목이 다양했다. 어묵으로 유명한 ‘미도어묵’에 들러 어묵과 유부주머니를 사서 저녁 반찬거리를 챙기고, 남포동 아리랑골목에서 씨앗호떡도 맛보았다.
언니와 조카를 부산역에서 배웅하고 다시 오붓해진 우리 가족이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오르자 잊었던 시름이 다시 현실로 다가온다. 수능성적표 배부 하루 전 확정 등급 컷이 발표되자 그 새를 못 참고 친한 학부모들이 사정없이 카톡을 날린다. 여행에서의 꿈이 확 깨지는 순간이었다. 

* 미도 어묵
주소: 부산 중구 부평동2가 14-5(부평 깡통시장 내)
전화: 051-245-2968
* 초량 밀면
주소: 부산 동구 초량동 363-2(부산역 건너편)
전화: 051-462-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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